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자
초록이 우거지고 짙어지는 칠월여름날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직장일로 2년간 제주에 머물게 된 남편을 따라 가족이 제주살이를 하게된 주현씨네.
언제든 내려오라는 초대를 했지만 뜻하지않게 만나게 해준 이들에게 감사한다.
여름휴가를 코앞에 두고 각자 직장일로 여유로운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 때이지만 마음이 모아지니 갈 수있는 시간을 허락해준다.
6개월만에 만나게 될 기쁨에 그리움이 한층 더해진다.
제주로 떠나는 날 서울은 습도가 높아 무덥고 구름진날씨이다.
오후 5시5분 비행기에 오르니 하늘은 온통 몇겹의 구름층으로 가득하다.
검은 먹구름층 위로 맑고 흰구름. 백야같은 흰구름 사이로 한줄기 저녁햇살이 빛난다. 마치 섬광같다.
한시간십분만에 제주에 도착하여 용두암쪽 해안가에서 짧은 쉼을 하고 만날 장소로 이동했다.
근호씨,주현씨,혜인,경민,주현씨어머님께서 반갑고 행복하게 우리 일행을 맞아주셨다.
설레고 기쁜맘으로 만남을 기다렸던 벗들과 서로의 안부로 자연스러워지고, 갈치조림으로 맛난저녁을 먹으면서
조용하던 우리꼬맹이들 예진과 혜인,현진이도 낯익은 것을 찾아내어 깔깔하하 소란스러워진다.
막내 경민인 엄마 무릎에서 우리들의 들뜸을 보고 있듯이 조용히 앉아있다.
이렇게 우리들은 마치 어제도 만났던것처럼 밤늦도록 두런두런 삶을 이야기했다.
근호씨야 직장때문에 이동하게 되어 생활변화에 별 무리가 없겠으나, 주현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주부로 돌아와 멀고 낯선곳에서 생활이 외로울거라는 나의 생각은 기우였다.
현실생활에 잘 적응하여 살도 조금찌고(그래도 말랐다), 가족모두가 평온한 모습이 좋아보였다.
서울에서 많은 사람들이 온다는 얘기를 듣고 동네사람들이 이부자리, 교자상,쟁반등을 빌려주셨다는 말에 콧등이 시큰해진다. 몸과 맘을 건강히 하며 주위와 잘 지내고 있음이 감사하다.
장마철이여서 기후의 변화가 많은 제주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을 맞는다.
투명한 맑은 날은 아니지만 앞 베란다에선 저 멀리 한라산이 팔을 벌려 제주를 품은듯한 자태로, 뒷 베란다에선 아파트사이로 먼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그야말로 전망좋은 집이다.
하루 휴가를 낸 근호씨 안내로 제주여행길이 시작되었다.
잘 알려지지 않고 찾는이들의 발걸음이 북적이지 않은곳을 선택했다.
한라산관음사.구조적 특성이 인상적이다.
선방과 토굴,다양한 전각이 많은 규모가 큰 사찰이지만 고즈넉하다.
부처님의 큰 뜻과 가르침을 얻고자 많은 스님들과 불자들이 도량을 닦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절물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 길옆으로 삼나무의 쭉 뻗은 자태들이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국적 풍광이다.
잠시 차를 멈추고 한컷.
절물 휴양림은 제주도민들에게 사랑받는 휴식처다.
가족들이 하루쯤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다.
절물 휴양림이란 이름은 사찰 근처에 약수가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삼나무. 울창한 편백림속에서 산림욕을 하면서 가슴펴고 깊은 호흡에 잠시 생각을 멈춘다.
절물 오름으로 오르는 길은 좁지만 빽빽한 나무에 둘러싸여 묘한 느낌을 준다. 중턱까지 오르는 가벼운 등산을 하고 아이들은 주변에서 맘껏 뛰며 놀이를 즐겼다. 연꽃 가득한 연못의 운치도...
비자림을 지나 성산포로 넉넉하고 아름다운 풍광에 흠뻑 젖는 기쁨에 시간가는줄 모른다.
제주해녀들의 물질로 건져 낸 해산물중 맛있다는 전복죽을 점심으로 먹었다.
