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칼럼] 황해는 '끓는 냄비'인가… 중국 원전 대증설과 생명 공동체의 위기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PRCDN)
거대한 '온수 풀'이 되어버린 황해
우리가 '서해'라 부르고 중국이 '황하이'라 부르는 이 바다는 단순한 수역이 아니다. 평균 수심 44m, 전 세계 해양 평균 수심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이 얕은 '닫힌 바다'는 동북아 생명 공동체의 젖줄이자 공유 자산이다. 그러나 지금 이 공유부가 인위적인 열에너지에 의해 소리 없이 끓고 있다.
황해를 포함한 동중국해 지역의 수온 상승 속도는 전 지구 평균보다 유의미하게 빠르다.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Marine Science(2024)에 따르면, 이 해역의 연간 최고 수온 상승률은 10년당 약 0.3°C로 전 지구 평균보다 50% 이상 높으며, 여러 독립 연구들이 이 수렴된 결론을 지지한다.¹ 서울대 해양과학부 정희석 교수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는 황해를 '냄비'에 비유한다. 밖으로 나갈 길 없는 열이 얕은 바닥에 갇혀 누적되는 '분지 효과'가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경고다. 기후 위기라는 거시적 환경에 더해, 남·북·중 3국이 연안을 따라 쏟아내는 거대한 온배수(Thermal Effluent)는 황해의 생태적 숨통을 조이는 결정적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의 원전 대증설, '생태적 재앙'의 전초전인가
가장 시급한 위협은 중국의 원전 팽창이다. 중국은 2035년까지 총 200 GW의 원자력 발전 용량 달성을 목표로 대규모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는 2025년 현재 운영 중인 약 65 GW에서 세 배 이상을 증설하는 것으로, 약 150기의 신규 원전을 추가하는 규모에 해당한다.² 나아가 2060년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400 G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³
이 중 황해와 마주 보는 랴오닝·산둥·장쑤성을 포함한 동부 해안 지역에 다수의 원전이 배치될 예정이다. 다만 중국 원전 배치는 동부 해안 전반에 걸쳐 있으며 일부는 냉각탑 방식의 내륙 입지도 포함한다. 황해에 직접 온배수를 방류하는 해수 직냉식 원전의 비중과 위치에 대해서는 보다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의 열효율은 현재 34~36% 수준으로, 가스복합발전(약 60%)이나 최신 초임계 석탄화력에 비해 낮다.⁴ 이는 동일한 전기를 생산할 때 더 많은 폐열을 냉각계통으로 처리해야 함을 의미한다. 세계원자력협회(WNA)는 원전과 재래식 석탄화력 간 냉각수 요구량 차이를 15~25% 수준으로 평가하며, 그 자체가 입지 선정의 결정적 변수는 아니라고 본다.⁵ 그러나 개방형(once-through) 해수 냉각 방식을 채택한 대형 원전 수백 기가 동시에 가동될 경우, 황해라는 좁은 수조의 '열 수용 능력(Thermal Carrying Capacity)'에 미치는 누적 부하는 무시할 수 없다.
과학적으로 볼 때, 온배수는 단순히 물을 따뜻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표층을 덮은 따뜻하고 가벼운 물이 '강력한 성층(stratification)'을 만들면, 산소가 풍부한 표층수와 영양분이 많은 저층수가 분리되면서 바다 밑바닥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데드 존(Dead Zone)'으로 변해간다.⁶
황해에서 대구와 청어가 급감하고 독성 해파리가 창궐하는 현상은 이미 수십 년째 진행 중이다. 다만 이 생태 변화는 온배수만의 단일 결과가 아니라, 과잉 어획·연안 부영양화·기후변화·외래 종 유입 등 복합적 원인이 얽힌 결과임을 함께 인식해야 한다.⁷ 예일대 환경저널 Yale e360은 2000년대 이후 황해에서 해파리 세 종이 동시에 급증하고 있으며 남획과 연안 수질 악화가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⁸ 온배수는 이 복합 위기를 가속하는 중요한 촉진 요인으로, 그 역할은 결코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공유부로서의 바다, 그리고 관리의 부재
우리는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하여 "바다는 모든 인류와 생명체의 공유 자산이며, 이를 훼손하는 행위는 인류 공동의 범죄"라고 오래전부터 공감하고 있다.
