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휘(25)씨는 현재 영국 요크(York)대 공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김씨는 한국에서 서울의 4년제 대학을 다니다 영어를 배우려고 2007년 영국행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그는 반편성 테스트에서 초급반(Elementary)에 해당하는 레벨을 받았고, 첫 수업에서는 알파벳부터 배워야 했다.
그는 한국에서 온 다른 친구들보다 월등히 낮은 레벨에서 시작하는 것에 적잖이 자존심이 상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는 분한 마음을 되갚아주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영국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김씨는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에 대학입학이 가능한 수준을 목표로 정했는데, 실제로 대학에 진학하게 되니 얼떨떨했어요”라고 말했다.
김씨가 공부를 결심하고 처음 간 곳은 도서관이나, 서점이 아닌 ‘Oxfarm’이라는 기부단체에서 운영하는 가게였다. 하루에 무급으로 4시간 씩 일하며 그곳을 찾는 방문객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주로 가게를 방문하는 50~60대의 영국 중년층들의 말벗도 되어 주며 아주 쉬운 영어부터 차근차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말하는 것은 잠시 잊기로 했다고 김씨는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문법부터 공부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어요. 하지만 이왕 외국에 온 이상, 대화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면 더 능률적인 공부가 될 거라는 생각에 무작정 달려들기 시작 했죠”
가게에서의 일이 끝나면 곧장 시내에 있는 영국 술집인 ‘펍’으로 향했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다른 더 큰 이유가 있었다. ‘펍’은 해외 대학생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안되는 영어지만 서로 남자 대학생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여자친구 얘기나 유명 여자 연예인 얘기를 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아마 당시 친했던 스위스 친구는 제 휴대폰에 있는 ‘전지현’사진을 아직도 제 여자친구라고 믿고 있을 걸요? 하하하.”
김씨는 공부를 시작한지 불과 6개월 만에 영국 대입에 필요한 자격시험인 IELTS(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에서 기준 점수 6점을 넘겼다. 그리고 에세이평가와 면접 등을 거처 지난 2008년 5월, 영국 요크(York)대 입학 허가서를 받았다. 알파벳 수업을 듣는 굴욕을 당한지 8개월 만이었다.
어학연수에 드는 비용은 선택한 나라에 따라 달라진다. 비교적 저렴한 필리핀은 100만~30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미국이나 호주, 영국의 경우에는 1000만~2000만원 까지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박씨가 영국에 갈 당시, 유학원에 지불했던 돈은 순수 학비만 약 1500만원. 한 달 생활비(200만원)와 여행비용을 포함하면 박씨가 1년간 영국에서 쓴 비용은 거의 5000만원에 육박한다. 이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영어마을에서 1년간 공부한다고 해도 4주 참가비용이 160만원(타시도민 180만원)임을 감안하면 약 2.5배를 더 쓰는 셈이다.
그렇다면 많은 비용이 소비되는 어학연수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연수 경험자들은 우선 문법부분은 어학연수를 떠나기 전에 필수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현재 호주 캔버라에서 어학연수 중인 배모씨(27)는 “마음만 먹으면 대화의 기회는 충분하다. 문제는 내용의 정확성인데, 기본시제, 현재 · 과거 · 미래완료 정도만이라도 충분히 공부해 가면 60~70%정도의 정확한 문장을 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구체적인 목표의식을 세워야 한다. 한 포털 사이트의 ‘어학연수 성공하기’ 카페에서 어학연수 경험자와 현재 연수생들을 상대로 ‘어떤 점이 연수 생활을 힘들게 했습니까?’라는 설문에 응답자 56명 중 40%인 42명이 ‘늘지 않는 영어실력’이라고 답했다.
앞서 언급한 영국 요크대 김씨는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서 알려진 FCE나 CAE등의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자신의 영어실력의 척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라고 하면서 “Advanced(상급) 레벨의 클래스에 들어갈 때쯤부터 다양한 시험공부를 하면 정확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맞는 공부계획을 세울 수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어학연수 경험자들이 강조한 것은 ‘노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으로 1년간 어학연수를 다녀온 대학생 홍민기(26)씨는 자신의 연수생활을 ‘축구 연수’였다고 우스개 소리로 말하고 다닌다. 매주 금요일마다 ‘사교 프로그램(Social Program)’ 일환으로 열리는 ‘축구시합’에 단 한번도 빠짐없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몸을 부딪치며 게임을 하고 나면 서로 유대감이 강해져서 금방 친해지더라고요. 전 학교에서 배운 영어보다 같은 팀 친구들과 축구얘기를 하면서 입에 밴 영어가 더 도움이 된 거 같아요”
종로 유학원 이윤헌(44) 이사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이나 정기적인 교류회 모임, 혹은 방과 후에 학교에서 주관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면서 “외국 학생들과 어울려 여행을 가거나 파티를 갖는 것이 때로는 정규 수업보다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입력 : 2009.11.22 11:34
김병주 인턴기자
어학연수, 이려면 실패한다.