해녀들이 조합을 이뤄 음식점을 운영한다고 하는데 고령화된 해녀문화 유지가 어떻게 지속될지 염려가 되나 먹거리를 보니 생각없는 어린아이가 되버렸다.
전복내장과 살로 쑨 푸르스름한 죽. 입에 살살녹아 죽 한그릇 맛나게 비워 고급스런 식사를 했다.
제주동쪽 끄트머리에 우뚝 솟은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며 콧노래 흥얼흥얼~~~
성산포 바닷가에서 한컷.
섭지코지 오르는 길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반대편 방두포등대쪽으로 올랐다.
오른쪽은 작은 오름, 말들이 풀을 뜯어 먹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어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여유만만이다.
한걸음씩 움직이다가 제자리에 서서 꼬리를 곧추세우더니 커다란 순무만한 똥을 몇덩이 쏟아낸다.
왼쪽엔 바다, 바다 가운데 마치 소가 누워있는듯한 섬이 보인다.
화담이 우도라고 해서 정말 그런줄 알고 즉석 사진을 찍었는데 우도가 아니라고 한다.ㅋㅋㅋ
등대에 올라 주변을 돌아보니 아름답기 그지없다.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진 곳이다.
바다 가까이와 산, 오름 등을 가는 곳마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감동이다.
세화해수욕장에서 수영을 하려고 했으나 뜨거운 여름햇볕과 더 괜찮은 곳이 있다는 곳을 향해 해안도로를 타고 룰루랄라 함덕해수욕장.
아이들은 모래소꿉놀이로 요리사, 조각가, 화가가 되기도 한다.
모래바닥에 뒹굴어 행위예술을 하기도 한다. 마냥 즐겁기만 하다.
출렁이는 파도와 시원한 바닷바람. 끊없이 이어진 바다를 바라보며 얕은곳 바닷물에 발을 담군채 바다마음을 품어 자연과 하나되는 오롯한 쉼을 만끽한다.
작년 제주에 왔을때는 관광지를 여행하면서 피곤함을 느꼈는데 오늘은 제주의 좋은 기운을 담을 수 있었다.
저녁먹거리는 제주흑돼지와 오겹살. 화려하진 않아도 알차고 다양한 체험으로 허해진 배를 채우고 마지막 비행기로 내려오는 후발대 은주언니와 윤진네를 위해 어시장엘 들려 횟감과 장을 보고 늦은 밤에 우린 한자리에 모였다. 몇사람이 빠져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음과 마음이 멀리 제주에서 하나되어 여름밤을 채웠다.
값진 땀을 흘리며 살고자 애쓰는 사람들과 만나 소통이 이뤄지고, 좋은 기운나눌 수 있으니 축복이고 신명나는 삶이 아닐수없다.
다음날 아침엔 고마운 마음 담아 기도와 가정예배로 하루를 감사히 맞는다.
안개와 낮은구름, 여름비로 실내에서 움직일 수 있는곳으로 출발.
인원이 많으니 움직임도 비례한다.
편리한 커피에 익숙한 우리들.
실생활에 친근하고 편안하게 자리매김이 되지 않은 차문화 발달과정과
다양한 차와 다기. 눈앞엔 초록으로 가득한 차밭.오설록박물관엘 들렀다.
송악산 해안을 지나는 길에 형제섬과 사람과 짐승 발자국이 찍힌 해안을 지난다. 그리곤 산방산을 거쳐 주상절리대로 향한다.
전복사촌이라는 오분작과 해물뚝배기로 점심으로 먹었다. 풍부한 해산물이 많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제주에는 옥돔, 전복, 갈치, 멸치 등 특산물 외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없다.
몇군데 식당엘 갔으나 밑반찬이 별로 없는것이 특징이다.
논농사 밭농사도 토질과 태풍으로 작황이 많지 않고 갯벌이 없어 조개류도 많지않아 왠만한 것은 육지에서 들여와야 한단다.
온갖 먹거리는 서울에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점심을 먹으면서 제주에서 8여년을 살면서 버섯농사를 짓고 있는 광종씨를 만났다.
계속되는 비로 우리들은 아이들과 일정을 달리 했다.
미혜씨와 주현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소리섬박물관으로 향하고,
어른들은 식사한곳에서 가까이에 있는 주상절리대로 이동.
