대 상: 이경희 (수원)
우수상: 이사랑 (안산)
우수상: 강정숙 (고양)
우수상: 강영숙 (영천)/필명 강가애
아르헨티나, 미국을 비롯한 해외, 그리고 전국에서 모두 409명의 3,000여편이 응모.
이 경 희
첫 페이지를 열면
당신의 중심이 일제히 긴장하는 게 보여요
단서들은 지우고 싶을 거예요
제 눈에 찔리는 것보다 무서운 가시란 없으니까요
문장은 자꾸 숨고 싶어요 그 때
짐짓 당신은 지워지는 척 흐릿하게 보일 거예요
힌트가 늘 충분하지 않은 것처럼
지향으로만 찾아 내야 하는 숙제같은 거예요
그 순간에 조금은 캄캄해 질 여름 폭우같은 거 부디 잘 견뎌 주세요
지나고 나서야 개요는 보이는 법이니까요
마지막 장을 남겨둔 채 천둥 속으로
당신을 덮으면서 나는 숨이 차 올라요 그럴 때 잠시 멀리 있을 게요
빗속에 서서 잠시만 당신의 활자를 더 맞을 게요
거리란 적당한 시력을 위해 늘 필요한 일이니까요
각자의 행간에서 굳이 되돌아 오는 길을 물을 필요는 없어요
해답이 같이 있는 퀴즈는 조금 싱겁지 않을까요
그러니 각기 다른 열 개의 문장으로,
간절한 한 개의 이유를 풀고 싶을 때는,
한사코 끝까지 기대해 주세요, 당신과 나의 열렬한
오픈 북
-우수상-
바늘 끝에서 피는 꽃
이 사 랑
청석골의 단골 수선집 늙은 재봉틀 한 대
아마, 지구 한 바퀴쯤은 돌고도 남았지
네 식구 먹여 살리고 아들 딸 대학까지 보내고
세상의 상처란 상처는 모조리 꿰매는 만능 재봉틀
실직으로 떨어진 단추를 달아주고 이별로 찢어진 가슴과 술에 멱살 잡힌 셔츠를
감쪽같이 성형한다
장롱 깊숙이 개켜둔 좀먹은 내 관념도 새롭게 뜯어 고치는 재봉틀
작은 것들은 가슴을 덧대어 늘리고
막힌 곳은 물꼬 트듯 터주고 불어난 것들 돌려 막으며
무지개실로 한 땀 한 땀 땀구슬을 꿰어 서러움까지 깁고 있다
무더운 여름 낡은 그림자를 감싸 안고 찌르륵 찌르륵
희망은 촘촘 재생 시키고 구겨진 자존심은 반듯하게 세워 돌려준다
일감이 쌓일수록 신나는 재봉틀 오늘도 허밍허밍 즐겁다
별별 조각난 별들을 모아 퀼트 하는 밤
바늘 끝에서 노란 달맞이꽃들이 환하게 피어났다
-우수상-
무화과 나무
강 영 숙
하늘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그 나무의 열매, 한 그루 세월을 붙들고 있다 내안에서 자라난
그 나무 붉은 피 흐르지 않는다
손바닥 마구 흔들던 잎들 하늘을 뒤덮는다 아이와 나는 막든 바람 홀연히 빠져나가고 가지
마다 싱싱한 눈물 울멍울멍, 꽉 채운 동그라미를 무화과꽃이라 부른다
혈색이 창백한 혈액 종양내과 복도, 웃음잃은 사람들 차례대로 호명을 기다린다 오래전, 소
아병동에서 노란 위액을 토해내던 차트번호 1137440 어린아이가 스물 다섯 청년이 되었다 혈
관 불뚝거리는 팔뚝엔 채혈 바늘 마음대로 들락거린다
매연에 질식된 공기와 소통하는 국채보상공원 길을 걷는다 달구벌 대종이 소리를 가둔 채,
제야의 종소리를 준비하고 있다 잎들 뜯긴 나무들 서로를 세차게 껴안는다 봄날을 손꼽아 기
다리는 나는 희디흰 핏방울 뚝뚝 떨구는 감옥, 무화과꽃이다
-우수상-
미라
강 정 숙
발굴자들은 그녀가
임산부였다는 사실에 더 집중했다
유난히 통통한 복부 때문이다
복부를 가르고
몇 겹 표피를 들추자
말라붙은 탯줄과 자궁, 외벽엔
암반같이 굳어버린 핏물이 보인다
가느다란 손으로 배를 감싸고
긴 머리카락 뒤틀린 입술이
반쯤 벌어져 있는 그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이를 낳을래요
머리카락으로 요람을 짜겠어요
사백년쯤 걸릴꺼에요
물기 없는 여자의 내부가
형광등 아래서 환하게 웃고있다
수주문학상 심사평
예심을 거쳐 본심에 회부된 작품들을 꼼꼼하게 읽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무화과 나무'(강영숙), '미라'(강정숙),
'바늘 끝에서 피는 꽃'(이사랑), '한 권의 책'(이경희)을 두고 대상과 우수작을 선정하기로 했다.
'무화과 나무'는 산문시다. 다른 투고자들의 산문시들과는 달리 읽히는 장점이 있었다. 운율도 도드라졌다. 그러
나 마지막 연에서 긴장을 놓쳐버려 많이 흔들렸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믿고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미라'는 발굴된 미라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뛰어난 시였다. 미라라는 가볍지 않은 소재에 대한 사유
깊은 시쓰기는 투고한 다른 작품들과 함께 신뢰를 가지게 하였다. 하지만 이 시역시 시의 마무리에서
너무 쉽게 마침표를 찍어버렸다. 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잃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100m 달
리기와 같은 것에 유념해 주길 바란다.
