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을 허물고 덕수궁과 시청 앞 서울광장 사이의 도로까지 합해 탁 트인 ‘덕수궁 광장’을 만들면 어떨까.
덕수궁과 서울광장을 합하면 서울광장의 일곱 배나 되는 총면적 8만4560㎡의 새로운 역사 광장이 조성된다. 더불어 덕수궁을 둘러싼 탁 트인 녹지와 궁궐이 공개되면서 삭막했던 도심에 뉴욕의 센트럴파크, 런던 하이드파크와 같은 열린 공원이 생기게 된다. 현재의 작고 특색 없는 서울광장도 분수와 스케이트장, 몇몇의 축제 등으로 사람들에게 큰 기쁨을 제공하는데 그 일곱 배나 되는 거대한 광장에 한국의 역사와 서울의 매력을 제공한다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다.
자, 그럼 이제는 차 없는 덕수궁 광장 한가운데 서 있다고 상상해 보자. 가장 먼저 우리나라 근대사의 현장인 덕수궁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인왕산과 광화문, 세종대왕·이순신 장군 동상까지 연결되는 역사의 기개가 덕수궁 광장까지 펼쳐진다. 주변에는 현재의 발전된 한국의 모습을 보여 주는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 있다. 다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서울의 미래를 설계하며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초현대식 서울시청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뒤를 돌아보면 국보 1호인 남대문의 모습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이런 아날로그적인 모습에 한국 최고의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유비쿼터스 존을 만든다면 이 광장이야말로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조명하며,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역사 광장인 것이다.
세계적인 광장 주변에는 늘 값진 문화 유산이 넘쳐나고 광장 주변에 몰려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 또한 분위기 있는 카페와 맛있는 레스토랑, 이국적인 상가, 정기적으로 열리는 장터와 축제의 즐거움이 끊임없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덕수궁 광장은 이 모든 요건을 다 갖추고 있다.
경희궁·경복궁·창경궁·창덕궁·운현궁 등 조선시대의 궁궐들이 근방을 둘러싸고 있어 도시의 과거로 역사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세계 어디에도 이렇게 궁궐이 모여 있는 곳은 없다. 또 덕수궁 주변에는 조선 말 근현대시대에 서양식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는 러시아대사관이나 영국대사관 등이 있다. 더불어 덕수궁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서울역사박물관·금호아트홀·정동극장·난타극장, 세종문화회관 등이 어우러져 문화의 감동을 전할 것이다. 전통의 거리 인사동과 쇼핑 천국 명동, 먹거리 축제의 장 무교동까지 모두 덕수궁 광장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탁 트인 덕수궁 광장에서 세계적인 음악회, 세계대학축제, 전람회 등 특색 있는 축제를 펼친다면 폭발적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서울 관광의 킬러 콘텐트가 될 것이다.
덕수궁 광장이 실현된다면 정말 서울을 상징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명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보다, 런던의 트라팔가르 광장보다, 뉴욕의 타임스스퀘어보다, 파리의 개선문 광장보다 훨씬 아름답고 유서 깊은 광장이 재창조되는 것이다.
덕수궁 광장에는 문화 사적 주변인 돌담을 허무는 것과 사라지는 도로로 인한 교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물론 소중한 문화 사적 주변에 손을 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적지 주변이기 때문에 현행법상 엄격한 심의를 거쳐야 하고, 문화재를 지키고자 하는 국민과 시민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문화재를 지켜야 하는 명분이라면 덕수궁 돌담은 원래의 돌담이 아니라 덕수궁이 1962년 7월 사적 124호로 지정된 뒤에야 지금처럼 높이 쌓아졌기 때문에 진정한 문화재적 가치를 논하기 어렵다. 돌담의 추억과 정취가 아쉬워서라면 정동 돌담길은 남아 있으므로 지금 그대로 즐길 수 있다.
교통 문제는 덕수궁과 서울광장을 합한 지하에 세종로를 따라 지하도로를 만들면 교통 신호가 없어 교통 체증도 해결되고, 도로의 소음도 지하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더불어 지하에는 관광버스 주차공간도 마련하고, 매력 있는 지하상가도 만들 수 있다.
바다를 건널 수도 있고, 하늘을 날 수도 있다는 누군가의 상상력이 신대륙을 발견하고, 하늘 길도 여는 기막힌 역사를 만들었다. 이제 수도 서울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 창조를 위해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때다.
이승한 홈플러스 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