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 금요일부터 17일 일요일까지 영산성지 청년훈련에 참여했습니다.
신촌 교당에 다니기 시작한 지 1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터라 처음에는 2박 3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너무 어색할 것 같아서 가지 않으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본래 영산에서 열리는 법인절기도식에 어머니께서 참여 하시려고 하셨으나, 몸이 편찮으셔서 못가시게 되는 바람에 우리 집 대표로 다녀오라는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제가 어머니 대신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가기 전에 3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첫째로, 원불교에 대해서 공부하자.
제가 원불교 총부가 있는 익산에서 태어나서 자랐기 때문에 원불교에 대해서 일찍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광중학교와 원광 고등학교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원불교에 대해서는 아주 기초적인 것 밖에 몰랐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기도 올리자.
제가 이루고 싶은 것이 4가지가 있었는데, 성지에서 기도 올리면 더 잘 이루어 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셋째로, 교당 법우들과 친해지자.
아직 서로 이름도 잘 모르고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목표를 정하고 영산 성지로 청년 훈련을 떠났습니다.
첫째 날, 아침에 교당에 모였는데 제 예상대로 저는 매우 어색했습니다.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나머지 분들은 서로 친해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교무님과 누나들이 친절하게 대해 주셨고, 성지에 가는 동안에 이야기도 많이 하고, 게임도 하면서 어색함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점심이 한참 지나서 도착한 영광!
출발하기 전 강연 주제를 선정하는데, 저는 영산 성지를 맡았기 때문에 가자마자부터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영산성지에 처음 와보는 것이어서 배경 지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관평에 가기 위해서 연꽃단지를 지나갔습니다.
저는 연꽃을 실제로는 처음 봤습니다.
더러운 흙탕물 속에서 피는 연꽃은 남의 허물까지도 감싸줄 줄 아는 따뜻한 마음과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것 같았습니다.
연꽃보다 아름다운 꽃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제가 연꽃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이제 서야 알게 된 것입니다.
영산 성지의 곳곳을 돌아본 후에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손전등을 챙겨서 구간도실 광장에 모였습니다.
법인절에 가까웠기 때문에 기도를 하려고 9인 기도봉에 올라가서 ‘백지혈인’을 기념해서 재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밤 산행이어서 조금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손전등을 들고 앞 뒤 사람들과 합심해서 올라갔습니다.
저희가 올라간 곳은 사산 오창건 선진님께서 올라 가셨던 ‘눈썹 바위 봉’ 이었습니다.
어두워서 앞도 잘 보이지 않았을 이 길을 손전등도 없이, 그것도 자신의 목숨을 내 놓으러 올라가셨던 사산님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올라갔습니다.
‘내가 사산님이었다면, 내 목숨을 바칠 수 있었을까?’
저는 아직 수행이 부족한 탓인지, 목숨을 바칠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못해본 일들도 많아서였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드디어 눈썹 바위 봉에 도착하자, 해냈다는 느낌이 밀려오면서 제 자신이 뿌듯했으나 그것도 잠시, 벌써 여러 번 법인절 기도에 참여 하셨다는 72세 할머니와 5세 꼬마 아이는 저를 또한번 부끄럽게 했습니다.
그 곳에서 한 줄 기도문에는 2가지 기도만 적어서 냈지만, 사실은 제가 기도를 올리려고 했던 4가지를 간절히 기도 드렸습니다.
내려와서 다시 구간도실 광장에 모여 있는데, 앞에 계신 할머니 몇 분께서 정면에 있는 일원상을 향해서 절을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저분들은 왜 저렇게 절을 드릴까?’
사실 그 궁금증은 아직도 완전하게 풀리지는 않았으나, 옆에 있던 선화누나가 “저분들 신심이 대단하시다.”라고 말한 것을 듣고, 어렴풋하게나마 제가 ‘신심’이 부족해서 알지 못한다는 것은 알게 되었습니다.
둘째 날, 아침에 간단한 아침운동을 하고, 아침식사 후에 성래원에서 차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러시아에서 오신 어느 교수님 한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본래 가톨릭 신자였다던 그 분은 고려인으로, 고국의 민족 종교인 원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셔서 영산 성지까지 오게 되셨고, ‘대종사 탄생가’ 에서는 뜨거운 눈물까지 흘리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런 것이 신심인가 보구나...’
오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다가 부모님의 권유로 겨우 오게 된 제 자신이 매우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일정에 따라 저희 신촌교당 청년들은 점심을 먹고, 교무님과 함께 대종사님께서 기도하셨던 ‘삼밭재’로 올라갔습니다.
