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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글판 2026년 여름편
여름이 간다. 이상 기후 난동으로 폭염이 쏟아부었지만 입추를 지나면서 폭염은 누그러지고 비가 내렸다. 더위가 제 자리로 돌아가다는 처서인 오늘 바람이 선들거린다. 비록 예년과 다른 기후 위기가 있었지만 한반도 날씨는 크게 보면 절기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광화문글판 여름편은 6월에 꾸며져 8월에 막을 내리고 9월에 가을편으로 장식된다. 그런데 여름편 글판이 내려지는 8월말을 맞이해 뒤늦게 광화문글판 2026년 여름편을 정리한다. 광화문글판 2026년 여름편은 메리 올리버(Mary Oliver, 1935~2019) 시인의 '마지막 날들' 작품에서 발췌했다. "hiss the bright curls of the leaves. Now!(동그랗게 말린 밝은 잎들이 속살거리지. 지금이야! 민승남 옮김) 이 시는 메리 올리버의 시선집 <기러기>에 실려 있다.
광화문글판 2026년 여름편을 본 뒤 민승남 번역자가 옮긴 메리 올리버의 시집 <천 개의 아침>과 <기러기>를 구입해 읽었다. 메리 올리버는 자연과 인간의 삶에 대하여 묘사와 비유, 상징으로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신비로운 자연을 경탄하고, 그 자연을 구성하는 인간의 삶, 순환하는 생태계 일부인 인간의 삶을 아름답게 시 작품 속에 담아냈다. 그 아름다운 시들에서 광화문글판은 '마지막 날들' 작품을 선정하여 그 작품에서 시구(詩句)를 발췌했다.
동그랗게 말린 밝은 잎들이 속살거리지.
지금이야!
hiss the bright curls of the leaves.
Now!
아래에 광화문글판 2026년 여름편과 관련하여, 1.메리 올리버의 시집 <천 개의 아침>(민승남 옮김) 2.광화문광장 및 광화문글판 3.메리 올리버의 시선집 <기러기>(민승남 옮김)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1.메리 올리버의 시집 <천 개의 아침>(민승남 옮김)
시집 <천 개의 아침>에서 몇 작품을 소개한다.
"나는 충분히 살았을까?/ 나는 충분히 사랑했을까?/ 올바른 행동에 대해 충분히 고심한 후에/ 결론에 이르렀을까?/ 나는 충분히 감사하며 행복을 누렸을까?/ 나는 우아하게 고독을 견뎠을까?// 나는 그런 말을 해, 아니 어쩌면/ 그냥 생각만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사실, 난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아.// 그러곤 정원으로 걸어 들어가지,/ 단순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정원사가/ 그의 자식들인 장미를 돌보고 있는." - '정원사' 전문.
이 작품에서는 이 구절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나는 충분히 살았을까?/ 나는 충분히 사랑했을까?/ 중략 / 나는 충분히 감사하며 행복을 누렸을까?/ 나는 우아하게 고독을 견뎠을까?
"그는 나무 아래 누워, 그늘을 핥고 있었어.// 안녕 또 만났네, 여우, 내가 말했어.// 당신도 안녕, 여우가 말했어, 나를 올려다보며/ 달아나지 않고서.// 넌 달아나지 않니? 내가 물었어.// 그건, 당신이 우리에 대해 하는 말을 들었거든./ 여우들에게도 소식이 돌아, 당신이 아는지 모르겠지만.// 무슨 말을 들었다는 거지?// 한 여자가 당신에게 말했지. "사냥은 여우에게 좋은 거예요."/ 그러자 당신이 물었지. "어느 여우요?"/ 그래, 기억나. 그 여자는 발끈했지.?// 그러니 당신은 괜찮다고 내 책에 나와 있어.// 네 책! 그건 내 책에 있었어, 그게 우리의/ 다른 점이지.// 그래, 맞아. 당신은 삶에 대해 당신의 똑똑한 말들로/ 그 의미를 숙고하고 곱씹으며 야단법석을 떨지만,/ 우린 그저 삶을 살아가지.// 아!// 궁극적으로 삶의 의미를 알아낼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그런데 왜 그걸 알아내려고 그 많은 시간을 쓰는 건지./ 당신은 야단법석을 떨고, 우린 살지.// 그는 이제 늙은 몸이라 천천히 일어나서/ 어슬렁어슬렁 걸어갔어." - '잘 가렴, 여우야' 전문.
