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룡국민학교 4
드디어 시합날이다
온양여중 운동장에서 펼쳐진다
아이들도 나도 육상경기장은 처음이다. 모두의 마음이 긴장이 된다.
소년체전 평가전이라고 아산군 내 모든 학교가 의무적으로 참가하도록 공문으로 강력하게 지시한 터라 운동장은 선수들로 가득 찼다.
산골 출신 우리 아이들은 얼굴이 점점 굳어진다. 나도 그랬고....
개회식이 끝나고, 시합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에는 운동장이 우레탄이 아닌 맨 땅이었고, 선수들도 스파이크를 신지 않았다. 뛰다가 다칠 염려가 있다고......
여자 100m 예선,
“땅” 소리와 함께 윤희가 치고 나간다. “와”소리와 함께 일등으로 나간다.
“어 !” 우리 아이들 입에서는 놀람의 소리가 튀어 나온다
자기 동료가 저렇게 잘 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다.
눈이 동그래진 아이들이 입을 벌리고 다물 줄을 모른다.
일등이다. 그것도 한 참을 앞서서.
그러니 놀랄 수 밖에. 사실 나도 놀랐다.
‘우리 아이들 실력이 이 정도였나 ?’
사실 육상을 처음 가르쳐 보았고, 어디 시합장에 구경가본 적도 없는 나는 우리아이들이 이렇게 잘 할 줄은 정말 몰랐었다.
고등학교 학생한테 지도 방법은 배워서 열심히 가르치기는 했지만 내가 잘 가르쳤는지 못 가르쳤는지도 알 수 없었던 나였다. 자신감도 물론 없었다
‘혹시 요행일지 모른다. 다음 경기를 보자’
다음은 남자 100m 예선
우리 선수는 범수다. 같은 조 아이들보다 키가 제일 작고, 몸도 제일 왜소하다. ‘이 번에는 안되겠구나. 끝까지 뛰기나 바라야지’
“땅” 총소리가 울리자 또,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 펼쳐진다.
범수가 일등으로 뛰어 나간다. 끝까지 밀고 나간다.
또 일등이다.
그 때부터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 선수들의 능력에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얘들아 모여 봐”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너희들 보았지 ? 우리가 어느 정도 실력인지, 또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예” 우리 선수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 이제 마음 놓고 뛰어라. 자신감을 갖고서, 알았지 ?”
“화이팅 !” “화이팅 !” 함성에 힘이 실렸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200m는 허재가 단연 1등으로 골인을 했고, 뛰었다 하면 줄줄이 1등이다.
그날 하루 허공에 붕 떠서 지냈다
전 종목에서 2등을 한 것이 던지기 한 종목뿐이었으니까.....
마지막 400m계주에서도 모두 일등.
말할 것 없이 종합우승이다
그날 육상대회는 쌍룡을 위해 펼쳐진 잔치판이었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놀랐다.
쌍룡이란 학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름 모를 학교에서, 그 당시 육상 강교라 소문 난 도고국민학교, 온양온천국민학교 등을 모두 제치고 우승을 했으니까.....
너무나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학교에 돌아오니 모두가 난리다.
개교 이래 처음 맞는 경사라고 학부모님들도 반색을 한다.
물론 그 날 곤죽이 되도록 술을 얻어 마셨고......
집에 갈 수도 없어서 돈우네 하숙집에서 자야했다.
나는 그 때 또 느꼈다.
『하면 된다』는 걸
열심히 노력만 하면 핸드볼이 됐듯이 육상도 된다는 것을....
그러니까 무엇이든 노력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진리를 거푸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육상의 맛을 알게 되었다.
핸드볼은 한 종목이라서, 우승을 한다 해도 승리의 기쁨이 한 번뿐인데, 육상은 여러 종목이라 여기저기에서 여러 번 이기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묘미가 있었다
또한 핸드볼은 한 번 지면 그 것으로 끝이 나는데, 육상은 100m에서 실패를 해도 저쪽 멀리뛰기에 기대를 할 수 있는 맛이 있었다.
얼마를 지나 교육청 체육장학사님께서 오셨다.
“이선생, 수고 많았어요. 쌍룡이 그렇게 잘 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계속 열심히 지도를 해서 내년 충남 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해 줘요. 교육청에서도 열심히 뒷받침을 해 줄테니까”
“장학사님, 이제 더 이상 육상지도 안 하겠습니다”
장학사님의 눈이 동그래지며 놀라신다.“왜요 ?”
“제가 다른 할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인데 ?”
“죄송합니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저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장학사님과 교장선생님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두 분이 계속 나를 설득하셨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첫댓글 이렇게 이야기를 끝내시는 거예요 선생님??
일일드라마처럼 낼 마져 얘기해 주시는거죠? 중요한일 궁금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