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및 안내 : 제주시청 관광·국제자유도시지원과 064-750-7413
관 리 자 : 한라국립공원관리사무소
전화번호 : 064-713-9950~2
개 요 : 제주도는 오랫동안 민간신앙이 발달해온 탓에 유서깊은 전통사찰이 없다.
서귀포 부근의 약천사나 제주시 사라봉 언저리의 보림사 등이 제주도 내 에서는 비교적 큰
규모의 사찰이지만,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아 이렇다할 만한 문화유적은 갖고 있지 않
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의 사찰은 제주도 만의 독특한 지형과 아름다운 풍경을 벗삼아 찾
아보거나, 특히 가을철 한라산 기슭의 단풍감구경을 겸한 여행지로나 찾아가볼 만 하다.
제주도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사찰로는 한라산 산록도로변의 관음사와 1100도로 상의 한라
산 어승생악 구구곡 (아흔아홉골) 골짜기에 위치한 천왕사가 있다. 이 중 관음사는 한라산
등산로의 백미인 백록담을 오르는 등산 기점으로 잘 알려져있다. 반면에 천왕사는 외지인
들에게는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어승생악 아래의 구구곡, 선녀폭포 주변계곡과
어우러진 단풍을 구경하러 가기에 제격이다. 제주시에서 차를 타고 99번 국도(일명 1100도
로)로 접어들어 조금 가면 내리막인듯한데도 정지한 차가 뒷 걸음쳐 올라가는 신비의 도로
(도깨비 도로) 구간을 지나게 된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1117번 지방도(산록도로)이정표
앞의 삼거리를 지나자마자 천왕사 입구 안내판이 보인다. 사찰의 경관은 다소 현대적인 감
이 있으나 수려한 풍광 속에 들어 앉은 절집의 분위기가 좋다.
조계종 사찰인 천왕사는 비룡스님이 1955년 창건했다. 그래서 고풍스런 멋은 없지만, 천왕
사 대웅전 돌계단 아래에서 바라보이는 단풍 물든 산자락과 골짜기 주변의 기암괴석이 매
우 아름답다. 이 천왕사에서 계곡을 따라 조금올라가면 구구곡과 선녀폭포가 있다. 구구곡
은 일명 아흔아홉 골로 골짜기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울창한 수림과 기암괴석으
로 둘러친 구구곡과 선녀폭포 주변의 단풍은 영실기암의 단풍과 함께 제주 한라산 단풍의
으뜸으로 꼽을 만하다.
하지만 골이 깊고 험하여 오르기 힘든데다가 현재주민들의 식수원인 계곡을 통제하는 탓에
일반 방문객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게 아쉽다.
하지만 천왕사에만 들러도 기암절벽 아래 화려하게 수놓은 단풍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
하다.
천왕사를 둘러보고 구구곡 골짜기 위의 봉우리인 어승생악(해발1,169m)에 올라서면 한라산
의 전경과 멀리 제주,애월,한림 일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어승생악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화구벽과 어리목 계곡, 그리고 아래쪽의 구구곡 골짜기를 오색으로 물들
인 단풍은 한라산 가을 산행의 진수라 할 수 있다. 한라산의 기생화산인 어승생악 (어승생
오름) 은 한라산 국립공원 어리목지구 에서 오를 수 있는데, 천왕사에서 서귀포 방면으로
1100도로를 다시 타고 구불구불 고갯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좌측으로 어리목이라는 이정표
가 나타난다. 어리목에서 어승생악 정상까지는 왕복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등산로는 통
나무 계단으로 되어 있고 정상부는 토양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바닥을 널따란 나
무판목으로 깔아놓았다. 초입에 "어승생악등산로"라는 표지판이 세워져있다. 어승생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임금님이 타는 말이 나는 곳" 이라는 데서 생겨났는데, 이에 얽힌 재미있
는 전설이 있다. 중앙의 한 관리가 역모죄로 누명을 써서 귀양을 오게되었는데 이 관리는
오직 임금과 나라를 걱정하며 이 곳에서 숨을 거두지만 "내 자신은 다시 태어 나서 임금이
타는 말이라도 되어서 임금을 보필할 것이다" 라는 말을 남기며 숨을 거두었다. 그로 부터
얼마 뒤 이곳에서 아주 뛰어난 명마가 탄생하여 거닐고 있는 것을 본 마을사람들이 "저 말
은 필시 그 관리가 환생한 말이다"고 여기고, 이 말을 잡아 임금님에게 진상 했다고한다.
어승생악 또 하나의 볼거리는 정상 좌우로 흉물스럽게 남아있는 2개의 토치카이다.
제국주의 일본이 태평양전쟁 당시에 만든 철근 콘크리트 토치카로서 제주도의 가슴아픈 역
사의 현장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토치카와는 대조적으로, 어승생악 남서쪽에는 그 옛날 삼
별초 김통정 장군이 몽고군과 최후의 격전을 벌였던 붉은오름이 우뚝 솟아있어 또 다른 감
회를 불러 일으킨다.
제주도의 가을은 국토의 마지막 가을이다. 한라산 자락에서 느끼는 가을 정경은 본격적인
겨울을 맞기에 앞서 지나온 계절을 되돌아 보는 추억거리로 삼기에 손색이 없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