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하는 이
장군이 7살된 치즈묘. 중성화된 수컷, 몸체도 팔다리도 길고 큰 체격에 살이 쪘다.
땅꼬 7살 6개월 된 삼색이. 중성화된 암컷. 아담한 몸피에 팔다리도 가지런한 미묘.
집사 50대 후반 인간. 완경이 지난 암컷. 중키에 아담한 체구.
암전 상태. 물소리, 캣휠 돌아가는 소리가 중첩된다. 조명이 켜지면 집사는 무대 후면 부엌에서 등을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있다. 무대 뒤에서 모래 덮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장군이등장, 집사와 땅꼬를 의식하며 쭈볏쭈볏 걸어와 쇼파 위에 자리를 잡고 긴장한 채 앉는다. 잠시 후 땅꼬가 캣휠에서 걷기를 멈추고 코를 킁킁거리며 쇼파를 향해 다가온다. 그런 땅꼬를 장군이가 긴장한 눈으로 쫓는다.
땅꼬 : (장군이 엉덩이에 코를 디밀고 킁킁거리며) 너 또...
장군이 :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린다.)
땅꼬 : (장군이를 노려보며) 딴청은?
장군이 : (바닥에 모로 누워 엉덩이를 뒤로 뺀 채 사지로 견재하면서) 아.. 왜 또?
땅꼬 : 어디 함 봐.
장군이 : 뭘 자꾸 보재?
땅꼬 : 너 또? 칠칠치 못하게쓰리...(장군이 똥꼬를 향해 기습적으로 머리를 들이민다.)
장군이 : (사지로 필사적으로 버티면서) 하지 마. 하지 말라고...
땅꼬 : (앞발로 장군이 목을 조르며) 제대로 핥으라고 했지? 고양이가 그것도 못 하면 어쩌자 는 거야?
장군이 : (버둥거리며 몸을 뺀다) 아.. 냅둬! 냅두라고...(노려본다.)
땅꼬 : 어쭈!!! 눈 안 깔아?
장군이 : 안 깐다, 어쩔래?
땅꼬 :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달려 들어 장군이를 누르며 배를 문다.)
하악 소리. 우다다거리며 추격전이 벌어진다. 바닥에서 땅꼬에게 붙잡힌 장군이가 버둥거린다. 털이 뭉텅이로 날린다. 장군이가 비명을 지른다.
집사 : (설겆이 하다가 돌아보며 소리친다) 안돼! 고만해!
둘은 얼음이 되어 집사를 돌아본다.
집사 : (고무장갑을 벗으며 다가와 땅꼬를 붙잡고 소파에 앉는다) 땅꼬야~~~ 너 자꾸 장군 이 괴롭힐래? 하악 안돼!!!
집사와 눈을 부딪히지 않으려 버둥거리다 놓여나면 캣 타워 폴짝 뛰어 올라가 앉는다.
집사 : (장군이를 안아 올려 쓰다듬으며) 에고... 장군이. 속상해쪄요? 괜찮아. 땅꼬 누나가 못됐지? 땅꼬. 군이한테 하악~~ 안돼. 이렇게 할짝 할짝 해야지. 못됐어. 장군이가 참아주니까...
집사는 다시 씽크대로 향한다. 물소리
땅꼬 : (혼자말을 한다.) 흥, 알지도 못하면서 맨날 나만 가지고 그래.
장군이: (땅꼬와 집사를 번갈아 보다가 쇼파에 엎드려 혼자말을 한다.) 봤지? 역시 집사는 내편이야. 그러니까 날 좀 내버려두라고. 나도 존심이라는 게 있어.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어디 맨날 사나이 똥꼬 단속을 하고 난리야.
땅꼬 : 어이그. 뭣도 모르면서... 니가 뭘 아니? 집에서 늘어져서 사료나 축내고 늘어져 잠 이나 자는 주제에 똥꼬 단속도 안 하면 어쩌자는 거야. 너 밖에서 그랬다간 벌써 무지개 다리 수십 번도 건넜어.