온배수 역시 마찬가지다. 방사성 오염물질은 눈에 보이고 측정되지만, '열오염'은 보이지 않는 오염이다. 국제법상 열은 오염물질로 명문화되어 있지 않다는 법적 맹점을 틈타, 각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 황해를 거대한 냉각수 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인성 박사(국립수산과학원) 등 현장 전문가들은 서해 연안 수온 상승이 이제는 '상시적 물리 상태'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그럼에도 남·북·중 3국 사이에는 이를 통합 관리할 변변한 협약 하나 없다. YSLME(황해 광역해양생태계) 같은 기구가 있으나 구속력이 없으며, 지정학적 현실상 북한의 참여는 더욱 요원하다. 핵 문제와 남북관계라는 벽이 엄연히 존재하는 한,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의 공동 관리는 이 현실적 제약을 직시한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각국이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이라는 명분 아래 황해를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사이, 공유부로서의 바다는 소리 없이 파괴되고 있다.
제언: '황해 열수지 총량 관리'와 환경 안보
이제는 과학적 경고를 정책적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정부는 중국의 원전 증설에 대해 '주권적 사항'이라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첫째, '황해 열수지(Heat Budget) 총량제'를 제안해야 한다.
황해로 유입되는 인위적 열에너지의 총량을 계산하고, 각국이 배출할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하는 역내 협의체가 시급하다. 이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와 같은 원리를 해양 열오염에 적용한 것으로, 과학적으로 합리적이며 외교적으로도 선례를 만들 수 있는 접근이다.
둘째, '실시간 해양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의 공유다.
중국 동부 연안과 한국 서부 연안의 수온·온배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은 '환경 안보' 차원의 기본 예의다. 이는 불필요한 외교적 불신을 줄이고 공동 대응의 근거를 마련할 것이다. 특히 해수 직냉식 원전의 정확한 배치 현황과 온배수 방류량 데이터 공개는 신뢰 구축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셋째,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이다.
바다에 열을 버리는 방식의 거대 기저발전 중심에서 탈피하여, 분산형 재생에너지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와 함께 개방형 해수 냉각 방식을 채택한 신규 원전에 대해서는 온배수를 스마트팜·지역 난방 등에 재활용하는 기술적 의무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역시 입지에 따라 해양 생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에너지 전환의 모든 경로에서 해양 생태 영향 평가를 의무화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미래 세대에게 보낼 '생명의 바다'
바다는 말이 없으나 그 깊은 곳에서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다. 황해는 더 이상 뜨거운 열기를 무한정 받아낼 여력이 없다. 우리가 오늘 중국의 대규모 원전 증설 계획 앞에 침묵한다면, 내일의 황해는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고인 물'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황해를 공유하는 3국은 이제 각자의 이익이 아닌, 바다라는 공유부의 보전이라는 대의 앞에 마주 앉아야 한다. 북한 참여의 현실적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한·중 양국이 먼저 과학 데이터 공유와 협의 채널을 만들어 가는 것이 실현 가능한 첫걸음이다. 그것만이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전할 수 있는 길이다.
주석 및 참고문헌
¹ Frontiers in Marine Science (2024). "Trends of maximum annual sea surface temperature in the Eastern China Seas." 1985~2022년 위성 데이터 기반. 동중국해·황해 Tmax 상승률 0.3°C/10년, 전 지구 평균 대비 약 52% 초과.
² Wikipedia / World Nuclear Association. "Nuclear power in China." 2025년 기준 운영 58기·건설 44기·총 102기. 2035년 목표 200 GW 달성을 위해 대략 150기 추가 필요.
³ China Nuclear Energy Association (2025). 206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상 원전 400 GW, 발전 비중 18% 목표.
⁴ World Nuclear Association. "Is the Cooling of Power Plants a Constraint on the Future of Nuclear Power?" 현재 건설 중인 원전 열효율 34~36%, CCGT 약 60%.
⁵ World Nuclear Association / EPRI (2010). "Cooling Power Plants." 원전-석탄화력 간 냉각수 필요량 차이 통상 15~25%.
⁶ IAEA (2012). "Efficient Water Management in Water-Cooled Reactors." 개방형 냉각계통의 온배수 환경 영향 메커니즘.
⁷ Yale Environment 360 / Springer Nature *Hydrobiologia* (2022). 황해·동중국해 생태 교란의 복합 원인: 남획, 부영양화, 수온 상승, 외래종 등.
⁸ Yale e360. "Massive Outbreak of Jellyfish Could Spell Trouble for Fisheries." 2000년대 이후 황해 해파리 3종 동시 급증, 5년간 멸치 어획량 20분의 1로 감소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