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는 올 봄 환절기는 우리 집에 무서운 존재로 다녀갔다.
어머님이 내내 기운을 못 차리고 고생하셨는데 어머니 건강이 조금 회복되는 듯 하니
어느새 내게로 침투해 들어왔다.
"감기 몸살'
어찌나 지독한지 한달 가까이 지났건만 아직도 기침이 멎지 않고 기운이 없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게 붙여진 별명은 탱크였다.
늘 건강하고 씩씩해서 붙여진 별명인데 나이 앞에 장사가 없는가 보다.
몸에 열이 많아 한겨울에도 난로라며 남편은 차가워진 손을 데우기도 했는데 이젠 손발이 차가워 손을 잡으려다 깜짝 놀라곤 한다.
보약 한재 먹으라는 남편의 권유에 못 이기는 척 한의원에 다녀왔다.
기십만원 하는 약값도 문제였지만 어른을 모시고 사는 처지에 젊은 내가 보약 먹기는 어려운 일이라 생각만 할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던 터였다.
근래 몇 년 동안 자주 기운이 없는 이유는 나이도 문제였지만 가족이 서로 떨어져 살면서부터 인 것 같다.
보약보다 더욱 효능이 좋은 가족 공동체가 깨져 버렸기 때문이다.
가족이 오순도순 둘러앉아 하루 있었던 일들도 이야기하고, 식탁에 마주앉아 함께 먹는 음식이래야 맛도 있을 텐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학업으로, 군 입대를 준비하며 홀로서기를 자청하고
그나마 남편마저 직장 때문에 떨어져 살게되니 그야말로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것이다.
서로 부대끼며 나눠주던 기, 즉 웃음보약이 줄어든 것이다.
웃음은 운동만큼이나 강력한 효과를 낸다고 한다.
크게 웃을 때 몸 속의 650개 근육 중 231개 근육이 움직여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크게 웃으면
위장, 가슴, 근육, 심장까지 움직이게 만들어 상당한 운동효과가 있으며 ,만병을 고칠 수 있다는 웃음의 효과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진정으로 웃음의 큰 효과를 느끼기 위해서는 웃음도 운동처럼 지속적으로 단련시켜야 하는데 가족공동체가 무너지면서 웃을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 면역력이 약화되는 모양이다.
건강을 지키는 손쉽고도 강력한 처방인 웃음보약을 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남편 곁으로 달려가는 일 인데 쉽지 않은 현재의 상황이 안타깝다.
얘기하길 좋아하는 남편또한 혼자 지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혼 기념일인 오늘 아침, 남편의 전화에 한바탕 웃었다.
미소가 아닌 파안대소(破顔大笑)로 웃음 보약 한첩 먹은 것 같았다.
"빰빠라 빠라밤!!! 축하합니다 ... 당신이 내게 당첨된 것을 축하합니다 "
"그래요 날 뽑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