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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6월 26일 (토), 무더움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 토요일인데 오전 일과 잘 마치고 편안한 시간 보내고 있느냐? 어제 편지 내용대로 누나는 1박2일로 강원도 홍천 방면으로 출발하고 아버지도 오늘은 오후 4시 반 경에 귀가했다. 어머니께서 며칠 째 몸이 편치않으셔서 걱정이란다. 어제 대현약국에 다녀왔는데 몸이 쇠해서 그렇다며 한약을 드시라고 권하더란다. 아무래도 그렇게 해야할 것 같다. 잘 알다시피 온종일 앉아서 이모네 악세사리 만드는 작업이 몹시 힘에 부치는데다가 말동무도 없이 혼자 앉아서 하니까 심적으로도 많이 편치않은 것 같구나. 그만두고 차라리 다른 일거리를 찾아 했으면 좋겠는데, 사실상 마땅치도 않고, 그러다보니 신체적 부담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편지가 오질 않았다. 편지로나 소식을 듣는데... 집에 있다가도 몇 번씩 대문간에 나가 보곤 했는데 저녁 7시가 됐으니 집배원 활동 시간은 끝나지 않았겠느냐? 조금 전에 외할아버지께서 전화로 네 안부를 물으시더라. 한달이 넘었다고 하시며... 아들아, 이렇게 모든 가족이 군에 간 너를 생각하고 있단다. 4주 차 교육에서 힘들고 고생은 심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다음 5주차에는 화생방 교육을 비롯해서 종합적인 교육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어쩌면 지금까지 받은 교육 전반에 걸쳐 반복일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다음 주에는 “수계의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꼭 참석해서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앞으로 부처님처럼 대자비심을 갖고 살며 무주상 보시로 나와 남을 이롭게 하는 보살행을 몸에 익히겠다는 서원을 세워라 부처님과의 약속이란 바로 자신에게 하는 약속을 말한다. 아들아, 학생 시절 때 별로 관심없던 신앙에 대해서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군법사(軍僧)님의 설법을 통해서 많은 부분을 배웠을 것이다 불교란 무엇인가? 어느 유명한 스님께서 이르시기를 “불교란 밥 한 그릇 먹는거다”라고 말씀하셨거든.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바로 일상생활이 불교란 뜻이다. 본래 있는 그대로의 마음과 좇아 나오는 행동, 그 자체가 3,000년 전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바로 그것이란 것이다. 불교란 것에서 나에게 없는 그 무엇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며, 바른 직업관으로, 올바르게 정진해 나아갈 때 비로서 불교를 다 아는 게 되는 것이란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 어머니께서 문간엘 갔다 오시더니 “봉연이 편지 왔어요” 하면서 들어오시지 않겠니? 대 여섯 번을 들락거렸었는데.... 이상했던 것은 어머니 꿈에 또 네가 왔더라는 것이었는데 편지로 대신한 것같다. 아까 퇴근해 왔을 때, 꿈 얘기를 듣고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7시가 훨씬 넘은 시각에 더구나 토요일인데 집배원 아저씨가 수고를 해주셨구나. 오늘 편지에는 아주 소상히 너의 일과를 써 보내주어 많은 궁금증이 풀렸는데 피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구나. 이 글은 나중에 쓰더라도, 부탁한 전화카드부터 빨리 사와야겠구나. 내일 일요일 편안히 잘 지내거라. 99. 6. 26. (토) 19:40 - 집에서 아버지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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