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이 82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쩜, 실험적 난해시의 대변자로 사물의 정연한 논리를 통해 시대 변화를 이끌려 했던 그가 서정적 반대편 봉우리에서 턱 하니 "꽃"이라는 근사한 철학적 시 하나 이 땅에 내려 놓고 꽃의 영원한 혼이 되어 생노병사(生老病死) 철학 얘기를 하고 싶었을 텐데_
하지만 대중은 그 것을 서정시 언덕에서 구애의 커다란 대제(大題)로 인용하며 사랑이 허기질 때마다 편지지에 사용하며 향유 해 왔습니다. 시인은 이에 크게 개의치는 않았습니다. 어차피 시라는 장르의 생명력은 시인이 아니라 향유하는 대중이기 때문에_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에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네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꽃" 전문 김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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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랑 하나 남은 가랑잎처럼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습니다. 벌써 거리에 자선남비가 등장하고 크리스마스 캐롤도 들려 옵니다. 마음은 바쁘지만 차근차근 마무리 잘 하세요.
2004.12.1 풀잎편지(poolip.net)
음악 : 꽃밭에서_연주 |
첫댓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에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그분의 시를 오랫동안 외우고 다닌적이 있었습니다. 저런 시를 쓰고 싶어 몸살을 앓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나의 문학에 커다란 별이었던 그분을 흠모하면서...소녀시절은 다 보냈는데..
학교 다닐 적 교과서에 나오는 그의 시를 보면서 어떡하면 문제에 나오는 걸 틀리지 않을까 하여 달달달 외우는데 급급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작품의 맛을 감상하면 될 것인데 그땐 오직 좁은 눈으로 시를 바라보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