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5월 27일) 금요일. 이 동네도 불금일까?
오전 5시 30분. 일찍 눈이 떠 진다. 어제 일찍 잤는가보다. 카톡으로 주고받은 내용을 추적해보니 아마 12시도 못 되어 잠이 들었나보다. 오메~ 아까운 것!
룸메 주이사님은 코를 골면서 잠을 자길래 그냥 내버려두고 혼자 조용히 차나 한 잔 마시려고 부스럭 댔더니 그 소리에 일어난다. 더 주무시라 했더니 잠이 깼다고 그냥 일어난댄다. 같이 차나 한 잔 마십시다~ 나는 홍차, 주이사는 녹차를 타서 건네준다.
오전 6시. 사우나를 하러 다시 온천탕으로 7층에 올라간다. 우리 식구들 많이 나와서 온천을 즐기고 있다. 30여분 온천을 즐기고 방으로 돌아와 가방을 꾸려 놓는다. 단체여행을 하려면 미리미리 준비를 해둬야 나중에 편하다. 7시쯤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에 내려간다. 아침식사 메뉴도 괜찮다. 낫또가 있길래 그것도 하나 챙겨 먹고 계란과 야채 그리고 미소장국으로 해장을 대신한다. 방에 다시 올라와서 차를 한 잔 마시며 여유있는 휴식을 취한다. 그래도 출발시간까지 시간이 남길래 근처 산책을 나가기로 한다. 주이사는 우연히 잘 아는 지인을 만나서 그 분을 뵈러 간다하기에 나 혼자 길을 나선다.
호텔 앞에 조그만 소롯길이 열려있길래 올라갔더니 집들이 몇 채 있는 마을이 나오고, 예전에는 무슨 공장터 였는지 커다란 운동장같은 공터가 있다. 길 건너 이쪽에서 우리 호텔의 모습도 기록해 본다.(내 사진은 작품용이 아니고 거의 기록용이다) 산길을 다시 내려와 약간 오르막길로 오르니 부자(父子) 도깨비상이 설치되어 있다. 상당히 디테일하게 잘 만들어 놓았다. 관광지의 아기자기한 모습을 만들어가는 인본인들의 심성이 느껴진다. 조금 더 올라가니 어제 가려던 족탕체험장 입구가 나온다. 오호~ 나만이 누리는 횡재가 아닌가! 아직 집결시간까지는 30여분 남았으니 족탕체험을 하고 가야쥐~
산길로 들어서자 유황냄새 풍부한 온천물이 흐르고 계곡 주변으로 나무 난간을 설치해서 발 담그고 놀기 좋게 만들어 두었다. 아침에 온천을 하긴 했지만 그냥 지나치기 아까워 나도 발을 담가본다. 이곳 온천은 다음에 꼭 다시 와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온천 좋아하는 와이프 생각이 난다. 온천주변 스케치는 다음과 같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다. 로비에 9시 집결이니 방에 가서 짐을 챙겨가지고 나와야 한다. 족탕을 뒤로 하고 서둘러 호텔로 돌아온다. 다른 원우님들은 거의 모두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나도 트렁크를 짐칸에 싣고 차에 오른다. 이제 우리는 삿포로를 향해 나간다. 온천지구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린다. 중간쯤 휴게소에 하차, 아이스크림도 먹고 화장실도 사용한다. 휴게소 규모는 작지만 아담하게 잘 꾸며 놓았다. 여기서 270엔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 먹는다. 휴게실 좌우에 튤립 화단이 예쁘게 꾸며져 있다. 사진찍기 좋아하는 여성 원우님들이 바빠진다. ㅎㅎ 그런데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거.....난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만 5세 이후에는 꽃과 어울리는 얼굴들이 거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ㅎㅎㅎ 돌 맞을라~
휴게소 기록도 몇 장 올린다.
10시가 약간 넘어 삿포로 시내로 들어온다. 연어가 올라온다는 하천을 지나 삿포로 시계탑 관람을 한다. 여기는 홋카이도대학의 전신인 삿포로 농학교로 사용된 건물이란다.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지금도 북해도의 문서보관고로 사용된다고 한다. 현존하는 일본 시계탑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하며 삿포로의 문화재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건물 앞마당은 조경이 잘 되어 있고 입구 좌우로 널찍한 호수가 배치되어 시민들의 공원으로 활용되는 것 같다. 여러가지 간단한 음식들을 판매하는 노점상 차량들이 좌우로 20여개가 늘어서 있다. 호수에는 오리들이 놀고 있고 비둘기들이 많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이제 점심식사 장소로 이동, 털게 요릿집이다. 게요리+초밥+우동이 나온다. 어제 먹다 남긴 참이슬을 꺼내 놓으니 의미심장한 미소들이 느껴진다. 예약인원보다 식사인원이 좀 적었던지 남는 음식이 우리 테이블로 전해진다. 그 덕에 초밥을 몇 개 더 얻어 먹는다. 식사비가 얼마정도 되는지 물었더니 원화로 2만원이 좀 넘을거라는 가이드의 대답이다. 이번 일본여행은 식사준비를 잘 해줘서 만족스럽다. 남은 일정도 기대가 된다. 식당 직원들은 우리가 버스를 타고 떠날때까지 문앞에 나와 손을 흔들고 있다. 친절이 몸에 밴 일본인들이 저런모습이 양면성을 느끼게 하지만 고객에 대한 배려풍토는 좀 우리도 배워야 할 점이다.
