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봄 서울 단성사에서 개봉되었던 영화 <서편제>는 서울에서만 103만 명의 관객이 몰려 우리나라 영화사상 최다흥행 기록을 수립했다.
이 영화는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단일 영화관에서 세계 최다 관람객이 동원된 기록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
판소리를 소재로 한 한국영화가 이렇게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 관객이나 많은 국민들의 자각심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믿어진다.
판소리는 순수 우리 음악이고 <서편제> 촬영의 주요 배경이 되었던 두륜산이나 해남 땅 역시 우리의 전래 모습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땅끝`이 있는 해남 땅에는 두륜산이나 달마산이 있으며, 해남 땅에는 산행길 말고도 둘러볼 만한 곳들이 너무 많다.
조선 시가문학의 산실이었던 윤고산 유적지가 있고 이곳에는 인간의 삶이 살아 숨쉬는 한국 최고의 전통가옥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녹우당도 있다.
해남 땅 곳곳에는 국보, 보물, 사적, 무형문화재 등 수많은 국가지정문화재가 산재해 있고 지방문화재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곳이기도 하다.
또한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격전지 울돌목이 있는가 하면 9천만 년 전의 공룡의 신비를 체험해볼 수 있는 우황리 공룡화석지도 있다.
[유선여관식당]
해남읍을 거쳐 두륜산을 오르는 산행 코스로는 대부분 대흥사를 거치고 있는데, 대흥사 입구 피안교 옆에는 `유선여관`(061-534-6005)이 있다.
영화 `서편제`의 여러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는데 두륜산 산행길에는 이 집 앞을 지나가게 된다.
과문불입(過門不入)할 일 아니라 집안으로 들어가 영화 속의 판소리 한 가락을 음미해보는 것도 두륜산 산행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별난 맛이 되겠다.
`유선여관`은 130년 전에 `대흥사의 객사`로 대흥사에 인접한 위치에 지어졌던 건물이다.
70년 전에 원래의 형태대로 지금의 장소로 옮긴 전통 한옥으로 식당을 겸한 숙박시설로 쓰고 있다.
땔나무로 뜨끈뜨끈하게 달군 온돌방에 앉아 군불 때는 연기냄새를 맡아보면 잊었던 어린 시절의 시골 고향집을 생각케 한다.
이른 아침 창호지 창 밖 깊은 계곡의 물소리는 잔잔한 음악인 양 들려오는데 고목이 된 느티나무 위에서는 이름 모를 새들이 계곡 물소리와 화음을 이룬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시와 농촌을 불문하고 어느 곳이건 `여관`이나 `모텔` 등의 수많은 숙박시설이 있지만 호텔을 제외하고는 잠을 잔 손님방으로 숙박시설 자체가 밥상을 차려내는 집을 찾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유선여관`은 잠잔 방에서 밥상을 받을 수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여관은 아닌지?
산꾼들은 이 집에서 잠을 자고 자신들이 준비해간 음식 재료로 취사를 해도 된다.
작은 방9개, 큰 방10개가 있는데 큰 방에는 7~8명이 함께 자도 좁지 않을 크기다.
식사는 백반과 산채비빔밥이 있다.
이 집의 주인 차승우씨는 자신의 집에서 촬영한 영화가 크게 히트한 점을 큰 자랑으로 생각하고 있다. 임권택 감독은 이 집을 <서편제>, <장군의 아들> 등에 등장 시켰고 이 일대는 많은 영화의 촬영 무대가 되기도 했다.
[전주식당]
두륜산 대흥사 입구에도 여느 명산명찰의 입구와 다름없이 식당가가 형성되어 있다. 두륜산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이 바닷가 해남 땅이라 이곳에서는 산과 바다 양쪽에서 나오는 재료들로 조리한 음식들 모두를 먹어볼 수 있다.
두륜산 입구에 있는 `전주식당`(061-532-7696)은 두륜산만이 아니라 해남군 전체를 대표하는 식당이라 해도 좋겠다. 이곳에서는 표고전골과 산적을 대표 음식으로 내놓고 있는데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쇠고기와 야채를 비롯해 각종 해산물과 함께 끓여내는 이 집의 표고전골은 전남 도내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음식이다.
두륜산과 지리산에서 채취한 표고만을 주재료로 해서 만들어 내어놓는 표고산적 역시 쇠고기 등 갖가지 보조재료를 함께 쓰는데, 그 맛이 담백하고 영양도 풍부하여 손님들로부터 대단한 환영을 받고 있다.
한편 이 집에서는 희귀식물인 삼지구옆초로 담근 `음양곽주`를 내어놓는다. 조리사이자 이 집 주인인 김성환씨의 고조할아버지가 완도에서 한약방을 하셨는데 그때부터 완도 약산에서 자생하는 삼지구엽초로 음양곽주를 담갔다고 한다.
한편 안주인 박미순씨가 차려내는 산채정식은 음식상을 한꺼번에 차려내지를 않는다. 먹어야 할 음식 순서를 나름대로 정해두고 그 음식들을 차례차례로 내어놓는다.