장군이 : 오지랍은... 나도 내 사정이 있다고...
땅꼬 : 사정은 무슨... 게을러 터져 가지고... 어이구 저걸 어따 써. 밖에서 만났으면 너 같은 건 민폐야 민폐.
장군이 : 맨날 밖에선, 밖에선... 그건 니 사정이고. 나도 사정이 있다니까.
땅꼬 : 무슨 사정? 뭐? 뭐? 어디 그 사정 함 들어나 보자.
장군이 : (토라셔저) 싫어. 말 안해.
땅꼬 : 사정은 개뿔. 게을러서 그렇지.
장군이 : .... 허리가 길어서 그래.
땅꼬 : (배꼽잡고 깔깔거린다) 아... 웃겨. 허리가 길긴 길지. 하하하. 근데 허리가 긴 게 문제 가 아니야. 살이 쪄서 그래. 허리가 긴 데다 살까지 쪘으니까 그렇지. 똥꼬를 안 핥으니까 살이 더 찌는 거고 살이 더 찌니 더 못 핥고 악순환이라는 거지.
장군이: 아냐. 허리가 길어서 그래.
땅꼬 : 아니고 그래그래. 니 허리 길다. 그래도 노력을 좀 해 봐. 나 정말 못 견디겠어. 온 집 안에 냄새가 이게 뭐야?
장군이 :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래? 누나는 지나치게 예민해. 어디 숨막혀서 살겠어?
땅꼬 : 그게 고양이의 본분이야. 대체 고양이 본분에 대해서 뭘 배웠니? 내가 그렇게 가르 쳐도...
장군이 : 아 냅둬. 사는 데 문제 없어. 집사도 뭐라 안 하는데 누나가 뭐라고 맨날 잔소리야.
땅꼬 : 집사는 고양이가 아니잖아. 고양이족의 존엄에 관심 없다고 집사는...그러니 애 버릇을 망쳐놨지.
장군이 : 집사만 좋으면 된 거지. 우리 집 짱은 집사잖아. 안 그래?
땅꼬 : 깔깔깔... 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우리 집 짱이 집사라고? 아니야. 나야.
장군이 : 뭐? 누나... 정말... 어이없다. 그건 불경해. 배은망덕하다고.
땅꼬: 배은망덕??? 휴~~~ 넌 정말 고양이족의 본분은 하나도 못 배웠구나. 고양이는 길들여도 길들여지지 않는다. 몰라? 집사를 길들인 건 나야. 너, 집사가 나를 거절하는 걸 한 번이라도 본 적 있어? 못 믿는구나. 잘 봐. 보고 배우라고.
땅꼬는 캣 타워에서 내려서 캣 휠로 올라선다. 그리곤 큰 소리로 집사를 부른다.
땅꼬 : 집사~~ 집사~~~ 이리와. 뭐하고 있어? 지금 설거지 할 때야. 이 몸이 이제 캣 휠에서달릴 예정이라고. 와서 박수 치고 응원을 해야지. 그래야 달릴 맛이 나지? 빨리 서둘러~~~ 날 기다리게 할 셈이야?
집사 고개를 돌려 땅꼬를 보고는 한숨을 푹 쉬고 다가와 응원을 시작한다.
집사 : (캣 휠 옆에 서서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른다.) 와~~~ 우리 땅꼬 달리는구나. 그렇지. 잘 한다. 달려라 달려, 땅꼬 달려라. 와 멋지다 땅꼬.... 어휴 힘들어.
집사는 다시 씽크대로 향하고 땅꼬 의기양양하게 캣 타워를 오른다. 쇼파에서 지켜보던 장군이에게
땅꼬 : 봤지?
장군이 : 근데 누나. 저건 왜 타는 거야? 쓸데 없이. 집사가 가져다 놓으니까 누나가 타는 거잖아. 뭐하러 힘들게 타. 그건 누나가 집사한테 길들여지는 거 아니야?
