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나쁜 목적을 가지고 진료를 하는 의사들이 어디있나. 이제 다시는 이 싸움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조석구 교수는 9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임의비급여 관련 대법원 판결에 거듭 아쉬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진료하겠다는 열정은 인정받았지만 실리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대법원은 최근 응급성과 유효성, 안전성, 환자 동의 등의 요건을 갖췄다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임의비급여도 허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는 그 동안 임의 비급여는 모두 불법이라는 기존 판례를 뒤집고 제한적이지만 허용한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갖추고 △그렇게 진료해야 할 시급성이 있으며 △환자에게 미리 그 내용과 비용을 설명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의사-환자들 당사자 간 분쟁만 야기 답답해"
조석구 교수는 "요양기관이 임의비급여를 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서 "진료를 하는 의사도 병원도 여간 고충이 심각한 것이 아닌데도 정부는 쏙 빠지고 의료 현장에서 당사자간 분쟁만 고조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더욱이 정부는 의견을 내려면 전문가단체인 학회를 통하라고 하지만 그 절차가 얼마나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지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과징금 조차 전혀 탕감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허탈감은 더욱 크다고 했다. 조석구 교수는 "얼마든지 정부가 슬기롭게 정책을 추진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인데 끝까지 환자, 병원, 의사와의 마찰로 몰아간다"면서 "그렇다면 임의비급여 원천적으로 금지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판결에서 전제 조건으로 내세워진 입증책임을 의료기관이 하도록 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는 "단순히 의료기관의 수익 증대를 위한 탈법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환자의 건강권과 환자에게 동의를 얻었단는 가정하에 충분히 인정해야 된다"면서 "형식적인 제도 개선이 아니라 실질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제발 담아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조석구 교수는 "의료진의 목표는 하나다. 바로 소신껏 최선의 진료를 하고자 함이다. 돈은 두 번째다. 이는 환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임의비급여를 통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가진 의사가 몇이나 되겠냐"고 허탈해했다.
조 교수는 "제도는 항상 한 발, 아니 열 발 백 발이 늦다. 유효성, 안전성 담보가 돼야 하는 것은 가장 우선적으로 전제돼야 한다"면서 "앞으로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내놓을지 유심히 지켜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