김성환, 박미순씨 내외의 열정어린 노력으로 충청남도 개도 100주년 기념 팔도음식축제에 전남대표로 선발되어 참가하기도 했다.
[태양정식당]
전라남도에서는 맛깔스러운 남도음식의 맥을 잇기 위해 매년 10월이면 순천시 낙안읍성에서 `남도음식대축제`를 열고 있다.
두륜산 입구 식당가 위쪽에 있는 오리고기 전문점 `태양정식당`(061-535-4751)은 우수상과 친절상을 수상한 업소다.
`태양정식당`의 `오리약죽`은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먹어볼 수 없는 아주 별난 음식이다. 유황을 먹여 키운 오리의 다리살과 뱃살로 포를 떠서 10여 종의 채소로 쌈을 싸서 먹는다. 나머지 오리의 뱃속에는 12가지 약초를 넣어 2시간 동안 푹 곤 약초을 만들어 내어놓는다.
이 약죽을 먹으면 사람의 몸 속에 배어 있던 독소가 없어지는 불로장생의 약이 된다는 것이 식당 주인의 설명이다.
이 집 안주인인 한성엽씨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대가족 속에서 자랐다. 타고난 친절한 성품에다가 풍성한 인정으로 푸짐한 상차림을 하는 손이 큰 여인으로 소문이 나 있다. `태양정식당`의 오리요리 비법 전수를 원하는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오고 있으나 먼 곳에서 온 사람들을 우선으로 주방에서 2주 정도의 기간, 실습을 통한 연수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호남식당]
대흥사 집단시설지구 주차장 입구에는 이곳 관광안내를 맡고 있는 `호남식당`(061-534-5500)이 있다.
250명 까지도 동시에 앉을 수 있는 큰 규모와 오랜 전통의 식당이라 단골 단체 손님들이 많이 찾는 식당이다. 철저하게 자연산만을 고집하는 안주인 조경애씨는 두륜산 고봉준령에서 자생하는 10여종의 토종 자연산 버섯을 채취해서 상을 차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스스로가 새벽 산행에 오른다는 기분으로 맛과 향, 그리고 영양가 넘치는 식탁을 꾸며내는 것이 식당 운영의 재미이고 보람이라고 했다.
이른 새벽 산행길에 오르기 전에 `호남식당`에서 먹어보는 꽃게된장찌개나 자연버섯탕은 산꾼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겠다.
관광안내소로 지정이 되어 있는 15인승 차량을 항시 대기시켜 교통 편의를 제공해주고 있다.
[태평양횟집]
대흥사 버스정류장 부근 활어전문점 `태평양횟집`(061-535-4997)은 조금 별난 집이다.
산속 식당가에 횟집을 열었다는 것도 별나고 실제로 다른 지방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짱뚱어탕`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별나다. `짱뚱어`는 갯벌에서만 서식하는 망둥어과에 속하는 특이한 어종이다.
짱뚱어로 조리한 음식은 고단백 영양식으로 고소하고 담백하며 스태미나식으로 찾는 사람이 많다. 인공양식이 불가능하고 서남해안 갯벌에서만 잡히는 탓으로 이 지역을 벗어난 곳에서는 먹기 힘든 음식이다.
탕과 구이, 회로 장만해서 내어놓는 `태평양횟집`의 안주인 김영애씨는 짱뚱어탕을 스스로가 개발해서 내어놓고 있어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 짱뚱어와 우거지를 푹 삶은 후에 생강, 마늘, 매운고추, 다진고춧가루, 들깨가루 등 갖은 양념을 넣어 탕으로 끓인다. 식탁에 올리면서 들깨잎과 대파를 잘라 탕 위에 얹어 한번 더 끓이면 일품요리가 된다.
[국향정]
해남 읍내에는 맛이나 분위기 등으로 그 이름이 외지까지 널리 알려져 있는 식당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버스터미널 가까운 곳에 있는 `국향정`(061-532-8922)부터 찾아가 보자. 터미널 건너편 세무서 옆에 있는 이 집은 바닷가의 고장답게 꽃게탕과 갈치찜을 잘하는 식당이다.
깔끔하고 푸짐한 음식상을 차려내는 안주인 박희숙씨는 참기름 한 가지도 직접 짜서 쓸 만큼 고객을 생각하는 정성이 각별하다는 평판이다.
200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규모에 승용차 30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용궁해물탕]
해남 땅을 벗어나 외지에 가장 많이 알려진 식당으로 `용궁해물탕`(061-535-5161)을 꼽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아마 해남에는 없을 것이다.
`용궁해물탕`은 신문, 방송, 잡지 등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서 수없이 소개되었고 그만큼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 소문에 따라 해남읍 중아리에 있는 오거리 대흥탕 앞 골목 안으로 이 식당을 찾아갔다. 소문에 비해 너무 규모가 작은 식당이었다.