이 작품에서는 이 구절이 마음에 들었다. "당신은 삶에 대해 당신의 똑똑한 말들로 그 의미를 숙고하고 곱씹으며 야단법석을 떨지만, 우린 그저 삶을 살아가지. 그러니 오늘, 그리고 모든 서늘한 날들에 우리 쾌활하게 살아가야지."
"밤새 내 마음 불확실의 거친 땅/ 아무리 돌아다녀도, 밤이 아침을/ 만나 무릎 꿇으면, 빛은 깊어지고/ 바람은 누그러져 기다림의 자세가/ 되고, 나 또한 홍관조의 노래 기다리지(기다림 끝에 실망한 적이 있었나?)." - '천 개의 아침' 전문. 이 작품은 우리 삶이 결국은 '기다림'이라는 것, 이 생각 자체가 우리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 같다.
2.광화문광장 및 광화문글판 2026년 여름편
2026년 7월 22일 광화문광장에 나가서 광화문광장과 광화문글판을 살폈다. 7월의 한낮 광화문광장 모습이 지금도 춤을 춘다. 메리 올리버의 시는 광화문글판 2015년 가을편으로도 장식되었었다. 그때는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 <휘파람 부는 사람>에서 발췌했다.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이 문안은 한강 작가가 추천하였다고 한다.
이번 문안은 메리 올리버의 시 '마지막 날들'에서 발췌했다. "모든 것들이/ 변해가지, 모든 것들이/ 긴 오후의/ 푸른 소매 속으로/ 빙그르르, 툭 날아들기 시작하지./ 모든 것들이 물러지며 끓어올라/ 물질과 빛깔로 돌아가는 사이,/ 풀들이 소멸된 입으로/ 우우 휘파람 불지. 모두가/ 자신의 매력을 잊으며, 속삭이지./ 나도 망각을 사랑해, 거기엔/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잖아. 지금이야,/ 동그랗게 말린 밝은 잎들이 속살거리지. 지금이야!/ 바람의 근육이 윙윙거리지."
아래에 교보생명 뉴스룸 '광화문글판'에 소개된 "2026 광화문글판 여름편, 메리 올리버 ‘마지막 날들’ 내 안의 가능성을 믿다"를 옮겨온다.
●2026 광화문글판 여름편 교체… 한여름의 생기와 시원한 에너지 담뿍!
●동그랗게 말린 밝은 잎들이 속살거린다…메리 올리버 ‘마지막 날들’
●내 안의 가능성을 믿고, 새로운 도전을 과감히 시작하세요.
푸른 잎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는 계절,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여름을 맞아, 광화문글판도 새로운 문안으로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2026 광화문글판 여름편 문안은 메리 올리버 시인의 시 ‘마지막 날들’에서 옮겨왔습니다.
"동그랗게 말린 밝은 잎들이 속살거리지. 지금이야!"
이번 여름편 문안은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어린 잎의 순간을 담아냈습니다. 작고 여린 잎 하나가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일에도 치열한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듯, 우리 역시 삶의 어느 순간에는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라고 외치며 피어나는 잎사귀처럼, 내 안의 가능성을 믿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 광화문글판 여름편 디자인은 청량한 여름의 생명력을 직관적이고 서정적인 일러스트로 표현해 눈길을 끕니다. 푸르고 싱그러운 잎사귀 줄기에 걸터앉은 어린아이를 통해, 작은 꿈이 큰 결실로 이어지듯 다가오는 미래를 향한 설렘과 희망을 시각적으로 산뜻하게 담아냈는데요. 초록빛으로 가득한 화면은 보는 이들에게 한여름의 생기와 시원한 에너지를 전합니다.
