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천일염을 지지하는 것은
천일염이 안전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건강한 소금이란 것 외에도
또 다른 이유들이 있다.
천일염이 음식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음식이란 무엇인가?
어떤 음식을 음식이라고 해야 하나?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음식은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밥이나 국 따위의 물건”을 말한다.
여기서 “먹을 수 있는”의 의미는 무엇일까?
과거에는, 먹거나 마셔서 탈이 나지 않는 물질을
모두 음식이라고 보았을 것이다.
모든 음식이 공생과 순환이라는
자연의 사이클 안에서 생산되고 소비되었으며,
건강과 환경에도 해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정의로 충분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화학농업, 정제식품, 패스트푸드로
영농 방식과 음식이 바뀌어버린 오늘날에도
그런 정의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오늘날에는
√ 먹을 수는 있지만, 건강치 않은,
√ 먹을 수는 있지만,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 먹을 수는 있지만,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그런 음식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란 말인가?
농부이자 시인인 웬델 베리는
“식사가 곧 농사”라며 책임있게 먹어야 한다고 하였다,
작가이며 저널리스트인 마이클 폴란은
“먹는 행위가 곧 투표”라고 하였다.
이들의 얘기를 소금에 적용해 보자.
그대는 자신이 선택한 소금을 먹음으로써 누구를 돕고자 하는가?
그대는 자신이 선택한 소금으로 어떤 곳에 어떤 영향을 미치려 하는가?
나도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았다.
내가 얻은 답은 이러하다.
1. 천일염은 맛의 다양성을 갖고 있다.
획일적인 맛을 내는 정제염과 달리
천일염은 생산지의 자연 조건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낸다.
다양성은 선택의 폭을 넓히며 식도락의 즐거움을 준다.
2. 천일염은 생태계에 도움을 준다.
정제염을 먹을 때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먹는 정제염과 환경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천일염은 생산과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들고
환경보전에 대한 책임을 자각하게 된다.
좋은 천일염을 얻기 위해서는 바다로 유입되는 오염물질들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3. 천일염은 경관을 보존한다.
보기만 해도 가슴을 활짝 열어주는 염전의 풍경은 무형의 자산이다.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고,
또다시 방문하고 싶어지는 염전은,
정제염이 생산되는 대규모 공장에서는
결코 기대할 수 없는 경관을 연출한다.
4. 천일염은 전통과 문화를 보전한다.
소금의 생산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천일염의 생산은 전통적인 지혜와 함께
실제 생산을 통한 경험이 더하여 계승 발전되어 나가며
문화를 형성한다.
프랑스 게랑드 천일염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이러한 문화의 소산일 것이다.
5. 천일염은 지역 경제를 돕는다.
천일염은 수많은 생산자들에 의해 생산된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천일염 염전은 1천118곳에 이른다.
반면 정제염 생산은 1곳에 집중되어 있다.)
소규모 지역경제는,
건전하고 튼실한 경제 생태계의 기초가 되며,
고유의 지역 문화를 유지하고 환경 보전의 원동력이 된다.
이상이 어떤 소금을 택해야 좋을지
내가 스스로 묻고 내린 결론이다.
여러분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