식당의 옥호 그대로 해물탕 한 가지만을 손님들의 식탁 위로 올리는데 이 해물탕이 예사롭지가 않다. 산낙지, 백합, 하나조개, 왕새우, 왕소라 등 인접 해안에서 구입해오는 무려 31가지나 되는 해물로 탕을 끓여낸다.
식당이 파하고 새벽 2시가 되면 집주인 박인성씨는 1년 열두달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가장 싱싱한 해산물을 구입하기 위해서 바닷가로 나간다. 조리사인 부인 황점이씨는 남편이 구입해 오는 가장 싱싱한 재료로 그만이 지니고 있는 솜씨로 해물탕을 끓여낸다.
`용궁해물탕`의 해물탕은 남도음식축제에서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
[찬일횟집]
`찬일횟집`(061-533-2611)은 사구미 버스종점에 있는 식당과 매점이 딸려 있는 민박집이었다. 사구미해수욕장 모래밭으로 수영복 차림에 바로 나갈 수 있다. 해수욕장 민박시설로는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 2층으로 잘 지어진 집인데 해남여객 합숙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찬일횟집`은 고깃배 두 척을 소유하고 있다. 집주인 조영찬씨는 이 배로 추자도까지 가서 삼치와 광어를 잡아온다. 아들은 정치망으로 고기를 건져올린다. 이렇게 부자가 잡아온 삼치, 광어, 전어, 농어, 돔, 도다리, 우럭 등 싱싱한 해산물을 아무런 유통과정 없이 바로 식탁에 올린다. 바닷가로 창이 난 2층 방 창문을 열었더니 손에 닿을 듯 밀려오는 파도는 한 폭의 그림이 되어 한눈에 들어오고 파도소리는 심포니가 되어 귓전을 두들겼다.
[동산회관]
해남읍에서 땅끝마을까지 가는 데는 대중교통편을 이용하면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다. 이곳에는 민박집과 음식점들이 여러 집이라 먹고 자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다.
땅끝마을 초입에 있는 `동산회관`(061-532-3004)은 삼치구이, 삼치회덮밥, 삼치회 등 삼치요리 전문집이다. 삼치는 찬바람이 나기 시작하는 가을철부터 겨울철까지가 제맛이 나는 최고의 철이라고 한다. 생삼치를 간장 양념에 찍어 김에 싸먹는 맛 또한 대단했다.
함평 출신인 집주인 윤종열씨는 서울에서 부인 이형임씨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분당에서 생활하다가 부인의 친정마을로 내려와 식당을 차리게 되었다.
갈비찜, 낙지비빔밥, 꽃게탕, 매운탕도 먹을 수 있다.
[호수산장가든]
달마산 미황사로 들어가는 외길가에는 `서정지`라는 작고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이 호수의 상류 끝자락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500m 쯤 더 들어가면 `호수산장가든`(061-535-1755)이라는 넓은 정원의 음식점이 나온다.
공룡의 등줄기처럼 울퉁불퉁한 달마산 암봉능선을 병풍삼은 이 집은 보기 드물게 `가든`이라는 옥호에 상응하는 식당이다.
넓은 잔디정원에서는 기암괴석의 아름다운 달마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950평이나 되는 넓은 땅 위에다가 아담하게 지어진 식당의 식탁에 둘러앉아 돼지생갈비살이나 왕소금숯불구이를 해놓고 술잔을 나누며 산사람들의 우정을 다지는 단합대회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집이다.
토종닭이나 옻닭, 청둥오리요리를 먹을 수 있고 자라용봉탕도 내놓고 있다. 식당 입구에는 묘하게 생긴 어른 키보다 더 큰 남근석을 표지석으로 세워두었다. 선경의 휴식처라고 적혀 있는 이 남근석을 쓰다듬고 가면 남성들의 정력이 몰라보게 왕성해진다는 허황한 소문으로 남근석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쉼터]
다성으로 일컬어지는 초의선사가 지은 대흥사의 13대 종사 일지암은 우리 다도를 정립시킨 명실상부한 차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초의선사는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 당대의 묵객, 명사, 시인들과 일지암에서 차를 나누며 교류했다.
한편 그는 <다신전>과 <동다송> 이라는 다서를 저술하여 우리의 차문화를 정립시켰다. 일지암에는 초의선사가 무척 자랑하고 아꼈다는 유천이 흐르고 있는데 초의선사는 이 물을 받아 차를 끓였다고 한다.
대흥사 못미처 피안교가 있고 `유선여관` 가기 전 왼쪽 숲속에 기와가 올려진 아담한 찻집이 있다. 마당에는 통나무로 된 탁자가 놓여 있고 `쉼터`(061-532-4776)라는 이름의 이 전통찻집은 맛있는 찻집, 값이 싼 집, 분위기 있는 집 등으로 알려져 있다.
찻집 안주인 이영화씨는 선운산 `선다원`의 김영숙씨와 시누이 올케 사이이다.
솔차, 세작, 말차, 작설차, 오룡차 등이 있으며 대흥사 경내에도 전통차를 마실 수 있는 `동다실`(061-533-6890)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