서울 4년제 대학 4학년인 박호민(26)씨는 다음 달 아일랜드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박씨는 지난 2006년 한해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받았고, 지난 해에도 1년간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을 하며 영어를 배웠다. 거의 격년마다 1년 기간의 해외연수를 떠나는 셈이다.
박씨가 어학연수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영어실력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려는 목적이 우선이다. 영국연수 시절 그는 6개월간 홈스테이를 하다가 혼자 살기 위해 이사를 했다. 이사 첫날, 그는 짐을 풀고 학원에 가기 위해 길거리에서 영국인에게 길을 물었다. 영국인의 설명은 친절했지만, 1시간 뒤 박씨가 찾아간 곳은 도시 외곽의 한적한 농촌마을이었다. “제 기억엔 분명 도로, 건물 이름을 다 말해주었던거 같아요. 그걸 그 영국인이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는 거죠.”
한 해 우리나라에서 수만 명이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고 있다. 지난해 해외로 나간 한국인 성인 유학생은 모두 21만6867명(4월 기준, 교육과학기술부)이고, 이 가운데 약 9만 명 정도가 어학연수생이었다. 또 온라인 채용업체 잡코리아가 지난 9월 직장인 42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도 약 45.3%가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고 답했다.
취업은 어학연수의 가장 큰 동기. 올해 입사면접 경험이 있는 구직자 4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4.2%가 ‘면접 때 영어인터뷰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영어 인터뷰에 가장 큰 도움이 된 학습법으로는 조사대상자 중 가장 많은 31.7%가 ‘해외 어학연수’를 꼽았다. 취업을 위해서는 영어 실력이 필요하고,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학연수를 능사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어학연수 경험이 있는 박씨의 생각은 달랐다. 박씨는 지금도 "토익점수는 올랐지만, 영어에는 자신이 없다"고 했다. 학창 시절 '우등생' 소리도 들었고, 대학에서 학점도 높은 그였다. "영어공부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자체 진단이다.
실제로 박씨는 어학연수 시절, '고시생' 같은 생활을 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운동 후, 라디오를 들으며 학원에 갔다. 학원 수업이 끝나는 오후 4시부터는 근처에 있는 대학교 도서관에 가서 그날 배운 내용을 정리했다.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 후, 영국 BBC뉴스와 드라마를 보며 듣기공부를 했고, 잠들기 전 직접 만든 단어장을 읽어보며 하루를 마감했다. 수면시간은 하루 5~6시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게 제대로 어학을 공부하는 방법일까? 영국 본머스로 어학연수를 다녀 온 후 현재 외국계 홍보회사에 입사한 김경화(26)씨는 "도서관에서 문법책을 펴고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동양인 10명 중 8명은 한국학생이었다"며 "그런 방식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외국에서까지 굳이 그렇게 공부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도 "한국식 공부방법이 영어학습에는 거의 통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학연수를 떠난 한국인들이 '객지 생활의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함께 모이는 것도 어학연수가 실패로 끝나는 대표적인 길이다. 박씨도 처음에 영국에 갔을 때, 한국인들과의 관계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타지 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향수병은 애초 결심을 흔들어 놓았다. 매 주말마다 자신의 숙소에서 한국인들만의 파티를 열었고, 각종 술자리와 여행을 따라다니다가 100%를 자랑하던 출석률은 6개월 후 60%대로 떨어졌다.
이러한 생활이 때로는 조기 귀국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학생 이수정(24)씨도 처음 미국 뉴욕에 있는 어학원에 간 첫 날부터 한국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했다. ‘한국사람과 어울릴 바에는 차라리 혼자 지내자’라는 결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늘지 않는 영어로 외국인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았고, 멀리했던 한국 사람들이 끼리끼리 노는 모습을 보면서, 급기야 약간의 우울증 증세까지 보인 이씨는 4개월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씨는 “돌이켜보면 그렇게 돈을 써가면서 해외에 나갔는데 지금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니 참 한심해요”라고 말했다. 현재 이씨는 강남의 한 어학원 회화수업을 수강하며,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이씨는 또 같은 어학원에 있던 한국인 약 20명 중, 이씨를 포함한 6명이 조기에 귀국하거나 학교에 나가지 않고 여행만 하다가 귀국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입력 : 2009.11.20 10:11
김병주 인턴기자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첫댓글 DVTLKvtUVt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