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서리
서리는 바람 한 점 없는 이 밤 아무도 몰래
나린다. 올빼미 우는 소리 요란하다.
들어봐라, 다시 여전한 그 울음소리,
내 오두막집 식구들은 모두 잠들고 나만
홀로 남으니 한층 더 깊은 명상에 잠길 수 있어라
오직 요람 속에서 평화롭게 잠든 아이가 곁에 있을 뿐.
이렇게 고요할 수가! 고요하다 못해
이 기이한 정적 지나치다 보니
명상을 어지럽혀 방해가 되느니, 바다, 언덕과 숲과
사람들로 붐비는 이 마을, 바다와 언덕과 숲.
삶의 온갖 번거로운 일들 아련히 꿈인 듯 들리지 않구나!
약한 푸른 불꽃은 타다 남은 벽로불에 가라앉아 껌벅이지 않는다.
오직 벽로에 나풀대는 엷은 검댕이 조각만이
나풀거려 세상에 남은 유일한 소리 같다.
저 나풀대는 검댕은 살아있는 내게
동정을 느끼는 것일까, 내게 벗과 같은
형체를 띄고 있으니, 그 형체의
미미한 나풀거림과 괴이한 모습을 보고
내 무위한 영혼은 기분 따라 해석하고
어디서나 절로 울리는, 절로 비추이는
메아리나 거울이 되어
생각을 장난감이 되게 하는구나.
그런데, 오,
수업시간에 나는 육감을 믿고
두고두고 저 쇠받힘을 물끄러미 보며
나풀대는 손님을 지켜봤어라.
그 때 난 눈을 내리 감지도 않고, 이미 정다운 고향,
그 오랜 교회의 탑을 꿈꾸었다.
이 가엾은 인간의 유일한 음악이었던
탑의 종소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덥고 청명하게
청명한 날 종일 울리었다. 그 아름다운 소리에
걷잡을 수 없는 환희로 내 마음 설레게 했다.
장차 닥칠 일 또렷이 울려 주던 그 소리!
이같이 물끄러미 보다가, 내 꿈이던가, 이 흐뭇한
일들로 나는 잠이 들고 잠들면 꿈이 길었다.
그래 다음날 아침은 온통 골똘히 생각에
잠기다가, 선생님의 매서운 얼굴에 겁을 먹고,
공부하는 척, 시선은 어른거리는 책에 모았다.
그러다가 행여 문이라도 살짝 열려 얼은 훔쳐보면
여전히 가슴은 뛰었다. 왜냐하면 난
여전히 손님의 얼굴, 도회 사람, 숙모님이나
둘이서 똑같은 옷을 입었던 내 놀이 친구인
사랑하는 여동생이 찾아오길 바래서였다.
내 곁에서 요람에 잠들고 있는 귀여운 아이야!
이 깊은 고요를 타고 들리는 네 잔잔한 숨소리는
곳곳의 공간과 사색의 순간적 공허를 메워 주나니.
곱기도 고운 내 아가야, 널 쳐다보기만 해도
난 부드러운 기쁨으로 가슴 벅차구나.
별다른 환경에서 먼 옛 이야기 너 배울 걸 생각하면!
난 큰 도시에서 침침한 암자같은데서 자란 몸,
하늘과 별말고 아름다운 걸 보지 못했단다.
하나 아가야 넌, 호숫가와 바닷가
백사장에 태고의 바위산아래, 그리고
호수와 해변과 바위산을 그대로 비춰주는
구름 아래, 미풍처럼 헤메이리.
그리하여 넌 아리따운 형상들을 보고
너의 하나님이 쓰는 영원한 언어가 담긴
또렷한 소리 들으리라. 그 분은 영원에서 모든 걸
스스로 익히고 자신 속에서 만물을 가르치신다.
위대한 우주의 스승이시여! 그 분은 너의
정신을 만들고 베품으로써 네 정신더러 구하게 하시리라.
그러므로 사계가 네겐 아름다우리라.
여름이 천지를 초록으로 옷 입히든,
홍방울새 이끼낀 사과나무의 앙상한 가지에
쌓인 눈 속에서 앉아 노래하든,
(근처 조가에선 햇볕에 눈이 녹고 연기가 나고).
낙숫물 소리 바람 소리 잠들 때만 들리던,
혹은 서리가 남몰래 일을 벌려
낙숫물을 소리없는 고드름으로 매달리게해서
고요한 달빛 받아 고요히 빛나게 하든.
첫댓글 번역판 올려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