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주변에 먹을만한 음식점이 없다’는 푸념을 흔히 듣는다. 과연 그럴까? 농경문화의 정착정서가 유달리 강한 본사 사우들 중에는 광화문 지하도를 건너기조차 귀찮아하는 이들도 상당수이다. 유목민의 시대라고들 한다. 사옥을 조금만 벗어나보자. 괜찮은 식당이 꽤 있다.
◆코리아나 호텔 주변
남도식당=정오가 채 되기도 전에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추어탕 전문점. 미꾸라지를 삶아 뼈째 으낀 후 고운 채에 밭아 얼가리배추, 느타리버섯 등을 넣고 다시 끓여 뚝배기에 내온다. 미꾸라지가 많이 들어가 걸쭉하다고 할만큼 맛이 진하고, 된장 대신 고춧가루로만 맛을 내 얼큰 담백하다. 4000원. 전화가 없다.
미스터 차우=홍콩식과 미국식 중국음식을 맛볼 수 있다. 꿀과 붉은 색소를 발라 구운 ‘돼지고기 바베큐’(1만3000원/1만7000원), 바삭한 껍질과 기름이 좍 빠진 담백한 살이 기가 막힌 ‘광동식 닭튀김’(2만원), 뜨거운 질그릇에 각종 재료를 끓인 ‘핫팟(hot pot)’(3만원쯤)류가 괜찮다. ‘차우면’(1만8000원), ‘로메인’(1만8000원) 등 미국식 중국음식은 솜씨가 떨어진다. 코리아나호텔 1층에 있으니, 거리로만 따지면 구내식당 수준이다. ☎730-5656
유림=덕수궁과 서소문을 잇는 좁은 골목 안에서 40년여년간 ‘냄비국수’ ‘메밀국수’ ‘비빔국수’(이상 4000원) ‘돌냄비국수’(5000원) 4가지만 내왔다. 우동 면발은 찰지고 탱탱하기보다는 부드럽고 포근하다. 국물은 첫맛이 달착지근하면서 뒷맛은 담백하다. 조금 짜다. 타들어갈 듯 맵거나 달콤새콤하지 않고 구수한 양념이 어른스러운 비빔국수도 괜찮다. 메밀국수는 면발의 탄력이 부족하고 메밀향도 약하다. ☎755-0659
이빠네마=고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한다. 긴 꼬챙이에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 등을 부위별로 끼워 숯불에 굽는 브라질 대중요리 ‘추라스코’ 전문 레스토랑이다. 소금 후추 마늘 등으로 최소한의 양념을 하기 때문에 고기 자체의 맛을 최대로 즐길 수 있을뿐만 아니라, 더 이상 먹기 싫다고 할 때까지 계속 고기를 가져다 준다. 1인 점심 1만6000원, 저녁 2만4500원.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쭉 가다가 정동교회, 이화여고를 지나 있다. ☎779-2756~7
토니 로마스=가족 또는 연인이 회사 근처로 나온다고 할 때 함께 식사할만한 음식점이다. 일요일, 휴일 가리지 않고 일년 365일 문을 연다. 달콤한 서양식 돼지갈비 바베큐(2만5300원/3만2500원), 채썬 양파에 튀김옷을 입혀 직사각형 모양으로 뭉쳐 튀긴 ‘어니언 로프(Onion Loaf)’(7500원) 등. 흥국생명빌딩 지하 1층에 있다. ☎2122-2650
◆플라자호텔 뒤
동방영양센터=삼계탕(9000원) 국물이 깔끔하고 개운하다. ‘닭날개 튀김’ ‘닭다리 튀김’(이상 9000원) ‘닭도리탕’(1만2000원) ‘닭불고기’(1만원) 등 다양한 닭요리가 있다. ‘오골계탕’이 특히 인기다.중국과 일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776-7732
삼성숯불갈비=생강, 양파, 배, 물엿, 간장, 후추로 달착지근하게 간을 한 부드러운 ‘돼지갈비살’(7000원)이 소주를 부른다. 갈비살이 다소 퍽퍽하다면 목살을 동그랗게 잘라 비슷하게 간을 한 ‘목살양념구이’(7000원)는 뒷맛이 깔끔하다. 된장찌개 등 식사메뉴는 없다. ☎752-6449
