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나는 산청인으로 소이다
이 병 수
나는 산청인으로 소이다.
지리산의 정기를 받아 태어나
경호강에 젓줄을 이어 숨 쉬고 자라며
산천초목의 수려한 환경을 마시고
선비의 기질을 몸에 배게 익혀 살아온
나는 산청인으로 소이다.
뼈대가 굵어서는 고향 떠나 타향살이를 했소이다.
진주에서, 부산에서 길게 뿌리내려 살았습니다.
그 간에 ‘산청 촌놈’소리를 심심찮게 들었소이다.
걸핏하면 공직자들은 함양 산청 벽촌으로
귀양살이 보낸다고 으름장을 받기도 하였지요.
그때는 고향 비하시키는 같아 듣기가 싫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되었소이다.
옛 고을 이름이 산음(山陰)인 그늘질 내 고장에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볕들 날이 찾아 왔더이다.
천지가 마치 개벽이라도 된 듯이
우리 사는 세상에 웰빙 시대가 다가왔습니다.
너도 나도 산나물, 산고사리, 산약초 캐고
피라미, 꺽정이, 은어, 메기탕 찾고
청정 산골 물마시고 풀 뜯으며 자란
흑돼지와 한우를 찾는 새 세상이 열리었소이다.
지금은 그리하여 ‘산 앤 청’ 내 고장의
공기 맑고 물 깨끗한 산과 들에서 생산된
자연산 먹거리를 다투어 찾고 있소이다.
예부터 내 고장 산청은 선비 고장으로 내려왔더이다.
「실천 유학」의 태두이신 남명 조식 선생께서
우람한 학문과 도덕을 심어주고 가셨습니다.
덕계 오건 선생, 면우 곽종석 지사(志士)도 살았습니다.
삼우당 문익점선생은 목화를 시배하여 만백성들에게
따뜻한 무명옷 입히고 푸근한 세상을 만드셨습니다.
‘산은 산, 물은 물이로다’로 큰 가르침 주신 현대불교 선승
성철 대종사께서도 이 고장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대대로 내려온 전통문화 미풍양속이 뿌리내려
지리산 평화축제, 선비 문화축제, 한방 약초 축제로 꽃피웠습니다.
근래에는 곶감축제, 철쭉축제, 메뚜기쌀 축제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적 올곧은 선비 남명 조식선생께서는
절대권권력 휘두르는 임금께 백성위한 올바른 정치하라고
당신의 목숨 걸고 직언으로 간언(諫言) 하셨더이다.
지리산과 경호강의 빼어난 자연환경 속에서
나는 마음껏 뛰놀면서 성장할 수 있었으니
복되고 자랑스러움 이에 더할 나위가 없소이다.
이제는 ‘산청 촌놈’소리 자청해 듣고 싶습니다.
철저한 산청 촌놈을 이고 다니고 싶습니다.
나는 산청인이노라 하고 나서서 뽐내고 싶기까지 합니다.
그리하여 이 세상 하직하는 그날까지
산청인으로 태어났음을 감사하고 매사에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나는 산청인으로 살고 싶소이다.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산청인으로 소이다.
<작가 노트>
사람이 태어나 자라면서 인격형성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자연환경과 인적환경이라 할 것이다. 나는 영봉이라 일컬어지는 지리산을 업고, 거울처럼 맑은 경호강을 안고 태어나 자랐음을 더없는 행복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수필> 인간에게 자살할 권리는 있는 것인가?
이병수
우리 사회에 자살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인기 연예인 최진실의 죽음은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는데, 그 후에도 자살사건이 줄을 잇는다. 죽음의 공포를 덜기 위해 동반자살 사이트로까지 변천되더니, 장안동 안마 시술소에서 두 여성이 성매매를 하지 못하게 하는데 항의해 자살했다는 보도가 우리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자살자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 하루 평균 33.4명이나 되고, 전체 사망 원인 중 자살이 네 번째라니 심각한 상황이다.
자살은 왜 하게 되는 것일까? 20대 젊은이 K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부모가 들어주지 않는다고 비관 자살하였으며, 70대 아버지 B는 아들이 자신을 돕지 않아 괘씸하다고 자살하였다. 또 자기만이 사회에서 소외되었다고 착각, 철로에 몸을 던진 이도 있다. 자살의 원인을 따져보면 욕구불만과 한풀이에 있다. 부모 자식 간의 불만을 비롯하여 직장 사회에서의 불만을 이유로, 만사가 귀찮고 포기 상태에서 사회를 등지는 행위로 발전한다.
사람에게 자살할 권리가 있는 것일까? 인간은 조물주의 신묘한 섭리에 따라 부모로부터 탄생한다. 그러므로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 대해 감사하며 평생토록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생명을 보존해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뿐만 아니라, 부여받은 수명 기한이 만료될 때까지 지신의 생명보존은 물론, 또 다른 생명체를 탄생시켜 차세대를 계승케 할 의무까지 부여받고 있다 할 것이다.
