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7281 회계학과 홍의성
<조제와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읽고>
저는 평소에 일본소설은 라이트노벨로만 접했었습니다. 그래서 소위 ‘문학작품‘이라 부를만한 일본소설은 읽어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기억나는 작품이라고는 나츠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 과제를 통해 간만에 일본소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제시하신 작품 중에 눈이 갔던 작품은 “조제와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었습니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서는 어떤 내용일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호기심을 안주 삼아 혼자 적막하게 술을 마시듯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소설의 내용을 대충 풀어보자면 우선 이 책은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으로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 여성이 보통 남자와 사귀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에서는 그들이 사랑하고, 성관계를 하는 등의 연애의 짧은 순간을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미래는 생각하지 않겠다며, 단지 지금만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소설이 끝납니다. 어딘가 쓸쓸하지만 평화로운 상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소설을 읽고 여운이 가시기 전에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를 찾아보았습니다. 2003년의 영화였지만 결코 촌스럽다거나 옛날 느낌이 나지 않고 뭔가 최근의 영화처럼 세련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원작과는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원작에 비해 캐릭터가 바뀌고, 좀 더 다양한 이야기가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원작에서 남자주인공에 대한 배경이 거의 나오지 않는 데 반해,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은 여러 여자와 관계하는 약간의 바람둥이 성향을 지닌 캐릭터로 나옵니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은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였던 원작에 비해 영화에서는 조금 덜 민폐를 끼치는 캐릭터로 바뀌었으며, 할머니는 영화에서 여주인공을 더욱 폐쇄적인 상태로 양육하는 고집불통으로 나옵니다. 또한 원작에는 없는 남자 주인공의 전 애인 ’카나에’ 와 보호시설 동기 ‘코지’가 등장하여 다양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설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결말입니다. 원작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언젠가 찾아올 이별을 두려워하면서도 현재진행형으로 끝나는 데 반해 영화에서는 이별 후 각자의 길을 가는 것으로 끝납니다. 영화는 두 사람이 이별에 이르는 과정이 그야말로 물 흐르듯이 전개됩니다. 영화에서의 츠네오는 처음에 조제가 해주는 밥이 맛있어서 찾아가다가 점차 그녀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츠네오의 마음을 눈치 챈 조제의 할머니가 다시 찾아오지 말라는 말에 한동안 조제와 만나지 못했지만,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혼자가 된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동거를 시작한다. 할머니가 주워온 책들로 세상을 배웠던 조제는 츠네오 덕분에 책에 국한되어 있던 사고를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가장 무서운 것을 보고 싶었다’ 라며 츠네오의 손을 잡고 동물원의 호랑이를 보기도 합니다. 1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츠네오는 자신의 부모님에게 조제를 소개하기로 하고 고향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여행 도중 츠네오는 점차 지치기 시작합니다. 다리 불편한 조제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조제가 아이처럼 칭얼거리는 것도, 현실적인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것도. 소위 말하는 권태기가 찾아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결국 그는 부모님에게 조제를 보여주는 것을 주저하기 시작합니다. 조제도 이별을 직감한 듯 츠네오의 고향 집이 아닌 바다로 목적지를 바꾸며 이런 말을 합니다. “깊고 깊은 바다 속에서 난 헤엄쳐 나왔어. 빛도 소리도 바람도 비도 없고 정적만 있는 곳. 하지만 난 다시 거기로 돌아가지 못 할 거야.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질처럼 혼자 해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겠지.” 이때까지 둘의 관계를 유지시켜주었던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지고 현실을 깨달은 츠네오는 조제와 여행을 다녀오고 얼마 뒤, 그녀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그 이후 그는 조제의 집을 나와서 옛 애인과 함께 걸어가다가 주저앉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영화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작품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살펴보면 조제는 츠네오를 만남으로써 세상을 바라보고, 나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제에게는, 사랑만이 유일한 통로였고 힘이었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츠네오는 현실의 벽 앞에 지쳐가고, 비겁하고 나약해졌습니다. 반면 할머니의 말처럼 자신이 ‘망가진 것’임을 알고 있고, 자신을 바라보는 츠네오의 사랑이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조제는 인지하고 있습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사랑이라는 것의 무거움을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제는 츠네오와 달리 이 세상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츠네오를 만나 호랑이를 봤고, 떠난 후에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홀로 살아가게 됩니다. 잠깐의 행복이었지만 조제에게는 살아갈 이유가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느꼈던 감정은 시원섭섭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허무감마저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을 해보고 또 회자정리라는 말이 있듯이 사랑에는 이별이 따릅니다. 저도 3번의 연애를 해보았고 이별도 3번 경험해보았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감정처럼 매번 이별을 할 때마다 슬픔의 감정보다는 후련함의 감정이 우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어째서일까요?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는 건 분명 슬프고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불가항력의 이별이 아닌 권태기가 원인이 되는 이별은 그야말로 현실적입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소설보다 영화의 결말이 조금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순수하게 시작한 사랑이 결국 ‘생활’이라는 벽 앞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본다면 이 영화는 극적인 사건이나 반전 없이 현실적인 이별의 모습을 잘 표현하였고, 그 이별이 허무하지만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점에서 오히려 더 여운을 오래 남기는 결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소설>과 <영화>는 20년의 간격이 있습니다. 그 차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