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포항 오천에 있을때 이런일이 한번 있었습니다.
포항에 처음 이사를 왔던 동네에
저희가 세들어 살던 집 근처에 파지를 아주머니가 계셨어요.
아저씨가 사고이후 후유증으로
생계를 이어가지 못하자
아주머니가 생계를 위해
파지를 모으기 시작했나 봅니다
아내와 그 집을 지나칠때마다
간혹 그 아주머니 이야기를 화제로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어느순간부터
저는 퇴근시간이면 이마트에 들려 자동차 트렁크에 포장용 빈 박스를 몇 개씩 실어다가 그 아주머니집 창고에 내려놓고 퇴근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 아주머니가 그날 저녁에 분명히
창고에 빈박스를 정리해 두었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 박스가 너부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아주머니가 동네 아주머니들과 수근덕 거리기 시작 했나봅니다
누가 박스를 흐트려놨어? /누가 빈박스를 여기다가 죄다버려놓고 갔어?
그런데 정리해놓은 박스더미가 흐트려 진것은 맞는데 양은 줄지가 않았답니다
처음에는 근처에 다른 사람들(파지를 줍는 할아버지)이 얌체같이 모아 놓은 파지를 훔쳐가는가 하고 화가 나셨답니다. 남의 말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하는 시골사람들의 특성이겠지만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 할것 없이 오만 상상과 추리를 동원해 수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동네 어귀에 퇴근시간무렴
저녁이 어스럼해질무렵
간혹 시동도 켜지않은채
포터차량 운전석에 앉아 잠복을
하시는 동네 아저씨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저의 행동에 대하여 떳떳했기에....)
늘 하던데로 차를 잠시 정차해둔채
트렁크를 열어 실어 온 종이박스를
너부러놓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내가 보다못해 아주머니에게 남편이 한번씩 박스를 트렁크에 실어 나른다며 실토를 했나봅니다.
저는 그런 아내에게 쓸데없는 생색을 낸다며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주머니가 제게 쿨하게 서먹한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아이구, 젊은 사람이.. 고맙구로...”하시더니 말을 딸 아이이게 돌리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예지야! 아빠보고 박스 많이 날라라고 해레이...”
저는 멋쩍어 허허 웃으며 말을 받았습니다
“(갖다 드린 박스종이가) 돈 좀 됩니꺼?” 하며 둘러댔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의 때묻지 않고 예를 갖추지 않은 진심어린 답변을 하시더군요
“아이고.. 돈은 안돼도 그 마음이 고맙지요”
.........
.......
이 일을 두고 아는 지인괴 논쟁아닌
논쟁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그 박스를 차에 실어오는데
저는 조금도 무겁거나 힘들지 않습니다,
저한테 그 많은 박스가 필요한것도 아닌데 굳이 실어올 필요도 없었겠지요...
그런데 아침에 한밤중에
누군가 버리고 간 그 박스를 보면
아주머니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것이 왠 횡재냐? "
혹은 흐뭇한 미소를 자아내시겠죠
저는,
대형 할인마트에서 남아도는
빈 박스를 갖다 놓음으로서
그 아주머니에게
돈 한푼 안들이고 힘들이지 않고
활기찬 하루를 창출해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렇게 이야기할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먹고살기 힘들어하는 아주머니한테 만원짜리 그냥 적선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구요..
제가 매번 실어다주는 박스 종이 해봤자 돈 오천원도 안되는데 뭐하러 그라노? 하실수 있어요
맞습니다..
제가 드렁크에 실어나른 박스종이를 3천원어치도 안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제가 하루에 만원씩 용돈드리는 것이 기뻐하실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주머니의 하루일과 중에 유일한 낙은 아마도 창고에 쌓여가는 박스를 바라보는 일 일것입니다. 창고에 쌓여가는 박스를 바라보며 느끼는 것은 바라 성취감이며 커져가는 희망일것입니다.
한번씩 고물상에서 트럭이와서 그 많은 창고의 재생품을 실어가는 것!
그 횟수가 잦아지는 것!
그런 모습을 보며 성취감을 맛보고 희망을 키워가며 흐뭇함을 느끼고
.....
더 나아가서는
알게 모르게 박스를 챙겨주는 동네 사람들을 향해 감사할 수 있는
여유까지
저는 창출해 내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모두 무시하고 단돈 만원을 매일 용돈으로 드린다구요?
그분이 고마워하실까요?...
그 아주머니가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아주머니에게 필요한 것은 더불어 함께 걸어가는 누군가가 이사회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세상 살아가는 동안
하나님께서 함께 동행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일깨워주는 것!
그것이 멀게는 복음의 시작이며
전도의 시작이 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돼었던...
나의 작은 행동의 실천으로 인해
세상의 구석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올수있다면...
저는 멈추지 않을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