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와 B급영화 비교에서 B급영화는 ‘독립영화’ ‘저예산영화’ ‘수준이 떨어지는 영화’의 개념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각기 다른 의미에서 B급 영화를 정의하고 <디워>와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B급 영화의 개념을 정리해보자. B급 영화의 등장배경은 1930년대 미국 경제공황이다. 대공황의 영향으로 영화관객이 줄어들자 극장측은 타개책으로 관객들에게 두 편의 영화를 ‘동시상영’한다.
먼저 상영되는 영화는 할리우드 정상적인 제작시스템 하에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영화이고, 이어 상영되는 두 번째 영화는 손님들에게 ‘보너스’ 서비스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르 영화였다.
B급 영화는 이런 목적을 위해 ‘적정한 예산 하’에서 ‘빨리 찍은’ 영화를 말한다. 메이저 배급망을 통한 주류 영화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제작된 보조 상업 영화가 바로 B급 영화인 것이다.
예산과 제작기간의 한계 때문에 대부분 스튜디오 촬영에 의존했다. 역시 제작여건을 이유로 무명배우를 기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B급 영화는 서사구조면에서 기존 주류 영화와 차이가 난다. B급 영화는 의도적으로 주류 영화의 서사구조 공식을 일그러뜨린다.
공포나 SF물 등 특정장르에 집중돼 B급영화를 제작했던 이유는 이들 장르가 안정된 서사구조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관객을 긴장시킨다는 데 있다. 60년대를 지나면서 B급 영화의 제작은 줄어든다. 극장에서 동시상영의 필요성이 없어진 까닭이다.
초반 B급 영화는 싼 예산으로 찍은 질 낮은 영화를 뜻하는 비하적인 표현이었지만, 50~60년대 프랑스평론가들이 B급 영화와 B급 감독들을 영화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조명했다.
이후 B급 영화가 지닌 창조성이 주류영화에 도입되고, 고예산 영화에서도 B급 영화의 미학을 취한 작품들이 많이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