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살'이란 무엇인가? 살은 귀신처럼 형상이 있는 것이 아닌 일종의 에너지로서 인간을 해치는 존재라고 풀이하며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살(煞)[명사] :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해치는 독하고 모진 기운, 곧 악귀의 짓. 대수롭지 않은 일로 다치거나 하는 경우에, 그것을 '귀신의 짓'으로 여기어 이르는 말.
"
궂은 악귀의 짓이 들러붙다.“ ,”어떤 불길한 힘이 작용하여 갑자기 탈이 나다. " 등등의 사전적 풀이를 봤을 때 '살'이란
용어에서 우리 민족의 민간신앙 깊숙이 뿌리박힌 (무속신앙 안에서의) 어떤 불가항력적인 힘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경희대
명예교수이자 한민족 무속신앙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서정범 교수의 [한국 무속의 현대적 이해]를 보면 “굿의 목적이자 기능은
역신을 물리치고 복을 빌며 망령을 타계로 보내는 데 있는데 이것은 샤머니즘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무속의 사고체계는 불멸의
전능자로서의 신, 인간이 죽은 후에도 그 영혼이 영생한다는 내세를 믿는 사고체계이며 신에게 현실의 복을 기원함으로써 삶의 안위와
평화를 갈구하는 순간적인 존재로서의 희망을 추구하는 사고체계“라 하였다. 이와 같은 민속신앙과 무속신앙의 공통된 분모 안에서,
복을 기원하는 사고체계 속에 ”복(福)“과 반대되는 ”화(禍)“가 집약된 개념이 바로 ”살(煞)이라 할 수 있다.
‘살’이란 용어의 소구방식과 오, 남용
'
살‘이란 용어에는 두 가지 한자가 쓰인다. [殺]과 [煞]이 그것인데 둘 다 [죽일 살]이다. 그래서인지 ’살‘이란 단어의
어감이란 듣는 이로 하여금 상당히 불길하며, 두려움까지 야기 시킨다. 여기에서 한가지 중요한 것은 그 ’살‘이란 단어를 쓰는
사람의 목적이다. 2003년 12월 방송된 KBS 시사 고발 프로그램 <추적60분>에서는 급증하고 있는 무속인 사기
피해 실태와 불안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혹세무민하는 사이비 무속인들의 수법을 고발한바 있다.
현재 무속인의 수가
3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점을 보러 오는 사람도 많지만, 역술인, 무속인의 수 역시 증가한다. 수많은
자격 없는 무속인 들은 점을 보러 오는 사람으로 하여금 굿을 하게 유도하는데, 그 이유는 굿이 몇 백 만원부터 몇 천 만원까지의
고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굿을 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살이 끼었다‘고 말하는 것이고, 이 ’살‘을 풀어주지
않으면 남편이 죽는다. 부모님이 죽는다 등의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이다. 자격 없는 많은 무속인들이 ’살‘을 있어서는 안되며,
있으면 큰 화가 되는 두려운 존재로 만들었다.
살의 종류와 역학과의 관계
명리학에서만
100 여 가지의 살이 있다. 다시 말해 살이 없는 사람은 없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기를 살이라 하면 있어서는 안될 것으로
간주한다. 이것이 ‘살’에 대한 첫 번째 오해이다. 대표적인 살에는 사주로 보는 십이신살(十二神殺)이라는 것이 있는데
겁살(劫殺), 재살(災殺), 천살(天殺), 지살(地殺), 연살(年殺), 월살(月殺), 망신살(亡神殺), 장성살(將星殺),
역마살(驛馬殺), 육해살(六亥殺), 화개살(華蓋殺)이다. 각 살의 풀이는 다음과 같다.
․겁살 : 부모나 조상의 덕이 없고, 타향살이나 박한 운명을 갖음. ․재살 : 재물에 있어서 손해가 많음. ․천살 : 부모가 이혼을 하거나 혹은 제3자의 부모를 둠. ․지살 : 잦은 자리 변동으로 이사, 여행 등을 자주 함. ․연살 : 결혼을 두 번 하거나 바람을 피는 경우가 많음. ․월살 : 이성에게 해를 입음. ․망신살 : 부모덕과 형제운이 없음. ․장성살 : 고집이 강하고 행동함에 우악스러움. ․반안살 : 정신적인 기운이 강한 대신 육체적인 면에서 약한 기운을 가짐. ․역마살 : 이동으로 인한 피해를 입음. 교통사고 주의. ․육해살 : 부모나 가족의 덕이 부족하여 헤어짐. ․화개살 : 인복, 재복을 얻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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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역학 속에서 존재하는 살들은 역학의 일부분으로만 존재하며 사주를 풀이하는데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 그 자체로 독립된
설득력을 갖기란 매우 힘들다. 또 역학은 운의 흐름을 보는 것이 중요해서 살 자체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살’의 시대적 재해석
우리는 흔히 역마살(驛馬殺)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역마 제도는 고려시대에 기틀이 잡혔을 것이라 짐작되는 교통과 관련한 제도로
조선시대에는 1410년 태종 때 포마기발법(鋪馬起發法)을 제정하여, 왕명으로 역마를 이용하는 자에게는 관등 품위에 따라 마패를
발급하였다고 하였다. 당시 정착된 농경사회에서는 이리 저리 떠돌아다니는 것을 크게 흉하다 생각하여 액운의 개념에서 “살”을 가져다
붙인 것이나 현대에 와서는 역마살이란 말은 전혀 액운의 뜻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전통적으로 과도하고 잘못된 성욕으로 재앙을
당하게 된다고 믿고 꺼렸던 도화살(桃花煞) 같은 경우도 현대에서는 매력 있고 이성에게 인기가 있다고 재평가되어 오히려 연예인들에겐
필수적인 살이 되었다. 이와 같이 ‘살’은 시대에 따라 재평가되고 있고, 과거에 나쁘게 여겼던 것들이 현대에 와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살풀이와 개운효과
일반 무속인들이 하는 살풀이 굿은 그 효과적인
측면에서 심리적인 효과이상의 결과가 입증된 사례는 아직 없다. 다만 살을 푼다는 살풀이 무속의례는 현대에 와서 중요 무형
문화재로 지정되어 한민족 고유의 문화적 가치를 크게 인정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역학 서적이 주장하고 있는 개운의 방법 역시
그 수많은 서적의 양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례는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점을 보든 보지 않든 인생에서
바뀌는 것은 없다. 정녕 점을 봐서 인생이 바뀌었다면 그 인생은 친한 친구의 조언하나로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서정범 교수가
말한 대로 무속신앙의 종교적인 구조는 부정을 물리치면 그곳이 바로 신성한 곳이 되므로 신과의 만남이 자유로워 인간의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더 나은 삶을 바라는 것은 모든 인간의 소망일 것이나 이것이 특정인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이용되면 안될
것이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근거 없는 소리에 인생이 흔들려서도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