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에 재펑크... 참... 남의 원고 쓰는 것 참 지렵네요.
그림은 뺐습니다. 저작권 문제 요즘 심각하더라구요!
4. 열이 넘쳐나는 적도 지방
하늘이 갑가지 어두워진다. 먹구름이 몰려드는가 했더니 어느새 콩알 같은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느릿느릿 걷던 사람들이 쏜살 같이 어디론가 달려간다. 스콜은 대지를 흠뻑 적신다. ... 이내 비는 거치고 땅이 제법 질척이는가 했더니 태양의 붉은 혓바닥이 땅에 고인 물을 핥아버렸다.
붉은 태양이 노니는 지역
‘열대 지방’이라고 읊조리면서 눈을 감으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는가?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 뜨거운 해변과 키 큰 야자수들, 야자수에 메어놓은 해먹, 그 해먹에 누워 흔들리는 나의 몸! 그 옆에 놓여 있는 붉은 빛깔의 음료수 등등. 열대 지방은 생각만 해도 마음과 몸이 후끈해진다. 그렇다면 열대 지방이 더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열대 지방이 태양과 친하기 때문이다.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한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자. 하루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때를 하지,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때를 동지라고 한다. 하지란 여름의 극성기라는 뜻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태양이 우리들이 사는 곳에 가장 가깝게 위치하는 시기로, 6월 22일 하지 때의 태양은 북위 23.5° 지역에 위치한다. 반면 동지는 태양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멀어지는 시기이며, 이때 태양은 남위 23.5°에 위치한다.
지구를 중심으로 볼 때, 태양의 운명이란 북위 23.5°에 위치한 북회귀선과 남위 23.5°에 위치한 남회귀선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는 것이다. 태양이 한 번 회귀선을 오갈 때 중위도 지역에서는 4계절이 바뀌고, 우리들은 한 살씩 나이를 먹게 된다.
태양과 늘 친근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사이에 위치한 지역이 바로 열대에 해당하며, 이곳은 지구에서 가장 연평균 기온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열대 기후는 세 개의 작은 기후대로 구성된다. 작은 기후대의 차이는 강수 특성에서 비롯되는데, 연중 많은 비가 내리는 지역이 열대 우림 기후이고, 눈에 띄게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가 나타나는 지역이 열대 사바나 기후이며, 1 ~ 3 개월의 짧은 건기가 나타나는 곳을 열대 몬순 기후에 해당한다.
열대 밀림, 세상에서 가장 두터운 숲
열대 우림 지역, 아침 공기는 제법 선선하다. 기온은 20℃를 조금 넘는 정도!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태양은 점차 뜨거워지고, 그에 따라 기온은 빠르게 상승한다. 오후 두 시쯤 지날 즈음부터 저녁 시간 사이 먹구름이 끼어 갑자기 사위가 어두워지면 스콜이 시작된다. 거센 비가 내릴 때 사람들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여간 바쁜 일이 아니면 거센 비를 뚫고 움직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콜이 한 바탕 떠들썩한 뒤, 태양은 다시 힘을 발휘한다. 땅 위에 고였던 빗물도 작열하는 태양빛에 어느덧 사라져 버린다. 저녁이 되면서 어둠이 내리지만 바람은 여전히 후끈하다. 이것이 열대 우림 기후 지역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날씨이다. 이 지역의 일기 예보는 일 년 365일 ‘맑음, 한때 스콜’!