그런 막중한 의무를 지닌 인간이 개인적 불만, 고통이 있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는 용납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인생에서 최대 과업 두 가지를 들라고 하면, 나는 첫째는 자기 자신이 가정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일이요, 둘째는 후대를 이을 자식을 낳아 이 사회의 발전에 공헌을 하게 하는 일이라 하고 싶다.
사람 목숨을 개인 소유물로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부여받은 생명은 한없이 존귀한 것이므로 감사하면서 이 사회를 위해 무한한 봉사심을 발휘하여야 할 것이다.
지하철을 타보면 창문에서 “엄마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라는 표어를 만나게 된다. 철로에 다이빙하는 자살자를 예방하기 위한 배려이다. 자살은 장기간 심사숙고 끝에 감행하는 경우도 있지마는, 보다 많은 자살자는 심한 빚 독촉을 받는다거나 강한 죄책감이나 울분으로 인해 순간적인 고통을 참지 못해 울컥 하는 충격으로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도쿄 근교의 닛꼬(日光) 관광 코스에 유명한 <게곤 폭포>가 있다. 이 폭포에는 자살자가 하도 많아 예방을 위해 말목에 써 붙일 표어 모집을 하였는데, 1등으로 당선된 표어가 ‘죠또마떼(조금만 참아)’ 였다고 한다. 이는 순간적인 충격을 이기지 못하는 자살자의 공통 심리를 잘 찍어낸 아이디어이다.
탤런트 최진실의 경우를 보자. 그는 친구에 대한 우정이 왜곡되고 사채업자로 매도된 데 대해 무척 고통스러워했던 모양이다. 죽기 직전에는 모친에게 “사채와는 상관도 없는데 나를 왜 괴롭히는지? 세상 사람들에게 섭섭하다.” 는 심정을 토로했다고 전해진다. 물론 그의 죽음은 이혼 후의 우울증과도 관계가 있었다고 하겠으나, 극단적인 선택을 촉발한 것은 악성 루머에 대한 고통을 참지 못한 데 결정적 원인이 있었다고 하겠다.
그렇게 볼 때 자살의 원인은 인생에서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는 데서 감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겠다. 따라서 교육적으로 볼 적엔 성장과정에서 인내심을 길러주는 일이 자살률을 낮추는 예방책이 된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어떻게 씻어야 할꼬? 자살자의 대다수 원인이 인내력 부족에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이 점에 착안하여 그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하겠다.
자살 행위 가운데는 일제 말기 가미가제(神風) 비행기로 조국을 위해 몸을 날린 소년병이나, 독립투사 중 항거의 뜻으로 감행하는 것과 같은, ‘명분 있는 자살’ 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살은 그 명분을 찾기 어려운 비인간적 행위라 해도 되지 않을까? 아니, 대부분의 자살 행위는 ‘죄악’으로 규정하여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혹 ‘자살행위도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다’ 는 말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변명으로밖에 볼 수 없다. 진짜 용기가 있으면 자신 앞에 닥친 고통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자살은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적 범죄 행위로도 볼 수 있다. 더욱이 자식을 두고 자살함은 이중의 범죄행위이다. 조물주가 제정해 놓은 룰(rule)을 어기는 반칙행위요, 부모의 은덕조차 배반하는 행위이다. 예능인이나 명사들의 자살행위는 자칫 청소년들의 모방 자살을 불러올 위험 소지조차 있다. 인간 생명은 고귀한 것이라 할진대, 죽음에 있어서도 만물의 영장답게 품위를 유지하고 만인의 축복을 받으면서 최후를 맞는 당당함이 있어야 하겠다. 존엄사는 용납될 수 있어도 자살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가 아닐까?
자살하는 자여! 그대 이름은 아무리 동정을 해서도 ‘만용자’요, ‘반칙자’ 로밖에는 불러줄 수 없느니라.
(작가 노트)
자살 행위는 아무리 생가해도 용납될 수 없다고 본다.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붙들려 감옥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너희들 손에 죽임을 당하기보다 차라리 내 손으로 죽겠다 하고 자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범죄행위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약력)
.산정 출생, 아호; 현봉(玄峰),
.월간「수필문학」 추천, 부산수필문학협회 회장 지냄, 한국수필문학가협회 부회장(현), 재부 산청문우회 회장(현).
.수필집; <생존신고> 등 6권, 부산문학상,실상문학상,연암수필문학상 등 받음.
첫댓글 공감갑니다.요즘은 우리 동기 산청 친구들이 목에 힘 좀 줍니다. 그 산청물이 모이는 진주 남강가에서 자랐기에 더욱 공감갑니다. 아 그노무 수박향 나는 경호강 은어!
고향 산청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마음 공감합니다 현봉님이 자랑스럽습니다 ...봉화
내가 중고교 시절 파성 설창수선생을 뵈웠을때 선생께서 함양 산청 출신들이 심성이 맑고 기품이 있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선생의 말씀인즉 산이 높고 준수한데다 경호강 물이 맑아서 그렇다는 뜻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