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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위 분만...
보통 역아라고 불리는..엉덩이가 다리와 함께 가장 먼저 나오고, 몸, 어깨와 팔, 머리..
이렇게 머리가 가장 끝에 나오는 체위의 아기 분만이죠.
대전에 사는 저는 33주에 처음으로 엄조산원을 찾았습니다.
임신 20주 즈음에 조산원 분만을 이미 결정했었구요.
엄조산원에서 분만한 선배언니와 후배가 있었고...그들의 감동의 출산을 이야기들었기에
저도 병원 분만보다는 조산원 분만을 몹시나 기대하고 있었어요.
10개월 내내 나름 태교에 노력도 기울였고 '황홀한 출산' 책을 읽으며 자연분만에 대한 이해도 키웠어요.
그치만..29주에 처음 "역아네요" 라는 말을 산부인과에서 들은 이후부터
33주에 처음 조산원을 찾을 때까지도.. 우리 똘똘이는 계속 둔위 자세를 꼿꼿이 유지... 하고 있는 거에요.
역아 회전술을 시행하러 서울의 *조산원까지 갔지만 *조산원 원장님 말씀으로는
"32주가 넘으면 보통 덩치도 생기고 자세가 고정되어 역아회전술 시행 성공률이 낮다"..
물론 시도는 했지만 되지 않았죠. 그치만 *조산원장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경희씨는 체형이..역아 분만이 오히려 쉽게 나을 거 같아."
"똘똘이도 생각이 있어 다 그렇게 자세 잡고 있는 거니까 역아면 역아인대로 낳아요."
마음에 일가닥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가운데
다시 찾은 엄조산원에서 원장님은 38주에 내진을 해보고 골반이나 체형을 보고 나서
둔위 분만 성공 가능성 여부를 논해보자고 하셨습니다.
워낙에 위험이 따르고... 그럴 경우 아기도 엄마도 생명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고,
34주인 당시에 역아분만을 하자, 말자를 따질 수 없으니 내진 후에 결정하자는 말씀이셨어요.
내진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저는 눈물을 머금고 수술을 받으러 산부인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인 거죠...
똘똘이의 태동으로 보아 38주 때에도 여전히 둔위였어요.
약 4주간 새 집으로 이사한다고 이런 저런 공사를 한다고 엄조산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또 한편으로는 둔위 체위가 바뀌지 않아 원장님 뵐 엄두가 안 나서..ㅎ)
38주되던 때에 내진을 하러 드뎌 엄원장님을 찾았어요 ...
두근두근...내진...
그리고 두둥!! 결과는 "골반이 좋고 해 볼만 하다" "손가락 두 개 들어가는 정도 자궁문이 열려 있다"
선생님이 저희 똘똘이 분만을 받아주기로 하신 거죠...너무 감사했어요.
많은 부담과 걱정, 염려가 있을 건데 선뜻 도와주기로 하신 게..
한 가지 사실을 더 말씀드리자면, 저 자신도 둔위로 나온 사람이거든요. 저희 친정엄마가 저를 둔위로 순산하셨어요.
34년 전인 79년...그때는 제왕절개 수술이 위험하다고 인식될 때로,
어머니는 수술보다는 순산을 선택하셨고 진통 4시간 만에 저를 낳으셨거든요.
이 이야길 들으시고는 "딸이 보통 어머니 스타일을 닮으니 경희씨도 진행이 빠를 거 같다"고 하시면서
"15분에서 20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면 바로 청주로 달려오라"는 말씀을 하셨죠.
참 많이 걸어댕겼어요. 이사짐 정리며 공사며..신체활동도 많았고
하루 1시간이상 반드시 운동을 했습니다. 마음속으로 예정일(7.13)보다 조금 빨리 똘똘이가 나와주길 고대하면서요...
엉덩이나 머리가 너무 크질 않길 기도하면서요..ㅎ
7월 7일...그날
새벽 5시 30 경에 아랫배가 살살 아파 잠에서 깼죠...화장실에 가보니 옅은 피가 비쳤어요
이게 바로 이슬!!
오늘 똘똘이를 만나겠구나라는 확신이 들면서 바로 청주 갈 준비태세로.
"자기야~ 고기 구워 먹자!" -->이게 이슬을 확인하고 나서 제가 남편에게 가장 먼저 한 말이에요..