이처럼 자연 속에서 삶의 의미를 포착한 메리 올리버는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 ‘영혼의 길잡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미국의 대표 시인입니다. 열네 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그는 1984년 퓰리처상, 1992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그 문학성을 인정받았습니다. 2019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매일 숲을 거닐며 세밀한 시선과 감각적인 묘사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써 내려갔죠.
2026 광화문글판 여름편 문안으로 선정된 ‘마지막 날들’은 메리 올리버에게 전미도서상 수상의 기쁨을 안긴 그의 시선집 <기러기>에 실린 작품인데요. 한편, 메리 올리버의 작품은 과거 광화문글판에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지난 2015년 광화문글판 가을편 문안이었던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역시 그의 책 <휘파람 부는 사람>에 실린 시 ‘휘파람 부는 사람’에서 따온 문장이었습니다. 당시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으로 활동한 한강 작가의 추천으로 선정돼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죠.
이번 광화문글판의 문안이 마음에 닿았다면, 이 두 권의 시집을 통해 메리 올리버의 시 세계를 더 깊이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걸음을 늦추고 자연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보세요. 올여름, 스스로에게 조용히 “지금이야!”라고 속삭여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 교보생명 뉴스룸 https://news.kyobo.com/ '광화문글판'에서
세종라운지 옆 벽에 박금준의 한글조형물 '그대를 기다림' 작품과 그 앞에 연인을 기다리며 시를 읽는 사람 조각상이 있다.
정지용의 시 '별'을 읽으며 연인을 기다리고 있다.
누워서 보는 별 하나는/ 진정 멀―고나.// 아스름 다치랴는 눈초리와/ 금실로 잇은 듯 가깝기도 하고,// 잠 살포시 깨인 한밤엔/ 창유리에 붙어서 엿보노나.// 불현듯, 솟아나듯,/ 불리울 듯, 맞어들일 듯,// 문득, 영혼 안에 외로운 불이/ 바람처럼 이는 회한(悔恨)에 피어 오른다.// 흰 자리옷 채로 일어나/ 가슴 위에 손을 여미다.
시 읽는 사람 조각상과 그 옆 벽에 '그대를 기다림' 한글조형물이 붙어 있고, 세종문화회관 오른쪽 뒤에 북악이 솟아 있다.
동그랗게 말린 밝은 잎들이 속살거리지. 지금이야! - 메리 올리버의 '마지막 날들' 중에서
동그랗게 말린 밝은 잎들이 속살거리지. 지금이야! "hiss the bright curls of the leaves. Now!" - 메리 올리버의 '마지막 날들' 중에서
3.메리 올리버의 시선집 <기러기>(민승남 옮김)
메리 올리버의 시선집 <기러기>에서 몇 작품을 옮겨온다.
