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될만한 풍경이 스쳐 지난 후
다시 고개를 돌려 쳐다보면
풍경은 이미 창백하게 숨져 있다
갓 피어난 저 꽃도
지금 스쳐 지나가는 저 사람도
좀 전의 그 꽃이 아니다
좀 전의 그 사람이 아니다
어느 공원에 가더라도 풍경의 목을 치는 자들이 있다
찰칵, 찰칵, 살아 숨쉬는 풍경의 숨통을 끊고 있다
아름다운 꽃과 단풍든 가을산,
화사한 웨딩드레스의 행복한 웃음의 육질이
예리한 시선의 렌즈에 떠져 액자에 걸리고 있다
사람들은 풍경을 도려내어 기억에 끼우고
풍경은 사물의 표정을 쉴새없이 베어 추억에 걸어둔다
이것이 시간이라 불리는 슬픈 통념임을 아는 자들은
풍경의 살해에 함부로 동참하지 않는다
시시각각 풍경은 새로 태어나
이미 죽은 꽃잎과 사랑을 속삭이며
시선의 칼날이 닿지 않는 먼 미래에
광속도로 이관된다
한때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쉼 없이 타오르던 풍경들아,
창백한 시간이 날(刀)이 너의 마지막 웃음을 베고
조용히 지나갈 때까지
아름다운 꽃잎 앞에 섣불리 무릎을 꿇지 마라
너는 다시는, 지금 스쳐 지나는 이 풍경을 보지 못한다
시 동시 심사평>
시 ‘군계일학’이라고 할 정도로 단연 돋보여
동시 동심의 진정성 시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
이번 교원문학상에 응모한 응모자수는 시 부문 91명, 동시 부문 37명으로 전체 교원수에 비하면 지극히 소수라 하겠다. 어쩌면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조차도 문학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 옅어지는 게 아닌가 하고 염려되었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작품이라 기대가 컸다. 전체적으로 작품 수준이 골랐으나 고르다는 그 점이 바로 문제점이었다. 그것은 그만큼 개성적이지 못하고 평균적이라는 뜻으로, 문학은 ‘개성’에 많은 점수를 주지 ‘평균’에 많은 점수를 주진 않는다. 교실현장을 평면적으로 노래한 시, 여행지 풍경을 일차원적으로 묘사한 시, 감상적 추억담을 나열한 시, 일상을 정리한 일기풍의 시,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등과 같은 뻔한 교훈시, ‘삶의 향기’ 같은 상식적 기도시 등은 이번 심사를 통해 숙고해봐야 할 문제점이라고 생각되었다.
시 부문 당선작 ‘풍경의 살해(권영준)’는 군계일학이라고 할 정도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의 시에 의하면 카메라로 풍경을 찍는다는 것은 결국 하나의 풍경을 살해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카메라로 찍은 풍경을 영원히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는 풍경의 존재가 살해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어느 공원에 가더라도 풍경의 목을 치는 자들이 있다/ 찰칵, 찰칵, 살아 숨쉬는 풍경의 숨통을 끊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아가 ‘사람들이 풍경을 도려내어 기억에 끼운다’고 한다. 이 얼마나 예리한 시적 사유인가. 그의 다른 응모작 또한 언어의 숨결에 힘이 있고 상상력이 뛰어났다. 아직 충분히 소화되지 않거나 숙성되지 않은 거친 부분이 있다는 점이 큰 단점이지만,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교단시단에만 머물지 말고 더 넓은 한국시단으로 진출하길 바란다.
가작 ‘자전거(박인경)’은 완결미가 뛰어난 작품이었으나 응모한 다른 작품들이 지나치게 설명적이고 산문적인 것이 큰 흠이었으며, 가작 ‘엄마의 굽은 등’은 ‘엄마는/ 굽은 등이 더 굽어져/ 둥근 알을 닮아가신다’라는 부분에서 큰 개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천사, 한낮(김춘기)’은 2009년도 가작 당선자의 작품이라 당선작이 될 수 없다면 가작에서도 제외시키는 게 마땅하다고 여겼으며, ‘겨울 서울역에서’ ‘구두의 잠든 시간’ ‘오늘도 족발 사러 간다’ ‘매화’ 등도 최종적으로 검토된 작품임을 밝힌다. 그리고 ‘우공(牛公)의 한 생’은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다고/ 먼 길이었다고/ 아버지가 목덜미에 손을 얹자/ 큰 눈에서 별똥별이 떨어진다’ 부분이 김종삼의 시 ‘묵화’와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동시 부문에서는 ‘내게 이런 우체통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김원정)’가 동심의 진정성을 시로 승화시키는 데에 크게 성공했다는 점에서, ‘담쟁이넝쿨(이경순)’이 완결성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최종적으로 겨루었으나 ‘내게 이런 우체통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가 보다 더 동심의 진정성에 가닿아 있다는 점에서 당선작으로 정했다. 가작 ‘지게(조재형)’는 내용이 교훈적이고 산문적으로 풀어져 있다는 점이 아쉬웠으며, ‘햇빛의 말’ ‘누에학교’ ‘공부’ 등도 최종적으로 거론되었다는 점을 밝힌다. 동시 응모자들은 동시는 동(童)과 시(詩)의 결합체라는 점을 숙고해주길 바란다.
