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역술은 인간의 보편적인 꿈인 개인의 미래예측수단으로 자연발생적으로 탄생된 것이다.
인간은 수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명조로 인한 절망과 갈등을 한 사람들이 무수히 많았을 것이다.
사주 명리학은 인간의 마음에 평정심과 자연의 섭리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한 것도 사실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원시적 악습으로 미신(迷信)의 금기(禁忌)로까지 여겨지던 점과 역술이 어엿하게 고부가가치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으며 ?쪽방 수준?에서 이뤄지던 점술과 역술업이 기업화 대형화 바람을 타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맞은편 로데오거리가 ?점술밸리?로 변모하고 있다. 화려한 수입명품 매장과 세련된 고급 카페들이 들어선 골목길을 따라 2~30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점카페?가 속속 들어서 현재 50여 곳에 이른다.
역술인들은 자칭 베테랑으로 언뜻 듣기에 설명이 그럴 듯하다. 사주공간은 ?카페 철학원?의 원조로 통한다. 탤런트 채시라 부부가 궁합을 보기 위해 다녀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찻집을 찾아 우연히 카페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이곳이 사주를 봐주는 곳이라고는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내부장식이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점카페 뿐만 아니다. ARS 전화를 이용한 통신상담, PC통신을 활용한 ?사이버 철학원이 한많은? 한국인들의 지갑을 얄팍하게 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도 역술은 게임과 더불어 가장 잘 팔리는 문화 콘텐츠의 하나로 대접받고 있는 실정이다.
700, 600, 800번이나 0600, 060번으로 시작하는 ARS전화 운세서비스는 회사당 20~30명의 전문 역술인을 모집, 일대일 상담 형식으로 운세를 봐준다. 보통 30초 단위로 1-2000원 정도로 30분 정도 상담하면 요금이 10만원에 이르는데도 찾는 이들이 계속 늘고 있다.
이동통신업체들도 온라인 오프라인 역술업체와 제휴해 인터넷을 통해 부적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유료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유무선 통합서비스를 통해 건당 500~1000원대의 캐릭터 부적을 판매하고 있으며 KTF, LG텔레콤도 무선인터넷을 통해 운세서비스와 부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부적은 휴대폰 액정화면 크기에 맞춰 실제 부적을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한 것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운세로 검색되는 사이트가 2~3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사이버 철학원?도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10대 포털사이트의 메인 화면에서 운세코너는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찾는 이들이 많다.
인터넷 철학관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것과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없고 점쟁이와의 맞대면 접촉을 꺼리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데이트베이스로 만들어진 운세는 500~3000원이면 볼 수 있고, 역술인과의 인터넷 게시판 상담도 오프라인 철학관보다 저렴한 1-2만원 선에 점을 볼 수 있다.
역술사업의 규모가 연간 1조원을 넘어섰다는 추정이 나오고 점술가대신 라이프 컨설턴트란 직함을 내건 역술인들은, ?돈 잘 버는 떳떳한 직업인?으로 행세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각종 역술학원엔 점술의 부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돈벌이가 잘된다?며 고학력 구직자, 명예퇴직자, 부업을 찾는 주부 등이 문을 두드린다.
스포츠신문 등에는 ?소규모 투자로 큰돈을 버는 사업?이란 광고 문구를 내걸고 ?700국 역술 서비스 사업을 시작해보라는 사기 광고를 볼 수 있다. 또 ?명리학 완성? ?성명학 속성? 등의 문구로 수강생을 모집하는 엉터리 역술학원 광고도 거의 매일 게재된다.
역술학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역술을 가르치는 학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역술강의는 백화점 문화센터, 대학부설 사회교육원에서도 인기강좌로 부상했고 인터넷 역술사이트 등에서도 월 10만~30만원 정도를 받고 역학을 가르친다. 사설 철학원에서 이뤄지는 그룹강의와 개인지도를 받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고 있으며, 강의료가 만만찮은 전문학원의 경우는 3~6개월 과정에 3백만원을 받는 명리학원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한국역술인협회에 따르면 전국 13개 지부에서 역술인으로 등록된 사람이 십만여 명이고, 별볼일 없는 자격증도 없이 영업하는 역술인도 2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현 한국의 역학계는 철학관을 위시한 역술가들이 당사주와 관상을 이용하고 거기에 신살을 가미한 전근대적 오성학으로 운명을 감정하는 엉터리 작술가들이 대부분이다.
명 리학의 기본이 안 된 어슬픈 선 무당들이 당사주나 기문둔갑이나 관상으로 명리학을 호도하고 있다. 당사주와 신살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단식 명리 판단법이고, 웬만한 사람은 한 두달정도면 배울 수 있다.