소공샤브샤브=새우, 소라, 가리비, 복어설, 홍합, 패주 등 신선한 해산물을 각종 야채와 함께 멸치향 진한 육수에 살랑살랑 흔들어 익혀 먹는 ‘해물 샤브샤브’(1만5000원)가 그만이다. 날치알, 연어알, 죽순, 버섯 등을 얹어 지은 ‘알 솥밥’(1만1000원)도 괜찮다. ☎752-6400
속초생태집=고정된 메뉴가 따로 없이 그날그날 들어오는 생선을 흰색 판에 적어놓는다. 점심에는 ‘생태탕’(2인분 1만4000원)이 많이 나간다. 칼칼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흐르는 짜릿한 쾌감과 녹을 듯 부드러운 생태살을 씹는 맛이 별미다. 저녁에는 이면수, 갯상어, 물곰, 도치, 삼숙이 등 바닷가가 아니면 찾아보기 힘든 생선을 재료로 한 회와 매운탕이 손님을 부른다. ☎753-8944
송원=서울에서 손꼽히는 복어 전문점. 마늘·미나리처럼 맛과 향이 강한 양념을 배제하고 배추·쑥갓 등 순한 채소만를 넣고 약간의 청주로 맛을 낸 ‘복어지리’(1만5000원부터)는 복어만의 담백함이 가장 잘 살아나는 요리이다. 회, 샤브샤브, 튀김, 죽 등 다양한 복요리가 준비된다. 가격은 물론 만만치 않다. ☎755-3979
석정우동=광복 후 한국인이 최초로 세운 정통 일식점 미조리(南江)의 후계자가 운영하는 우동집. 백년이 넘은 오사카의 우동집에서 공수해오는 농축액으로 만드는 국물이 ‘끝~내줘요’. 이 우동집에서 기술을 전수받아 가게에서 직접 뽑는 국수도 찰지고 탱탱해서 씹는 맛이 훌륭하다. 최근 조리장 1명이 그만두면서 음식이 나오는 속도가 아주 느려졌으니, 성질 급한 편집국 사우들은 당분간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유부우동 4000원, 여기에 알밥과 튀김이 붙는 ‘석정정식’(6000원)이 실속있다. ☎752- 3966
부산갈매기=속초생태집과 함께 북창동에서 생태탕(2인분 1만4000원)으로 이름을 날리는 곳이다. 생태살과 함께 애, 알, 고니 등 싱싱한 생태 내장을 마음껏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개운하고 얼큰한 국물을 한입 떠마시면 소주 생각이 간절해지는 마력이 있다. ☎773-8146
◆프레스센터 주변
강가=한국에 인도음식 붐을 일으킨 주역. 짜고 매운 남부 인도요리가 주종이다. 치즈, 크림, 연한 향신료로 맛을 낸 닭다리 바베큐인 ‘치킨 탕그리 케밥’(1만8000원), 시금치와 치즈로 만든 ‘팔락 파니르’(1만3000원) 커리, 켜자씨와 커리잎으로 양념해 무척 매운 ‘말바리 머튼 마드라스’(양고기 커리·1만5000원) 등이 괜찮다. 인도식 빵 ‘난’(2000원)을 곁들이면 좋다. 물로 희석시킨 요구르트에 망고를 더한 ‘망고 라시’(5000원)는 강한 향신료와 잘 어울리며, 소화에도 도움을 준다. 요즘 광화문에서 가장 ‘물’이 좋다는 서울파이낸스센터(SFC) 지하 2층에 있다. ☎3783-0610
리틀 타이=SFC 지하 1층에 있는 태국음식점. 해산물 볶음요리 ‘팟 삐요완 탈레’(1만6000원), 도미에 밀가루를 얇게 입혀 통째로 튀긴 후 소스를 뿌린 ‘빠라 픽’(2만5000원), 태국음식의 대표 탕요리 ‘뚬 양 꿍’(1만8000원) 등이 먹을만 하다. 얼음과 망고를 함께 갈아 만든 새콤한 ‘남마 무엉빤’(6000원), 망고 대신 코코넛이 들어가는 ‘남마 파오빤’(6000원) 등이 식사와 어울린다. ☎3783-0770
사보텐=돼지고기라고 무조건 많이 익혀 먹어야 맛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 돈가스 전문점 사보텐은 돼지고기 안심이 맛있을 만큼 적당히 익는 시간을 잘 조절해 튀겨낸 ‘히레가스’(8500원)가 맛있다. 녹차를 먹여 키운 돼지고기로 만든 ‘녹차가스’(9800원)는 돼지 냄새가 거의 없으면서 아주 부드럽다. 돼지고기 자체의 맛을 즐기려면 ‘로스(등심)가스’(8500원)가 좋다. ☎776-4510