아래 사진은 수상작과 함께 실린 교육닷컴에서
풍경의 살해
권영준
기억될만한 풍경이 스쳐 지난 후
다시 고개를 돌려 쳐다보면
풍경은 이미 창백하게 숨져 있다
갓 피어난 저 꽃도
지금 스쳐 지나가는 저 사람도
좀 전의 그 꽃이 아니다
좀 전의 그 사람이 아니다
어느 공원에 가더라도 풍경의 목을 치는 자들이 있다
찰칵, 찰칵, 살아 숨쉬는 풍경의 숨통을 끊고 있다
아름다운 꽃과 단풍든 가을산,
화사한 웨딩드레스의 행복한 웃음의 육질이
예리한 시선의 렌즈에 떠져 액자에 걸리고 있다
사람들은 풍경을 도려내어 기억에 끼우고
풍경은 사물의 표정을 쉴새없이 베어 추억에 걸어둔다
이것이 시간이라 불리는 슬픈 통념임을 아는 자들은
풍경의 살해에 함부로 동참하지 않는다
시시각각 풍경은 새로 태어나
이미 죽은 꽃잎과 사랑을 속삭이며
시선의 칼날이 닿지 않는 먼 미래에
광속도로 이관된다
한때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쉼 없이 타오르던 풍경들아,
창백한 시간이 날(刀)이 너의 마지막 웃음을 베고
조용히 지나갈 때까지
아름다운 꽃잎 앞에 섣불리 무릎을 꿇지 마라
너는 다시는, 지금 스쳐 지나는 이 풍경을 보지 못한다
한국교육신문 시당선작 2010.1.1
심사평
시 부문 당선작 ‘풍경의 살해(권영준)’는 군계일학이라고 할 정도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의 시에 의하면 카메라로 풍경을 찍는다는 것은 결국 하나의 풍경을 살해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카메라로 찍은 풍경을 영원히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는 풍경의 존재가 살해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어느 공원에 가더라도 풍경의 목을 치는 자들이 있다/ 찰칵, 찰칵, 살아 숨쉬는 풍경의 숨통을 끊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아가 ‘사람들이 풍경을 도려내어 기억에 끼운다’고 한다. 이 얼마나 예리한 시적 사유인가. 그의 다른 응모작 또한 언어의 숨결에 힘이 있고 상상력이 뛰어났다. 아직 충분히 소화되지 않거나 숙성되지 않은 거친 부분이 있다는 점이 큰 단점이지만,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교단시단에만 머물지 말고 더 넓은 한국시단으로 진출하길 바란다.
- 이가림 인하대 교수․정호승 시인 -
첫댓글 축하 드립니다~~
축하 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축하 드려요~~~
축하합니다 ...
2010 교원문학상시 부문에 당선됨을 축하드립니다.우리는 보편적으로 '풍경이 아름답다' 멋지다.'야 장관이다' 하고 느낄 다름인데 그 아른다움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인간이 욕망을 담아내는 사진을 '풍경의 살해' 라는 언어로 표현한 그 시상의 착상에 경이를 표합니다. 옛날 어느 절간에서 사진을 찍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노스님이 거절한 이유가 그런 이유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저는 금중12회 졸업생입니다. 시 잘 읽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영준선배 오랜만이네요... 잘 계시는동?
우와....축하드립니다.....
대단테이... 자랑스럽데이... 인물도 우예 저리 잘 생깄노.
축하! 축하! 축하 합니다!!!
축하해준 여러 선배님, 동기, 후배님들 감사 드립니다. 부족한 글이 운이 좋아(?) 당선된 것 같습니다. 많은 축하와 덕담 해 주신 것 잊지 않고 앞으로 더 열심히 써서 좋은 시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권영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