땅꼬 :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 하지만 우리 구두쇠 미니멀리스트 집사가 거금을 들여서 왜 이걸 샀겠어? 우릴 위해서지. 집사가 자길 위해서 지갑을 여는 거 봤어? 우릴 위해 돈을 벌고 절약을 한다고. 그러니 누가 짱이야? 그럴 때는 타 줘야지. 그래야 다음에 또 지갑을 열 거 아니야? 그게 바로 길들이는 기술이야. 그리고 너도 좀 타. 이거 실은 니가 살이 쪄서 운동하라고 산 거래. 집사가 친구랑 통화하는 거 들었거든. 근데 넌 안 타니까 할 수 없이 나라도 타줘야지. 안 그러면 집사는 다시는 지갑을 안 열거야. 그니까 너도 좀 노력을 하라고.
장군이 : 무서워.
땅꼬 : 무섭긴 뭐가 무서워.
장군이 : 냅두라고. 난 무섭다고
땅꼬 : 정말 이 겁쟁이 소심쟁이 구제불능.너 밖에서 살았으면... 에고 말을 말자.
장군이 : (잠시 생각하다가) 솔직히 누나, 저거 즐기잖아. 뭐? 길들이는 기술? 좋아서 타면 서... 밤낮 저 위에서 살면서 길들이는 기술 좋아하네 내가 타면 또 탄다고 뭐라 했을 거면서... 좋잖아. 혼자 타니까.
땅꼬 : 어이그 그래. 그렇다고 해두자. 니가 내 깊은 뜻을 어찌 알겠니.
집사 설거지를 끝내고 소파로 걸어오다 멈칫 놀라서 멈춰선단. 발바닥을 들어 확인한다.
집사 : 윽. 이게 뭐야? (장군이 똥꼬에서 떨어진 작은 똥 덩이를 밟았다. 어이없다가 화가 폭발한다.) 장 —군---이--- 너 이놈. 이 칠칠치 못한 놈아. 어디 이런 걸 흘리고 다녀. 내가 못살아.
장군이 놀라서 캣 타워로 달려 올라간다. 땅꼬 목을 빼고 구경한다. 의기양양 미소가 번진다. 집사 무대 뒤로 퇴장. 물 소리가 나고 걸레를 들고 나와 바닥을 닦으며 투덜거린다.
집사 : 저러고 살이 쪘으니 똥꼬도 못 핥고, 거금들여 캣 휠 사줘도 쳐다도 안보고, 저걸 어따 써. 내가 못살아.
쇼파에 앉으면, 땅꼬가 집사에게 엉덩이를 바짝 붙이고 앉아 집사의 손을 핥는다. 집사는 땅꼬 머리를 쓰다듬는다.
집사 : 우리 땅꼬처럼 야무지면 얼마나 좋아. 땅꼬야. 아까는 미안했어. 니 속도 몰라주고... 너도 칠칠맞은 동생 단속하느라 고생이다.
장군이 : (캣타워에서 쓸쓸하게 둘의 모습을 지켜본다.) 허리가 길어서 그런 건데...
땅꼬 장군이 보란 듯이 집사에게 엉덩이를 쳐들어 궁디팡팡을 요구한다. 집사가 성실하게 궁디팡팡을 하고 땅꼬는 자지러진다.
땅꼬 ;(장군이에게) 봤지? 봤지? 누가 짱이니?
집사 : 그래도... 장군이는 착하니까. 저렇게 착한 아이가 세상에 어딨어? 그지 땅꼬야? 장군아. 이리와... 너도 궁디팡팡해줄게.
장군이 슬금슬금 내려와 쇼파 위로 합류한다. 집사 장군이를 쓰다듬다 똥꼬를 확인하고 감춰둔 물티슈로 재빨리 닦아낸다. 장군이는 반항하다가 다시 캣 타워로 도망친다. 분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집사 : 하하하. 어유 장군이. 그랬쪄요? 우리 장군이 허리가 길어서 그래. 그지 장군아???
깔깔거리는 소리와 함께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