힘 써야한다고 고기를 분만시기 즈음 자주 먹었는데 그날 아침 7시에 남편이 준비해준 오리훈제구이에 쌈 싸먹고
만땅 배를 채운 저희들.. 집 정리를 대충 해놓고 청주로 출발, 오전 11시즘 청주에 도착했어요.
사실 선생님은 15~20분 간격으로 진통오면 청주로 오라고 하셨었지만
제가 느끼기에 제 진통은 불규칙해서... 간격이 안 잡히더라구요. 전화했더니 그냥 오라고 하셔서 식사 정리 후에 바로 갔습니다.
조산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있따보니 서서히... 규칙적인 진통이 찾아옴이 느껴졌습니다.
20분 간격, 15분 간격 정도로... 심한 생리통 정도로..아랫배가 규칙적으로 아팠습니다.
더 움직여야 된다 싶어서 조산원 근처에 있는 성당에 가서 정원이랑 마당이랑 왔다갔다 걷고
성당 진입로 오르막길도 왔다갔다 걸어댕겼어요..
그렇게 약 1시간 넘게 운동하고 근처 식당에서 곰국으로 든든하게 점심도 먹고요.
점심을 먹을 때즘엔 허리까지 같이 아픈..좀 더 심한 생리통같은 진통이 찾아오고 간격은 5분으로 좁혀지더군요.
똘똘이를 만날 시간이 다 되어 가는구나..싶었어요.
점심을 먹고와서 내진을 해보니 5cm 즈음 자궁문이 열렸다고하시는데.
저는 둔위 분만이라 절대로 분만이 본격 시작되기 전엔 힘을 주어선 안된다고 몇 차례 말씀하셨어요..
힘을 먼저 주어버리면 나중에 머리가 나올때 걸릴 수 있다고......
5cm부터 8cm 열릴때까지 3~2분 간격의 진통이 약 2시간 계속 되었습니다.
약 20초즘 진통이 지속되다 멈추고 다시 3~2분 후 다시 시작되는...
마치 일 초가 일 분 같고, 일 분이 한 시간으로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8cm에서 10cm 열릴 때 까지의 진통은 1분 간격으로 약 90분간 찾아왔는데
정말 머리꼭지가 빠지고 눈이 훽 돌아가는....고통이었습니다.
짐볼에 기대어 엉덩이를 흔들고, 회음부 의자에 앉아 다리를 오므리고 심호흡을 하고,
또 신랑의 목에 두 팔을 걸고 서서도 참아 보고,,,
온갖 자유스러운 자세로 이 시기를 극복하려고 애썼어요.
'황홀한 출산' 책에 나온 그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진통을 받아들이면 옥시토신(사랑의 호르몬)이 나온다...그러면 덜 힘들어져' 머리속은 이런 생각인데
사실 고통을 호흡으로 명상하며 이겨내자니 힘든 것도 사실이었습니다...ㅜ.ㅠ
진통이 심해져서 얼릉 아기가 나왓으면 하는 바람 뿐, 머리 속은 하얘지고...
선생님은 계속 기다리라..하시고..ㅜ.ㅠ
10cm 열릴 때까지 힘주면 안된다~고 충고를 주시고...
이미 항문과 질에 힘주고 싶은 욕구가 막막! 솟구치는데 그 힘주기를 억누르며 호흡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선생님이 마지막 내진으로 10cm 다 열렸다고 하시며 분만대로 옮기자고 하셨습니다.
속으로 '아 살았다' 싶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진진통에 비하면 애 낳는 것은 오히려 쉽다고 들었었거든요.
분만대에 누울 때가 저녁 7시 경... 오전 11시에 조산원에 도착하고 점심먹고, 진진통이 시작된지 4시간 정도 흐른 때였습니다.
분만대에 올라서는 약 2분 간격으로 진통이 왔어요
이제 자연스럽게 힘주고 싶은대로 (그러나 너무 많이는 말고) 힘을 주라는 원장님 말씀에
시원하게...^^;; 힘을 줄 수 있었다는...
엄마들의 말을 들어보면 화장실가서 대변 볼 때처럼 힘을 주고 싶어진다는데
정말 딱 그렇게, 힘이 주어졌구요 (항문과 질 주위로)
6번 정도의 진통과 힘주기 반복으로 똘똘이의 엉덩이가 드디어 나왔어요...