"봐, 나무들이/ 스스로/ 빛의/ 기둥으로// 변하며,/ 계피와/ 실현의/ 짙은 향 풍기고 있어,// 끝이 뾰족한/ 부들의 긴 가지들/ 연못의/ 푸른 어깨 위로// 솜털 터뜨려 흩날리고,/ 연못마다,/ 그 이름이/ 무엇이든,// 이제 이름이 사라지지./ 해마다/ 내가 평생/ 배운// 모든 것들/ 불과 상실의 검은 강으로/ 돌아가지,/ 강 건너편에는// 우리가/ 영원히 그 의미를 알지 못할/ 구원이 있지./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 '블랙워터 숲에서' 전문
이 작품에서는 이 구절이 마음을 움직인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죽음이/ 가을의 허기진 곰처럼 찾아오면,/ 죽음이 찾아와 그의 지갑에 든 반짝이는 동전을 모두 꺼내// 나를 사고, 지갑을 닫아버리면,/ 죽음이/ 호환마마처럼 찾아오면,// 죽음이/ 양 어깨뼈 사이의 빙산처럼 찾아오면,// 나는 호기심 가득 안고 그 문으로 들어서고 싶어,/ 저 어둠의 오두막은 어떤 곳일까? 하면서.// 그리하여 나 모든 것들을/ 형제자매로 바라보지,/ 시간을 한낱 관념으로만 보고,/ 영원을 또 다른 가능성으로 여기지,// 그리고 각각의 삶은 한 송이 꽃, 들판의/ 데이지처럼 흔하면서도 유일한,// 그리고 각각의 이름은 입안의 편안한 음악,/ 모든 음악이 그러하듯, 침묵으로 이어지는,// 그리고 각각의 몸은 용감한 사자, 그리고/ 땅에게 소중한 것.// 삶이 끝날 때 나는 말하고 싶어, 평생/ 나는 경이와 결혼한 신부였노라고./ 세상을 품에 안은 신랑이었노라고.// 삶이 끝날 때, 나는/ 특별하고 참된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의심하고 싶지 않아./ 한숨짓거나 겁에 질리거나 따져대는/ 나를 발견하고 싶지 않아.// 그저 이 세상에 다녀간 것으로 끝내고 싶지 않아." - '죽음이 찾아오면' 전문
이 시에서는 마지막 구절들이 가슴에 새겨진다. "삶이 끝날 때 나는 말하고 싶어, 평생/ 나는 경이와 결혼한 신부였노라고./ 세상을 품에 안은 신랑이었노라고.// 삶이 끝날 때, 나는/ 특별하고 참된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의심하고 싶지 않아."
"장미를 그 누가 사랑하지 않으랴,/ 검은 연못에/ 작은 백조들의 무리처럼/ 떠다니는 수련을// 그 누가/ 사랑하지 않으랴,/ 벌새가/ 작은 초록 천사처럼/ 날아와, 그 검은 혀/ 행복하게 담그는/ 불타오르는 능소화를/ 그 누가 사랑하지 않으랴―// 슈베르트처럼 노래하는/ 그 가슴의/ 활기찬 모터와/ 아를에서의 반 고흐처럼// 광희의 날들에/ 쉬지 않고 일하는 그 눈,/ 그 누가/ 갖고 싶지 않으랴.// 이봐! 세상의 대부분이/ 기다리거나/ 기억하고 있어―/ 세상의 대부분은// 우리가 여기 있지 않은,/ 탄생 전이나 죽음 후의 시간이지―/ 땅속의/ 느린 불// 말도 못하고 눈도 먼 우리의 거친 사촌들/ 땅속의 그들은/ 이제 자신의 행복조차/ 기억할 수 없지―// 이봐! 그리고 우리도/ 그 생기 없는 차가운/ 돌처럼 될 거야, 거의/ 영원히" - '능소화에 잠시 멈춘 벌새' 전문
"밤새 비 내린 후 블랙워터 연못의 뒤척이던 물결이/ 잔잔해졌어./ 나는 두 손으로 물을 뜨지. 그 물을/ 오랫동안 마시지. 물에서/ 돌과 나뭇잎, 불 맛이 나. 물은/ 내 몸속으로 차갑게 떨어져, 뼈들을 깨우지./ 뼈들이 내 몸 깊숙한 곳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 오, 방금 일어난/ 그 아름다운 일은 뭐지?" - '블랙워터 연못에서' 전문
생태계의 모든 생명체는 먹이사슬에 의해 순환한다. 내 몸에 들어온 동식물들과 함께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가 다른 생명체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다. 생명 유지 동안 삶을 아름답게 가꾸고 가야 한다. 메리 올리버, 그녀는 아름답게 살고 자연으로 돌아갔다. 나도 충분히 아름답게 살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