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이 있는 날은 국수를 삶는다.
긴 면발덕에 장수하라는 의미도 있다.
잔치국수, 비빔국수, 냉면, 메밀국수, 막국수, 칼국수… 이젠 원조를 따질수 없는 짜장면, 우동, 라면, 스파게티…등
한여름 콩국수, 막국수, 냉면으로 더위를 나기도 한다. 열무냉면의 새콤달콤함 때문에 입덧에 자주 먹었다고도 한다.
밥과 밥 사이를 이어주듯 우리 삶 곳곳에 이어져있다.
글 속 우동 한그릇의 감동과 잔칫날의 국수 한그릇과 졸업식날 먹어본 짜장면, 땀흘린뒤 새참, 매 순간이 국수와 함께 흐뭇하기도 하다.
요즘 대세인 먹방의 국수는 끊지 않고 긴 호흡으로 소리내어 먹어야 조회수가 잘 나온다. 조용히 음식을 삼키라는 예절은 가끔 무용지물이 된다.
그럼에도 소리나게 먹을수 밖에 없는 국수…그 소리가
후루룩 비내리는 것과 같다는 작가의 말에 밖을 내다본다. 비소리를 들은것 같아서
<국수> / 박은숙
허리가 굽은 노인이
식당 구석진 자리에 앉아
국수 한그릇을 시킨다
네명의 자리에 세명을 비워두는 식사
아마도 매 끼니를 빈자리들과의
합석이었을 것 같다
잘 뭉쳐져야 여러 가닥으로 나뉠 수 있는 국수, 수백번의 겹이 한뭉치 속에 모이는 일, 뜨겁게 끓인 다음에 다시 찬물에 식혀야 질겨지는 음식, 그 부피를 많이 불리는 음식은 힘이 없다지만, 그래서 여럿이 먹어도 한가지 소리를 내는 국수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는 저 노인의 슬하는
이남 삼녀의 망종(亡種)
꽃핀 곳 없는 행색이지만
한때는 다복했었을 것이다.
잇몸으로 끊어도 잘 끊어지는 빗줄기 같은 국수,
똬리를 튼 국수를 젓가락으로 쿡 찔러 풀어 헤친다
치아도 없는 노인이 먹는데
후루룩, 비 내리는 소리가 난다
비 오는 날 마루에서 들리던 엄마의 청승같이
뚝뚝 끊던 빗소리,
맑은 물에 헹군 국수발 같은 주름이
입안에 가득 고인 빗소리에
바람이 흩날리며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