그리고 다리, 몸통, 어깨와 팔이 나왔구요. 필요할 때마다 선생님이 팔이나 다리를 만져서 꺼내주셨구요
마지막에 한 번 더 힘주기가 있었는데...
우리 똘똘이 머리요.
몸통과 어깨까지 다 나온 뒤 3분즘 지나서 머리가 마지막으로 나왔습니다.
어깨가 나오고 5분이 지나도 머리가 안 나오면 아기가 위험해진다는 원장님 말씀...
(그래서 제가 분만대 위에 올라간 이후로 원장님은 초초초 긴장에 집중을 하고 계셨다는 말씀을 뒤에 들었죠.)
머리는 한번 힘주기 만에 나오지 않아서 원장님이 두 손을 사용해서 똘똘이의 뒤통수와 턱을 고개 숙이듯 아래로 숙이게 하여
성공적으로 빼내 주셨습니다.
힘든 진통 과정이 지나가고...아기의 머리까지 온전히 다 나온 다음
똘똘이의 몸이 탯줄이 아직 그대로 있은 채로 제 배 위에 탁 하고 올려질 때의...
그 경이로움과..안도감. 똘똘이는 제 가슴에 올려지자마자 바로 눈을 딱 뜬 거 있죠.
선생님은 호스로 폐와 기도의 양수를 빼 호흡기를 확보하고 그러고나자 바로 똘똘이가 힘찬 울음을 떠뜨리더군요.
태반 만출과, 불가피하게 조금 찢어진 회음부를 꼬매는 등 선생님이 후처리를 해주실 동안
저와 남편은 제 배 위에서 꼬물거리며 가슴을 향해(젖꼭지를 찾아) 전진하는 똘똘이를 감동스럽게
쳐다보고 만져주고 했습니다.
입원실로 옮겨 저와 남편, 그리고 똘똘이 셋만의 오붓한 첫만남의 시간을 가지고(캥거루 캐어)
얼마되지 않아 젖을 물릴 수 있었어요.
임신 33주 경부터 유방 마사지를 꾸준히 해왔는데 덕분에 편평 유두였던 것이 유두도 좀 나오고
유즙도 잘 나왔거든요. 다행히 투명 노오란 유즙을 똘똘이가 잘 빨아주었습니다...
선생님이 보시고 모유수유 성공하겠다고 격려도 주시구요.
그날 저녁과 다음날 아침 손수 끓여주신 미역국과 밥으로 든든히 두 끼를 들고
똘똘이를 제 품에 안고 대전 집으로 돌아왔네요.
지금 똘똘이가 태어난 지 6일째..
저는 친정어머니의 손길로 산후조리 잘 하구 있구요
똘똘이는 엄마젖 잘 먹고 잘 자라고 있습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별로 울지 않고 순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사실,, 친정어머니에게조차도 똘똘이가 둔위라는 사실 걱정하실까봐 숨겼었고
조산원 분만도 이야기드리지 않았었거든요. 해서 제가 똘똘이 낳은 날 저녁에 전화 받으시고는
"니는 간도 크다~ 어떻게 엉덩이로 순산할 생각을 했노~" 하시며 많이 놀라셨어요.
이모들도 "용기있다"고 칭찬해주시고...
무엇보다 큰 결심 해주시고 역아분만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주신 엄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임신 10개월 기간과 진통, 분만의 시간까지 늘 함께 하며 곁에서 지켜준 남편에게 감사를 보냅니다.
"인선씨 자기가 아니었으면 그 시간 이겨내지 못했을 거에요~" ♡
또한..엄마보다 더 한 아픔을 참아가며 건강하게 세상에 나와 준 우리 첫딸 똘똘이에게도
감사를 함께 보냅니다.
앞으로 조산원 분만, 자연분만에 대해서 주위 친구들에게도 더 많이 알리고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아내와 남편이 분만이라는 축복받은 과정을 통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거 같아요.
임산부를 환자로 인식하고 다루는 병원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점이죠.
조산원 식구들 모두 순산하시고 건강하세요.
긴 글 읽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2012년 7월 12일 똘똘이맘이 대전에서~
첫댓글 후기를 읽으면서 어쩌면 똘똘이맘이 둔위분만을 받은 것처럼 상세하게 썻네요^^*
둔위분만을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본인이 얼마나 걱정을 많이 하였지만...
그래도 분만을 하고자하는 의욕이 대단하여서 분만이 잘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둔위분만 성공을 축하드리고, 몸조리 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