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팀에는 감독 밑에 ‘코치’ 또는 ‘트레이너’라고 부르는 지도자가 있다. ‘선수들에게 기술·체력·전술 등을 전수하는 사람’을 통칭한다. 그런데 코치(Coach)와 트레이너(Trainer)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코치는 네 바퀴 달린 역마차에서 유래했고, 트레이너의 어원은 기차(Train)다. 트레이너는 이미 놓여진 기찻길을 달리는 것처럼 정해진 규칙과 기법을 전수하는 사람이고, 코치는 역마차의 마부처럼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길을 안내하고 이끌어주는(코칭) 사람이다.
요즘 각 분야에서 코칭이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스포츠 멘탈 코칭은 국내에서 아직 생소하다. 양궁·골프 등 일부 종목에서 멘탈 트레이닝을 하고 있으나 멘탈 코칭과는 다르다. 미국·일본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트레이닝 방식이 아닌 코칭 방식으로 선수들의 잠재력을 키워주고 있다.
쯔게 요이치로(49)는 일본의 대표적인 스포츠 멘탈 코치다. 그는 운동 선수나 지도자 출신이 아니고 경영학·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코칭 스킬로 큰 성과를 이뤄냈다. 올림픽(2008 베이징, 2012 런던, 2014 소치, 2016 리우) 일본 대표단 멘탈 코치로 참여해 다수의 메달리스트 탄생을 도왔다. 스노보드·럭비·사격·체조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좋은 결과를 냈다.
쯔게 코치는 3월부터 매달 한 차례 주말을 이용해 한양대에서 ‘멘탈 코칭 전문가 양성과정’을 이끌고 있다. 지난 11일 첫 강의를 청강한 뒤 쯔게 코치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상대방에 관심을 갖지 말고 상대가 흥미를 갖는 것에 관심을 가지라. 상대방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를 바꾸고 싶은 욕심이 올라온다. 사심 없이 들어주는 경청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쯔게 코치가 들려준 성공 사례다. 국가대표 사격 선수가 “총을 바꿀지 말지 고민”이라고 했다. 쯔게는 ‘왜 바꿔야 하나’부터 바꾼다면 뭐가 달라질까, 기존 총으로 하면 어떻게 될까, 바꾸는 게 좋지만 신경 쓰이는 건 뭔가, 바꾼다면 언제가 좋을까 같은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졌다. 결국 세계선수권대회 이전에 바꾸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 선수는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
‘격투기 선수 양치질’ 얘기도 있다. 일본 챔피언 출신 종합격투기 선수가 시합 3개월 전에 쯔게 코치를 찾아와 이번엔 꼭 KO로 이기고 싶다고 했다. 시합이 한 달 남았을 때 이 선수는 “몸이 부서져라 훈련을 하고 오면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어 거실 소파에 쓰러져 잡니다. 그래서 컨디션이 나빠지는 것 같아요”라고 하소연했다. 쯔게 코치는 선수에게 어떻게 하고 싶냐고 지속적으로 질문 했다. 어느날 선수는 “제가 이 닦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이를 닦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거실에 쓰러져 있다가도 ‘이를 닦자’고 생각하면 일어나 양치질을 하고 침실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한 달 뒤 이 선수는 3회 KO승을 거뒀다.
쯔게의 코칭론을 국내에 소개한 천비키 코치는 “쯔게는 격투기를 해본 적도 없다. 그렇지만 선수 스스로가 자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 해답을 끄집어내고, 행동 패턴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쯔게 코치는 “트레이너가 통계·분석·경험을 바탕으로 ‘하루에 푸시업 100개씩을 하라’고 지시한다면, 멘탈 코치는 선수 스스로 ‘아, 그래서 하루에 푸시업 100개를 해야 되겠네요’라고 자각하게 이끌어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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