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과 무덤사이
동물의 왕국-연어
박준영 (시인/ 국악방송 사장)
고향 물내음은 운명의 묘약이던가
단 한방울의 민비린내 따라
수천 킬로 출생의 물길 찾아
범고래 바다사자 곰 이빨 용케 피해 가면서
천에 네 마리 꼴로 살아올라 온 승자
숨 가쁘게 달려온 상류의 자갈밭은
몸 푸는 낙원이자 바로 무덤 아니던가
질긴 생명의 여행은 끝나건만
아직 못다 푼 원이 남아
풍요로운 바다가 길러준 몸 갈갈이 풀어 헤친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의 먹이가 되어주고
겨울잠 준비하는 곰의 몸 한껏 불려주고
그러고도 남은 살과 뼈는 썩고 또 썩어
척박한 대지에 송두리째 몸보시한다
죽은 연어의 훈장으로 빛나는 산과 강에는
다시 꽃이 피고 새소리 올봄도 하맑갛다
첫댓글 죽은 연어의 훈장으로 빛나는 산과강 / 연어의 희생이 있기에 조국 산천에는 다시 꽃도피고 새소리 흥겹고 우리는 행복합니다 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