'바늘 끝에서 피는 꽃'은 대상작으로도 부족하지 않았다. 투고한 모든 작품에서 오랫동안 시를 써온 저력이 돋보
였다. 시에서 익숙함은 힘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독을 다스리는 변화의 힘을 가진다면 앞으로 좋은 작
품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한 권의 책'은 책읽기에 대한 뛰어난 시다. 시종일관 긴장을 잃지 않고 있다. 시를 끌고가는 힘도 좋다. 변별성을
가진 자기 호흡을 가졌기에 더욱 신뢰가 갔다. 심사위원들은 이견없이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앞으로 유행하는 시
를 따라가는 시인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과 향기를 가진 좋은 시인이 되길 바란다.
수주문학상에 투고된 작품들을 읽으며 2가지 흐름을 읽었다. 그 중 하나는 시를 지나치게 어렵게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시를 쓴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작품들이 많았다. 오랫동안 시를 써온 심사위원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시로 어떻게 독자들을 이해시킬 지 궁금했다.
또 하나는 시의 산문화 경향이다. 시와 산문은 다르다. 비록 산문의 옷을 입고 있어도 시는 시여야 한다. 시로 읽
혀야 한다. 읽혀지지 않는 산문을 시라고 하기에는 억지스러운 점이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위의 2가지 흐름에서 벗어난 시적인 시에 높은 점수를 주었음을 밝힌다. 그래서 비록 지금은 부족
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내일을 가진 예비시인들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수상자들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최문자 정일근
첫댓글 미소님의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가을 초입에 날아든 오랜만의 기쁜소식입니다. 심사평 내용도 아주 좋으네요^^
좋은시 방을 자주 못 들르다 보니.. 늦었네요.^& 우리 회칙 부칙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축하합니다 !
축하드려요!
잔칫상 차려야겠어요, 축하드립니다 미소님! 끝까지 긴장을 잃지 말라는 심사평에 밑줄 그으며 또 배웠습니다.
축하를 받으니 조금 덜 민망하네요. 올해 쓴 글 몇편이 꽤 맘에 든다는 이유로, 나이 불문, 등단 불문, 주제 불문의 흔치 않은 조건때문에 그냥 평이나 한번 받아보자는 마음으로 마지막날 보냈습니다. 사실 위 글 '미라'는 중간에 끼워넣은 작품이고 제가 정작 좋다고 생각한 글은 아닙니다. 가볍고 화사한 글들을 제치고 무겁고 호흡이 짧은 이글이 심사위원 눈에 띄었다면 아마도 5연 때문일 것입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긴 머리카락과 사백년에 포커스를 맞춘 행이 5행입니다. 힘이 딸려 마지막 마무리는 대충 했음을 제가 더 잘 압니다.
굳이 장르를 나누려는 사람들의 입방아 대로라면 엄밀히 말해 저는 시조시인이지요. 시조로 등단을 했으니까, 하여, 괜찮은 자유시를 쓰고도 발표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글쓰기로 말하면 자유시보다는 시조 쓰기가 어렵습니다. 제 모든 자유시는 어느 순간 시조가 될수도 있습니다. 꽉 막힌 정형의 틀만 가지고는 고리타분한 그저 그런 시조밖에 안나옵니다. 자유시를 쓰면서 보다 자유로운 말부림과 상상력이 배가될수 있습니다. 좋아서 쓰는 글이지만 어딘가 투고해서 객관적인 평을 받아보는 것은 나를 아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사실 상금도 무시못하구요.ㅎ 저는 앞으로도, 나이 불문, 등단 불문의 조건이 주어지기만 하면
어디에라도 응모해보려고 합니다. 이런것이 글쓰기의 즐거움 아닐까요 좋아하는것을 하면서 인정도 받는것! 님들꼐도 권합니다...제가 이렇게 중언부언 하는 것은 다름아니라 명색이 카페지기인 사람이 대상을 못탄 부끄러움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님들이여 나를 알고 적을 알면 평균적 승리는 할수 있습니다. 이 가을 좋은글 많이 쓰십시오. 꾸벅
늦은 축하드립니다.~ 카페지기인 사람이 대상을 못 타면 부끄러운 건가요? ! ^^
미소님의 열정에 응답을 받았군요.함께 기뻐합니다. 대상에 대한 아쉬움을 거두시고 그냥 기뻐하시길요. 한국에 가면 잔치해야겠네요. 지금 동경이여요. 딸네집에..
어머~ 동경까지 제소식이 날아갔나요? ㅎ.ㅎ 혹시 아기 돌잔치 때문에 가셨남? 많이 이쁘죠. 오시면 연락주세요. 언제 밥한번 먹읍시다요
미소 님, 축하드립니다^^ 시가 너무 좋아요~~~
축하드려요. 미소님의 수상 소식과 은근한 열정이 시인회의 가족들 모두의 길잡이가 될 것 같아요. 시심으로 가득 찬 행복한 가을 되시길 바랍니다^^
축하드립니다..명단에서 아는 이름을 만나니 무척 반갑군요^^..
축하드립니다 ^^*
미소님! 축하드립니다. 전 이곳에서 또 다른 분의 기쁜 소식을 매일 기다립니다.
미소님! 축하드립니다.
와~~~~~우 ㅉㅉㅉ 수상을 먼저 축하! 그리고 절말 그 열정을 겸손하게 배우렵니다.
좋은 즐감하고 있는데 미소 선생님 수상까지 하셨다니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미소님 축하드립니다. 좋은 시 애독하고 갑니다.
안그래도 이름을 보고 미소선생님인가 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리 많이 축하해 주시니 몸둘데 더 없습니다. 더 좋은 글로 축하 받으리라 각오를 다지며 관심가져주신 모든분들께 감사 절을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뒤늦게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