이제 우리는 이번 여행의 공식목적인 아이젠카이 의료재단으로부터 사업설명회를 듣고자 방송빌딩이라는 곳으로 이동한다. NHK방송국 맞은편에 고층 철탑이 서 있고 이곳이 방송빌딩이라 한다. 2층에 올라가니 강의실이 마련되어 있다. 여기서 통역선생을 통해 아이젠카이 의료재단의 현황과 일본 보건의료 및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한 브리핑을 듣는다. 하지만 점심을 먹고난 나른한 시간이라 눈꺼풀의 무거움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나도 그렇고......간혹 코고는 소리까지 들린다. ㅋㅋㅋ
약 1시간 정도의 지루한 브리핑을 마치고 차에 탑승, 버스투어에 나선다. 삿포로 시내 곳곳에 설치된 아이젠카이 의료재단의 시설들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병원과 요양시설들을 보여주는데 내부는 아니고 그저 여기는 병원이고 여기는 뭐다 하는 정도다. 맨 나중에 노인들의 데이케어 시스템을 진행하는 사회복지시설에 들어간다. 커다란 건물 중앙홀은 마치 큰 호텔의 메인 레스토랑처럼 꾸며져 있다. 30여개의 원탁에 삼삼오오 노인들이 둘러앉아 있고 중앙 무대에서는 진행자들이 노래화 율동을 선보이는 중이다. 화면을 통해 노래방송도 보여주고 간혹 음약연주나 공연도 진행한다고 한다. 2층에는 각종 위락시설과 미술활동, 음악감상, 물리치료실, 운동치료실 등이 설치되어 있다. 시설수준이 꽤나 고급형이다. 설명에 의하면 이곳을 이용하는데 하루 2~3천엔을 내야 한단다. 비교적 은퇴후에 여유가 있는 노인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라고 한다. 어디나 마찬가지로 돈이 있어야 곱게 늙는다는 사실~
아무튼 우리는 이렇게 견학을 마치고 아이젠카이 임직원들과 기념촬영, 간단한 선물을 증정하고 공식행사를 마친다.
오후 4시, 삿포로 맥주발물관에 도착. 1시간 정도 박물관 견학과 삿포로맥주 시음을 해 본다. 맥주 맛이 괜찮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아사히는 별로고 삿포로가 더 나은 듯 하다. 삿포로 클래식이라는 맥주는 여기 북해도에서만 판매한다고 하는데 맛이 좋은 편이다. 삿포로를 빠져나와 이젠 숙소가 있는 조잔케이 온천지구로 향한다. 숙소를 배정받고 바로 식당으로 이동한다. 식당 규모가 엄청나다. 저녁식사는 역시 뷔페식인데 스테이크가 연하고 맛있었다. 맥주와 몇 가지 사케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쿠폰을 지급받았는데 많이 먹지는 못했다. 맥주 세 잔과 사케 두 잔 정도 먹으니 더이상 안 들어간다. 그래 과식은 몸에 안좋으니 이정도로 참자.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잠깐 휴식을 취한다. 그간 찍은 사진을 보니 300여장 찍었나보다. 별로 좋은 사진이 없다. 한 두 장이라도 건지면 성공이지 뭐~
9시 30분부터 야외온천이 남성용으로 바뀐다. 여기 온천은 여성 이용시간과 남성 이용시간이 구분되어 있다. 밤 하늘에 별이 반짝인다. 북두칠성과 북극성의 선명한 모습을 보면서 온천을 즐긴다. 온천물은 어제의 노보리베츠가 더 좋은 것 같다. 온천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본격적인 음주파티를 시작한다. 술을 한참 먹고 있는데 오늘 도착한 공윤수원장과 최종수 원장이 들어온다. 마시던 소주가 다 떨어져 주최측에 SOS를 보내니 커다란 밖스채 구호물자가 날라온다. 술과 안주가 잔뜩 들어있다. 앗싸~
충분한 술을 확보한 우리 방은 많은 원우님들이 거쳐가는 정거장이 되어버렸다.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던 중 우리는 공윤수 원장님의 캄보디아 의료봉사로 화제가 집중되었고, 우리 원우들도 함께 참여하는 연합 의료봉사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제안하게 되었다. 의/치/한의가 다 모였으니 그런 행사를 할 수 있을 것이고 제약 및 의료기 지원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내년에 실시할 것을 예상하여 1년정도 준비하면 즐겁고 행복한 봉사활동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야, 안철호~ 너 또 사고치는거 아녀? 아무튼 일 꾸미는데는 선수다. 마누라 악살을 먹지는 않을지 걱정되지만 어쩌냐~ 이미 내 입에서 나간 수많은 말들을 주워 삼킬 수도 없고 말이다. 이렇게 밤을 지새다가 언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기억이 흐리다. 이틀째 날을 이렇게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