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연합 예배를 참석하고 나서 2004. 4. 11
조금 전, 부활절인 오늘 새벽에 광주 공원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 예배 (주최: 광주 광역시 기독교 교단 협의회) 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그러나 역시, 예전에 저가 늘 목도한대로 '오염' 된 예배였습니다.
예배를 드리면서 순서를 맡은 어떤 분이 '오염' 이라는 말을 많이 강조하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정치도 오염되고, 경제도 오염되고, 모든 각 분야가 오염되었으나
부활의 소망으로 정화시키자는 내용을 말하였는데 저는 오늘 부활절 연합 예배 역시 '오염'된 예배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예배 순서 가운데 <시국선언문 낭독> 이 있었는데 목사 양심으로 제가 판단할 때 이 선언문은 특정 정당을 지지 혹은 배격하는, 불과 며칠 앞둔 총선을 앞두고 엄히 중립을 지켜야 할 교회가 특정 노선의 정치 성향을 띤 선언문이었습니다.
이 선언문이 본 행사를 주관한 교단협의회의 인준을 거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으며, 소속 교회의 동의와 인준이 선행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적어도 저는 은성교회의 담임 목사로서 그러한 선언문을 행사 이전에 공문서로 받거나 읽은 적이 없습니다.
성령께서 하나 되게 하신 힘써 지키라고 하신 말씀을 좇아 교단을 초월하여 온 교회들이 하나가 되어 이 부활절 예배에 선량한 신자들이 다수 참여하였는데 이런 일로 현혹하게 하는 지도자들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는 이런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행사장 왼쪽과 행사장 주변에 걸린 현수막 가운데 "깨끗한 인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정당을 선택하자'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투표는 구국행위라는 내용이 씌였고, 구국이라는 말의 앞 단어 '구' 자는 다른 글자보다 크게 찍혔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기독당에서 내건 현수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당을 찍을 때 9번, 기독당을 찍어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이었습니다. 예배 내내 이 현수막은 성도들의 시선을 비껴갈 수 없었습니다.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써 실제적으로 선거 운동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고 그것을 주최측 혹은 행사장 시설과 안내를 맡은 순복음 광주 교회의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일단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순복음 광주 교회를 의심하는 이유는 기독당 창설에 공헌한 분 중에 한 분은 여의도 순복음 교회의 조용기 목사이기 때문입니다.
아래 저녁에 광주시 기독당 소속이라 하면서, 자기는 장로인데, 교회에 성도들에게 기독당을 광고하여 찍어줄 것을 부탁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는 정중하게 거절하였습니다.
행사장에 오신 분은 다들 보셨지만 순서를 맡은 분들이 앉은 앞 자리, 그러니까 청중과 마주 앉아 보는 그 좌석에 국회의원 후보들 몇 명이 앉았습니다. 이 분들이 왜 그기에 앉아야 되는지, 저는 목사 양심으로, 아니 건전한 시민의 양식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순서를 맡은 분이 그기에 앉은 것은 이해가 되지만 후보자들이, 그것도 청중과 마주한 제일 첫 줄에 앉도록 한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예배의 타락이요, 오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나는 부활하신 주님이 이 모습을 보시고, 얼마나 안타까워하실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더구나 광고를 맡은 주최측 총무가 이 분들을 소개할 때, 순서지에 나와 있지 않는 순서를 집어넣어서 소개할 때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이 하나님께 드리고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예배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종교가 정치에 굴복하였거나, 종교가 정치적 힘을 이용하는 식의 어떤 형태로든 바람직하지 못한, 비성경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기도하는 분이나 설교하는 분이나, 심지어 헌금기도를 하는 분도 지나치게 총선을 의식하였습니다. 총선이 중요한 행사이기는 하지만 그기에 지나치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하나님의 주권을 믿는다면, 그리고 이 날 예배, 일년에 한번 밖에 없는 부활절에서 우리가 너무 지나치게 정치적이었는지 않은지 돌이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교회가 차분하지 않고, 너무 들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광고 시간에 특정 단체의 행사, 장경록 목사라든가, 윤석전 목사라든가 이 분들이 강사로 오는 집회를 광고할 때는 아연실색하였습니다. 본 행사를 주최하는 교단협의회가 주관하는 행사같으면 당연지사이나, 특정 단체의 광고가 어떻게 연합예배 공식 광고로 자리잡을 수 있는지, 실소가 나왔습니다. 더구나 그 집회에 많은 신자를 동원하기 위하여 선착순으로 일찍 오신 특정 수에게 주는 경품을 소개하고 추첨하여 주는 선물을 소개할 때는 이건 정말로 예배의 타락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적은 금액의 경품이면 이해가 되지만 그것은 그런 수준이 아니라, 동남아 여행권을 주는 정도였습니다.
정말 다시는 참석하고 싶지 않은 연합 예배였습니다.
성도를 연합하게 하는 예배가 아니라 성도들을 분열시키고 미혹하는 집회였고, 세상 권력과 사행심으로 얼룩지고 오염된 예배였습니다.
"아버지께 참으로 예배하는 자들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 때라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자기에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 (요한복음 4장 23절)
예배라는 이름으로 오늘날 수많은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고, 수많은 설교가 홍수같이 텔레비젼에서 책에서 테이프를 통해서 쏟아지는 이 시점에서 나는, 오늘 설교자로 내가 전하는 이 설교는 어떤 것인가를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갑자기 무력을 느꼈습니다.
광고 시간에 장경록 목사, 윤석전 목사 이름이 나올 때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그 집회에 가볼 양으로 수근 거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 분들이 누구인지 잘 모릅니다. 다만 윤석전 목사는 한 때 이단 시비에 싸인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하여간 수많은 설교와 예배를 접하며 살아가는 우리, 결코 말씀의 굶주림과 기갈이 있을 수 없는 그런 우리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아직까지 오늘 제가 참여한 연합예배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수준의 예배 밖에 못 드리는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무기력으로 오늘 예배를 인도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주여, 저를 도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