운전 봉사를 해 주신 김도원 교도님 내외분의 도움으로 비교적 쉽게 삼밭재 기도실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 올라가서 강연을 했습니다.
저는 이틀 동안 알게 된 것을 중심으로 영산 성지에 대해서 강연을 했습니다.
제 주제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 다른 분들이 하는 것을 보니 참 다행이었습니다.
제가 만일 교리도 같은 주제로 강연을 해야 했다면, 더 어려울뿐더러 이만큼 하지도 못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이 다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강연이 끝나고 평가 하는 자리에서 교무님께서 제 속마음을 꿰뚫어 보셨다는 듯이 말씀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강연 덕분에 제 목표 중 1번 이었던 원불교에 대해서 공부하자는 것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100배를 올리면서 기도를 올렸습니다.
삼밭재가 기도력이 가장 강한 곳이라는 교무님의 말씀을 듣고, 전날 눈썹 바위 봉에서 올렸던 것보다 더 열심히 4가지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났을 때, 영산선학대학의 조명규교무님께서 많은 간식을 가져다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간식을 앞에 두고 교리도와 일원상 법어를 암기했습니다.
출발 전에 교무님께서 미리 말씀 해 주셨지만, 정말로 할 줄은 몰랐습니다.
먹을 것은 앞에 있지, 한자로 된 교리도를 한글로 바꾸었지만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지...
그냥 포기하고 싶었는데, 누나들이 도와주어서 다행히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일정을 끝마친 저는 제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잠은 법당에서 잤습니다.
셋째 날, 잠을 푹 자서인지 조금밖에 못 잤지만 몸이 가벼웠습니다.
간단히 씻고, 삼밭재를 내려왔습니다.
산에 돌이 많고 길이 좁아서 내려오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지만, 밤 산행과 달리 앞이 훤히 보인다는 것에 감사하며 내려왔습니다.
내려와서 아침을 먹고 다시 서울로 출발해서 오후에 다시 신촌교당에 아무런 사고 없이 도착했습니다.
이번 청년 훈련의 시작은 타의였으나,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자의로 다시 한 번 가고 싶을 정도의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이유를 적어 보려고 했으나 딱히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어서 그 부분은 생략하기로 합니다.
다만 이 글을 읽는 분들께 꼭 한 번 영산 성지에 가셔서 성지 순례도 하고 삼밭재에 올라가서 기도도 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청년 훈련을 통해서 제 목표 2가지는 확실히 이루어 졌고, 나머지 하나인 기도 역시 이루어 지리라 믿습니다.
또한 신심을 더욱 키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청년 훈련을 가도록 권유해 주신 부모님과 최원심 교무님께 감사드리며, 무뚝뚝한 내 말을 들어주며 웃어주고, 어려울 때마다 도와준 청년회(회장님 형윤누나, 부회장님 지은누나, 그리고 선화누나, 예빈누나, 혜은누나, 지현누나)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아울러 바쁘고 피곤하신 가운데 운전 봉사도 해주시고, 맛있는 밥도 대접해 주신 김도원 교도님 내외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2착입니다. 성지순례의 내용이 조금씩 구체화 되면서 영상으로 보여지는 느낌을 가집니다. 꼼꼼히 작성하셨네요....
명규교무님 이름은 또 틀렸네~^^ 수정해주삼~조명기 아니구...조명규 교무님이셩~감상담..감동...향진교무님이나 명실교무님께 자랑해야겠다...
수정했어요^^
실습교무님들도 저희 카페에 가입하시라고 전해주셔요 원심교무님..
우리 인걸청년을 모태로 서강대에도 원불교의 교우회가 창립된다면 얼마나 좋을 까요???
우리 모두 서강대에 원불교의 인원이 있는지 확인하여 보고 권장해 봅시다
예전에 서강대 국문과 졸업해서...이대로 대학원을 간 언니가 있었는데..(설마 벌써 대학원 끝났으려나;;) 아, 이름이 생각이 안 나요..-_-a 연원회에서 같이 법회 봤었는데..지은이는 기억하려나.
인걸아~ 감상담을 읽어보니 나보다 인걸이가 영산에 더 푹 빠진 것 같당^^ 간절한 기도가 꼭 이루어지길! 지은이는 부회장이 아니구, 연원회 회장이란다^^
여자들 틈에서 살아 돌아오신걸 축하드립니다. 이제 당신은 진정한 사회인.....ㅋ
'제 예상대로 저는 매우 어색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이제 안어색하지? 수고했엉 :) 청일점!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