열대 우림 기후 지역의 연평균 기온은 26℃ 정도나 되며, 기온의 연교차는 2℃ 정도로 극히 작다. 태양의 고도는 지구상의 어느 지역보다 높지만 대지가 늘 축축한 상태이기 때문에 저위도의 사막 지역만큼 기온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반면 이 지역의 연 강수량은 2,500mm 내외로 매우 많은 편이다. 지역의 월 강수량은 대체로 고른 편이지만, 바람과 지형적인 차이에 따라 월 강수량이 차이가 나타나는 곳도 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열대 원시림은 키가 다른 여러 나무로 밀림을 이룬다. 키가 큰 나무들은 높이가 무려 30~45m에 이르며, 그 아래는 그보다 키가 작은 나무들과 거대한 넝쿨 식물들이 나무에 매달려 자란다. 밀림의 모든 식물들은 서로 빛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듯 자란다. 밀림 속은 말 그대로 다양한 생물종이 사는 보물 창고이다. 극락조나 앵무새와 같은 아름다운 깃털을 지닌 새들이 노래하고 있으며, 덩치 큰 오랑우탄이나 침팬지 같은 족속들도 산다. 밀림 사이를 흐르는 강이나 늪지에는 악어와 크고 작은 수많은 물고기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열대 밀림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일찍이 화전 농업을 행했다. 짧게 나타나는 건기 동안 나무의 밑둥에 상처를 내어 나무가 말라 죽게 한 후 우기가 가까워지면 불을 놓아 밭을 경작한다. 나무가 타다 남은 등걸들 사이에 막대기를 이용해 농작물을 파종하는 방식으로 농업이 이루어진다. 열대 지역의 토양은 많은 비로 인해 매우 척박한 라테라이트 토가 덮여 있어 지력이 약한 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한 장소에서 경작을 하다 2~3년이 지나면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전통적으로 동남 아시아에서는 얌, 마니옥을 아프리카에서는 카사바 등을 재배하여 왔으며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옥수수를 많이 재배한다.
열대 몬순, 비는 축복이자 재앙
계절풍의 영향을 받는 인도나 타이를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일까? 정답은 12월 ~ 1월. 이 시기에 건기 혹은 겨울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인도 북부나 타이 북부 지역에서는 우리나라 초가을의 느낌이 나며, 인도 남부나 타이 남부에서도 기온이 높을 뿐, 비가 많이 내리거나 습도가 높지 않아 쾌적한 여행이 가능하다.
열대 몬순 기후는 열대 지역 중 계절풍이 부는 지역에서 나타나는 기후를 말한다. 몬순은 흔히 계절풍을 의미하는데, 때에 따라서는 여름 계절풍이 부는 우기를 뜻하기도 한다. 열대 몬순 기후는 열대 우림 기후와 마찬가지로 연중 기온이 높고 연 강수량도 많은 편이지만, 2 ~ 3개월 정도 건기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적이다.
열대 몬순 기후 지역에서 우기와 건기가 교차하는 이유도 바로 태양의 회귀 때문이다. 태양이 가까이 다가와 고도가 높아지면 땅이 데워져 비가 많이 내리는 반면, 태양이 다른 반구 쪽으로 이동하여 고도가 낮아지면 땅과 대기가 다소 식으면서 건기가 전개된다. 이러한 특성을 지닌 열대 몬순 기후는 남부 아시아에서 동남 아시아에 이르는 지역, 남미의 북동부 지역, 아프리카 기니 만의 서쪽 지역 등지에 분포한다.
인도로 가보자. 인도의 우기는 어떻게 시작될까? 태양이 남회귀선에 위치할 때는 건기이며, 남회귀선에서 적도를 넘어 인도로 다가올 때 여름 계절풍이 시작되고,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가 펼쳐진다.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면서 인도의 북서부와 중부 내륙 지역에서는 기온이 상승하며, 대기는 데워져 대륙 쪽에서 저기압이 형성된다. 대륙 쪽에 기압이 낮아지면서 인도양과 벵골 만 쪽에서 수증기를 머금은 바람이 인도 대륙으로 몰려드는 데 이것이 여름철의 남서 몬순에 해당한다. 여름 몬순이 인도 반도에 처음 닿는 시기는 6월 초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여름 계절풍의 영향 범위는 확대되는데, 8월이 되면 인도 대륙 전체가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여름 계절풍의 영향권에 든다.
남서 계절풍은 인도에 많은 비를 몰고 오는데, 일 년 내리는 비의 80% 정도가 이 시기에 집중된다. 인도 사람들에게 남서 몬순은 축복이다. 왜냐하면 남서 몬순이 잘 불어야 인도 전체 경제 인구의 70%를 부양하는 한 해의 농사가 원활하게 시작되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벼농사는 물론 면화, 황마 등을 짓는 데도 충분한 비는 필수적이며, 몬순이 조금이라도 늦어질 때 인도 농업은 커다란 타격을 입는다.