오륙도=다동 골목에서 30여년간 ‘소금구이’(1만2000원/특23000원)와 ‘된장찌개’(3000원)만을 고집해온 전통있는 고기집이다. 살살녹는 꽃등심이 아니라 고기 자체의 맛이 강하다. 작은 종지에 나오는 달착지근하면서 구수한 된장찌게가 특이하다.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五六島’라고 썼던 고전적 상호가 최근 아쉽게도 알록달록하게 ‘변절’했다. 고기를 줄 때 단골 편애가 심하다는 불평도 많다. ☎777-3556
용금옥=서울식 ‘추탕’(8000원)을 맛볼 수 있는 드문 집이다. 남도식과 달리 미꾸라지를 갈지 않고 통째로 넣어 끓이며, 양지머리와 곱창을 삶은 국물을 사용해 맛에 더 깊이가 있다. 곱창, 양지머리, 유부, 계란, 목이버섯, 싸리버벗 등이 들어가 칼칼 개운 담백하다. 미꾸라지는 갈아 달라면 갈아 준다. 남도식 추어탕(8000원)도 있다. ☎777-1689
터줏골=뽀얀 사골국물에 강원도산 북어와 두부를 넣고 계란을 풀어 끓이는 북어국(4500원)이 부드럽고 개운하다. 좋은 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분나쁜 쾌쾌한 냄새가 없다. 새우젓으로 간을 하면 감칠맛도 더해진다. 묻기도 전에 국물로 그릇을 채워주고, 무엇을 부탁해도 싫은 내색이 없는 친절한 서비스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오전 6시부터 영업한다. ☎777-3891
삐에뜨로=이탈리아의 스파게티를 동양인의 입맛에 맞춘 일본 파스타 레스토랑의 광화문 분점이 코오롱빌딩 2층에 최근 문열었다. 톡톡 터지는 명태알이 고소한 마요네즈와 어우러진 ‘명태와 마요네즈 스파게티’(7800원), 오징어와 우엉을 간장과 참기름으로 간을 한 ‘우엉과 오징어 스파게티’(8300원), 낙지·버섯·피망을 매콤하게 조리한 ‘한국 스파게티’(1만원) 등이 있다. ☎779-0874
My Ex-Wife’s Secret Recipe=‘내 전(前) 부인만의 요리법’이라고 번역해야 맞을까. 아침에는 수프, 점심에는 샌드위치, 저녁에는 가벼운 식사를 낸다. 이탈리아풍이다. 자기가 원하는 빵과 내용물을 선택하는 ‘DIY샌드위치’(8000원)가 인기다. 입 속의 혀 같은 친절과 빼어난 미모로 본사 사우들에게도 사랑받던, ‘위치스 테이블’의 전 매니저 유지영씨가 SFC 지하 1층에 최근 문열었다. ☎777-0927
◆교보문고 주변
고바우=교보빌딩 뒤 미로 같은 골목 중간에 있는 고기집. 등심은 꽃등심처럼 입에서 살살 녹지는 않지만 싱싱하고 고기 자체의 맛이 살아있다. “알아서 달라”면 등심과 차돌박이를 섞어 준다. 1만5000원. 점심에는 쫄깃한 쇠힘줄(속칭 스지)을 잡뼈와 같이 고은 구수한 ‘스지탕’(4500원)이 인기다. ☎732-4381
서린낙지=혀에 쥐가 날 것 처럼 매운 낙지볶음(1만3000원)으로 유명하다. 청양고추와 마늘이 듬뿍 들어갔다. ‘불판’(1만원/1만5000원/2만원)도 인기메뉴이다. 베이컨, 양파, 감자, 소세지, 김치 등을 같이 넣어 볶다가 콩나물, 낙지볶음 국물을 부어가며 맛을 다진다. 기름지면서도 매콤하다. 주인 아저씨가 매우 불친절하다. ☎735-0670
미진=50여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메밀국수 전문점. 구수한 메밀냄새가 풍기는 국수를 멸치국물, 다시마국물, 간장, 설탕, 미림을 섞어 만든 다시에 찍어 먹는다. 가다랭이(가츠오부시)포를 사용한 일본식과 멸치를 사용하는 한국식을 절충해 달착지근하면서도 담백하고 구수한 뒷맛이 있다. 5000원. 음식값 선불. ☎730-6198