고온의 용암이 바닷물에 급격히 냉각되는 과정에서 기둥모양의 평행한 절리라고 해서 붙여진 곳을 위에서 바라보니 마치 거북이 등같다.
물이 빠진 때는 지금보이는 곳에서 아래로 4-5m 더 바위가 보이는데 신비하다고 한다.
물이 닿은 곳부터는 바위가 붉은색을 띄고 있으니 그럴것이라 짐작된다.
비경을 바라보면서 카메라를 찾았으나 있는줄 알았던 카메라는 아뿔사! 집에 있단다.
있던 카메라는 아이들팀으로 보냈으니 아쉬운대로 핸드폰카메라로 찍었다.
사철 약수가 흐르는 연못때문에 붙여진 약천사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이 조선초기 불교건축 양식이란다.
아마도 웅장한 건물이 동양최대사찰이지 않을까싶다.
고려말 최영장군이 해안에 홀로 우뚝솟은 외돌괴에 옷을걸쳐 적군이 큰 장수로 오인하게 해서 승리로 이끌었다는 전설이 있는곳 장군석이라고도 불리는 외돌개.
고기잡이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바위가 되었다는 할망바위.
산책로와 기암괴석, 절벽아래 파도가 부서질때는 우유빛같은 바닷물.
맑은 날엔 범섬, 문섬, 섶섬이 보인다고 한다.
갑자기 검은 먹구름과 바람이 불어온다.
모두가 비가 올것같다며 산책로를 다 돌지 않고 잰걸음걸음은 주차장으로 향한다.
지짐이를 먹으면서 여유를 즐기려했으나 드디어 쏟아지는 폭우에 차를 탔다.
운전하기에 조심스러울뿐 비가 와도 아이들처럼 즐겁기만하다.
현지인 광종씨 안내로 꿈에 그리던 곳엘왔다.
조용하고 한적한 바닷가에 자리한 어진횟집
들이치는 비도 아랑곳없이 툇마루처럼 툭트인 곳에 앉으니
눈앞에 바다가 그대로 드러나고 섶섬이 가까이 있다.
자리물회,자리강회,한치물회,파랗고 시원한 제주소주를 기울이니 세상 부러울것이 없다.
현지인도 첨에 먹기엔 망설인다는 자리물회를 우리들은 맛나게 먹으니 놀랍다고 한다.
손가락두개만한 자리회를 그대로 썰어서 꼬리,지느러미까지 그대로 드러난다.
오이와 깻잎 등, 갖은 양념,매콤새콤 얼음동동.
그곳에선 식사와 함께 먹는 서민음식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먹는 새꼬시와는 엄연히 다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한라산을 둘러 돌아오는 곳
빗길에 위험하나 조심스러움으로 관광객인 우리들을 위해 선택한 길이다.
취기와 고단함에 차안에서 잠이 들어 제대로 한라산을 볼 수는 없었지만, 깜빡잠에서도 한라산정기와 함께 지낸 수고로움은 가슴에 꼭꼭 담는다.
얼굴가득 좋은기운으로 채운 제주에서 3일.
아쉬움에 두런두런 마지막밤이다.
주현씨 어머님께선 야식으로 국수를 삶아주신다고 주무시다가 깨셨다.
며칠간 잘 먹고 편히 잘 지내서 더이상 배를 채우기엔 부담이여서 그만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어머님의 평화로움과 정성스런 삶을 느끼면서 나 또한 마음밭을 단정히 해야겠다는 배움이다.
다음날 이른아침 기도와 예배를 마지막으로 모시고 서울로 향했다.
다행히 맑은날이여서 하루늦게 내려온 일행과 미혜씨넨 오후 여행을 할 수있을것같다.
여름가득찬 날 그리움과 그리움이 제주에서 만나 마음과 몸을 열어 정을 나누고 안으로의 삶이 깊어지고 의연하길 눈길나누면서 헤어졌다.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 제주에서 2년간 생활하는 주현씨네.
벌써 한해살이 절반을 지냈으니 남은 기간동안도 건강하고 행복하고 좋은 기억을 담을 수있는 날들이기 비나리한다.
서로 곁이되어 부딪쳐 살아가는 관계에 감사하면서
짧지만 깊은 제주여행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