도시 거주자들도 몬순을 대체로 환영한다. 여름 몬순이 찾아오는 시기가 바로 대지가 극도로 데워져 사람들이 ‘더 이상 못 견디겠어’라고 생각할 즈음 찾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중 호우가 내릴 때면 길이 곤죽이 되고 집이 침수되면서 성가신 일을 발생하기도 하며,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한다.
계절풍이 부는 지역 중 인도의 아삼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비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양에서 발원하여 벵골 만을 통과하면서 형성된 엄청난 물 폭탄이 아삼 지방의 구릉지에 부딪쳐 많은 비가 내리는데, 체라푼지라는 곳에는 연 강수량이 12,000mm를 넘으며, 1861년에는 무려 22,897mm나 내렸다. 여름 계절풍은 히말라야 산맥과 파미르 고원을 넘어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도 인도양에서 시작된 바람에 의해 여름철 비가 내린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동남 아시아 지역에서는 벼농사가 이루어지는데, 그것은 이들 지역이 모두 계절풍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계절풍이 부는 지역의 범람원이나 삼각주에는 크고 작은 논이 조성되어 있으며, 신기 습곡 산지가 펼쳐져 농경지를 구하기 힘든 필리핀의 산악 지역 등지에서는 계단식 논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논농사는 원래 우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관개 시설이 발달하면서 일 년에 서너 차례 수확을 거두는 논들이 생겨나면서, 동남 아시아를 여행할 때 어린 벼가 자라는 에메랄드 빛의 논부터 수확 전의 황금색 논까지 다양한 논의 색깔을 경험할 수 있다.
열대 사바나, 동물들의 천국 혹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
동물의 세계를 다루는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은 아프리카 열대 사바나를 보여준다. 열대 사바나 지역은 열대 우림 기후와 같이 연중 기온이 높지만 태양 고도의 변화에 따라 우기와 건기가 펼쳐지는 곳이다. 열대 사바나의 우기는 적도 저압대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반면, 건기는 아열대 고압대의 영향으로 발생한다.
우기에는 기온이 높고 비가 많이 내린다. 지역에 따라 우기는 한 해 한 번만 나타나기도 하고, 두 번 나타나기도 한다. 우기에는 태양이 머리 위에서 이글거리며, 많은 비로 인해 여기저기 물웅덩이들이 생긴다. 우기에는 물과 풀이 풍부하여 다른 곳에서 살던 동물들이 이동해 들어온다. 건기에는 태양의 고도는 조금 낮아지지만, 태양빛은 여전히 강렬하다. 비가 내리지 않아 풀은 노랗게 타들어가며, 자연 발화에 의해 커다란 불이 나기도 한다. 이때는 이미 동물들이 무리지어 들판을 떠난 시기이며, 누런 들판에 남은 동물들의 생존은 위태로워진다.
우리는 흔히 열대 사바나를 야생 동물의 천국이라고 하지만, 야생 동물들의 삶도 생존을 위한 치열한 투쟁에 다름 아니다. 가령, 사자는 가젤이나 얼룩말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어야 굶어죽지 않으며, 가젤이나 얼룩말은 무리 중에 중간 정도는 달릴 수 있어야 야수들의 밥이 되지 않는다. 사바나의 초식 동물들은 눈이 밝거나, 냄새를 잘 맡거나, 소리를 잘 듣는, 혹은 물을 잘 찾는 장기를 발휘하면서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이 특징적이다.
열대 사바나 지역은 열대 우림보다 개간이 쉽다. 사바나 지역에서는 커피, 목화, 사탕수수 등의 상품 작물 재배가 활발히 이루어지는데, 커피의 브라질, 경우 한 곳이 많다. 상품 작물은 플랜테이션이라고 불리는 대농원에서 재배되는데, 우기에 주로 성장하며, 건기에 결실과 추수가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