열차집=빈대떡집의 대명사이다. 다리 길이가 맞지 않아 덜컥대는 나무의자에 앉아 빈대떡(7000원)과 소주를 마시는 맛이 그만이다. 빈대떡에는 잘 삭은 어리굴젓을 얹어 먹으면 궁합이 좋다. 겨울에는 굴전(8000원)이 맛있다. ☎734-2849
이남장=설렁탕의 명가 이남장 광화문점이 최근 교보문고 뒤에 들어섰다. 종교서적, 명상교재 등을 팔던 ‘정신세계’가 있던 자리여서, ‘정신이 물질에 밀리는 시대인가’하는 서글픈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남장 정도의 음식점이라면 정신이 좀 밀려도 어떠리. 3일간 양지머리, 사골 등 한우의 각 부위를 넣고 푹 끓인 국물이 진하면서도 누린내가 없으며, 혀에 앵길 듯 감칠맛이 난다. 6000원. ☎3210-3335
일민미술관 카페(Cafe iMa)=동아일보가 일민미술관을 레노베이션하면서 1층에 설치한 카페. 청담동 ‘하루에’ 카페에서 위탁 운영한다. 베이컨·계란·양상치·토마토의 머릿글자를 따서 이름 붙인 ‘BELT샌드위치’(7000원), 잘게 자른 파스타가 들어간 ‘브로콜리 크림수프’(6000원), 애플파이(3000원), 각종 커피 등 모든 음식이 평균 이상의 맛이다. 어리굴젓, 소시지, 계란이 밥과 나오는 ‘iMA라이스’(8000원)가 재미있다. 세련된 인테리어로 여성들이 특히 좋아하는 카페이다. ☎2020-2088
청일집=빈대떡(7000원) 지지는 고소한 돼지기름 냄새가 홀린듯 가게로 빨려들게 한다. ‘아삭’ 소리가 날 만큼 바삭하면서 고소한 빈대떡이 기막히다. 족발(1만2000원/2만3000원)도 있다. ☎732-2626
청진식당=돼지고기를 양파 등 야채와 함께 고추장, 간장 양념으로 볶는 돼지불고기(4000원)는 매콤하게 감치는 양념 맛이 좋다. 오징어볶음과 같이 볶아 먹으면 더욱 맛있다. ☎732-8038
◆세종문화회관 주변
광화문집=굳이 소개해야할지 의심스러울만큼 유명한 곳. 잘 익은 김치와 국물에 큼직하게 자른 돼지고기를 듬뿍 넣고 얼큰하게 끓인 김치찌개(6000원)를 판다. 지저분하고, 좁고, 오래 기다려야 하고, 자리 나기만 기다리며 옆에 서 있는 손님들의 눈치를 살펴야한다는 점만 빼면 훌륭한 집이다. ☎739-7737
깡장집=양파·오징어·풋고추·돼지고기를 잘게 다져 넣고 걸쭉하게 끓인 된장찌개 일명 ‘깡장’을 밥, 잘게 썬 채소와 함께 양푼에 비벼 먹는다. ‘김치뚝배기’, ‘꽁치뚝배기’ 등도 괜찮다. 모두 4000원. 로열빌딩 지하에 있다. ☎720-6152
삼전=회전초밥집이 최근 다시 유행을 타면서 이곳저곳 등장하고 있다. 20여년간 세종문화회관 뒤에서 자리를 지킨 삼전(森田)은 유행과 상관없이 언제나 손님이 빼곡했던 곳이다. 도미, 참치뱃살, 연어, 새우, 광어 등을 사용한 일반적인 수준의 생선초밥을 부담없는 가격(2개 2500원)에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따끈한 미소시루를 계속 내준다. 와사비를 너무 많아서 눈물을 흘리며 초밥을 먹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735-1748
포모도로=그래도 역시 회사 주변에서 파스타를 먹을만한 곳이다. 푸짐한 양과 일정 수준 이상인 파스타의 맛, 합리적인 가격이 매력적이다. 11시45분에는 가야 줄서지 않고자리를 잡을 수 있다. 잣과 파슬리를 갈아 올리브기름에 버무린 ‘페스토 소스’(1만500원)가 고소하다. ☎722-46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