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추억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조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히 그림자를 떨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주어,
봄은 다 가고 - 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_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청년사, 1994.
첫댓글 받아 적는데 유난히 쉼표가 많다 생각했어요. 아쉬운 게 많았나 봅니다. 속, 속 날아가버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