타인의 운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주풀이를 경박한 지식으로 감정하는 것만큼 큰 죄악은 없을 것이다. 주식 시세를 그렇게 잘 알면, 직접 주식이나 해서 돈을 벌지 왜 힘들게 사주풀이를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주 명리학은 주역과 거리가 멀다고 하지만 음양을 논한다는데 그 뿌리가 다를 수 없고 오행과 명리학은 절대적인 관계가 있어 음양과 오행에 대한 이해 없이는 명리학의 기본조차 접근할 수가 없다.
명리학을 자연과학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역학을 연구한 선비나 문장가들이 문장으로 현란하게 구사한 것이 오늘날까지 제도권내의 정규학문으로 인정받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사주 명리학을 점술이나 잡술처럼 혹독하게 비판하는 자들의 공통점은 명리학에 대해 기대를 가지고 도전하다 신강신약론, 격국용신론의 벽에 막혀 좌절하고 패배한 자들의 애절한 하소연이라 할 수 있다.
명리학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듣는 이야기가 있다.
"어디가서 들으니까... 천문성도 없고 해서 ...배워도 써 먹지(?)를 못한다고 합니다"
"어디가서 보니까...저더러 신내림굿을 하거나, 사주를 꼭 배워야 한답니다"
"천문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렇답니다!"
물론 천문성이 갖는 예지력. 영감적 소양의 의미자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언급들은, 암암리에 명리학을 학문의 위치에서 끌어내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천문성은 지지에 술과 해가 바로 붙어 있어야 하는 데, 엉터리 역술가들이 형충회합은 망각하고 술이나 해가 하나만 있어도 천문성 타령을 하고 있다.
야후에서 어느 철학원을 쳐 보니 엄청나게 많은 블로그와 지식란 댓글이 달려있는거예요.
그 철학원을 다녀간 사람들이 전부 개명 후로 인생이 달라졌다고 하고 부적을 써서 좋은일이 생겼다고 그러고 공무원 시험에까지 부적 지니고 가서 합격했다고 수기를 올려 놨어요.
아 이사람 정말 유명한가보다 하고 찾아갔지요.
거기서 스님이나 철학을 해야 할 사주이고 다른 길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어요.
길은 한가지이고 그 길을 위해 태어났으니 자기 밑으로 들어와서 제자가 되어랍니다.
우연히 용한점집엄누라는 카폐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전국에서 점집을 다녀온 사람들이 다녀온 곳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공유하는 곳이었어요.
대구정명철학원이 보통의 평범한 철학원이란 글 밑에 댓글이 줄줄히 달린 것 중에 하나가 그곳에서 부적을 맞추었지만 바뀐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는 어느 회원분의 사연이었어요.
그리고 야후에 개설된 모든 블로그는 정명에서 함께 일하는 딸이 수십개를 개설해서 마치 다녀온 사람들이 쓴 것인양 사기 광고를 퍼뜨린다는 사실도 알았어요.
신살이란 사주의 부속 치장물과 같아 일부는 참고할 수 있지만, 그 확률은 대개 20퍼센드 정도이고, 어떤 것은 터무니 없는 신살들이 부지기수이다.
모든 학문은 객관성을 지향하고, 합리적 논리를 전제로 성립하는 것이다. 8글자에 배속된 음양 오행의 균형과 종합적인 작용원리를 궁구하는 것이 명리학이다.
명리학이 학문으로 불리길 원하는 이상, 어떤 경우에도 영감이나 예지에 의존해서는 결코 그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음양 오행의 상생상극의 정연한 법칙과 그것들의 하위개념적 작용인 합.충.형.그리고 생장소멸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종 의미론적 상황과 천지감응이라는 유기체적이고 순환적인 질서를, 논리적인 방법론을 사용하여 순차적으로 규명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명리학을 다른 학문과 전혀 다른 특수한 별개의 존재로 규정하는 순간...명리학은 다시 미신의 나락으로 빠져버리고 만다.
명리학 입문 과정을 지나, 희신과 기신을 판단하기 위하여, 신강신약의 판별. 격국과 용신취용의 단계에 가면 더욱 혼란스럽다. 무분별하고 자의적인 판단과, 아무런 기준도 제시하지 못하고 이현령비현령식으로 해석하는 무원칙이 만연된 역학계이다.
이러한 현상의 한가운데에는 바로 육임이나 자미두수, 기문둔갑을 자평 명리학에 혼용하고, 점이나 영감과 예지로 대변되는 자의적 불합리성과 무원칙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명리학을 배우려는 사람에게 천문성의 유무를 논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매우 심각한 명리학의 학문적 훼손을 스스로 자초하는 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