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우기 급급...‘국민 메신저’ 카카오,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다
[카카오 먹통 대란] 1위 메신저 기업 “화재 예상 못했다”
박순찬 기자
입력 2022.10.17
1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카카오T 주차장 무인정산기에서 시민들이 사전정산을 하고 있다. 이날 한때 카카오T 주차장 서비스가 중단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으나 현재는 정상화된 상태다./뉴스1</figcaption>
대한민국 주말을 마비시킨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는 국내 1위 메신저 기업이자, 시가총액 22조원이 넘는 국내 인터넷 대기업 카카오가 서비스 공급 방식부터 비상 상황 대응까지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지난 15일 카카오의 서버가 있는 경기도 판교의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한 건에, 카카오톡을 비롯해 대중교통·결제·게임·검색 등 이 회사의 핵심 서비스가 주말 이틀에 걸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서비스 장애 발생 만 하루가 지난 16일 밤에야 카카오톡의 사진·동영상·파일 전송 등 주요 기능이 간신히 복구됐다. 2010년 ‘카카오톡’을 처음 출시한 이래 최장 기간, 최대 규모 서비스 장애다. 업계에선 “계열사 늘리기와 상장, 그룹 덩치 키우기에만 급급해 정작 데이터센터 같은 기본이자 핵심 시설 투자에는 손을 놓은 결과”라고 비판한다.
카카오 경영진들 -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지난 4월 당시 카카오 주요 경영진이 소상공인과의 상생 방안을 발표하는 온라인 간담회를 갖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카카오 홍은택 대표, 김성수 이사회 의장, 남궁훈 대표. /카카오</figcaption>
◇'예비 데이터센터’ 있는데, 왜 먹통 됐나
이번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와 관련해 이용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은 카카오의 특정 데이터센터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다른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서비스 이원화(二元化) 대책’이 과연 있었느냐는 점이다. 10년 전인 2012년 4월에도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이 끊겨 카카오톡이 4시간가량 먹통이 됐는데, 카카오의 데이터센터가 단 한 개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됐다. 당시 카카오는 사과문에서 “어서 돈 많이 벌어서 대륙별로 초절전 데이터센터를 분산 가동해 안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카카오는 매출 6조100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기록했다.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현재 수도권에 4곳의 데이터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버 3만2000대를 둔 판교가 ‘메인 데이터센터’다. 카카오 관계자는 “판교 센터 화재 발생 직후, 다른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조치를 하고 있지만 메인 데이터센터가 한꺼번에 다운되는 이례적인 사태로 인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비용 문제를 이유로 판교 센터의 트래픽(접속량)을 소화할 만큼 충분한 공간을 다른 데이터센터 3곳에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평소 메인 데이터센터가 작동하지 않을 때를 대비한 재난 복구(DR·Disaster Recovery) 훈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이날 화재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리스크(위기) 대응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화재로 서버 3만2000대가 전부 다운되는 것은 워낙 예상을 못 한 시나리오라 대비책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태풍 등 재난을 자주 맞닥뜨리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하나가 통째로 멈췄을 때를 가정한 훈련도 진행한다”며 “이번 서비스 먹통 사태의 규모도 그렇지만 카카오 같은 대기업이 제대로 된 컨틴전시 플랜(비상 대책)조차 없었다는 게 더 놀랍다”고 말했다.
◇'국민 메신저’지만 자체 데이터센터 없어
카카오톡은 최근에도 크고 작은 서비스 장애가 있었다. 지난 4일 오후에도 18분간 메시지 송수신과 PC버전 로그인이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에 따르면, 카카오 서비스는 15일 장애를 제외하고도 지난 2018년부터 최근 5년간 총 19건의 장애가 발생했다.
카카오는 네이버와 함께 국내 양대(兩大) 인터넷 기업으로 꼽히지만, 네이버와 달리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다. 최근에야 경기도 안산과 시흥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고, 각각 2023년과 2026년쯤 가동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카카오가 주요 계열사를 상장하면서 경영진이 큰돈을 벌고 최근 대규모 통합 사옥까지 마련했지만 정작 서비스 근간인 데이터센터 투자에는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 관계자는 “최근 급성장한 회사가 지금에야 자체 데이터센터 준비에 나서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