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거미]-하인리히 하러 만큼...구하기 힘든 산서도 드물것이다...ㅠㅠ
정말 구하기 힘든만큼...무자게 구하고 싶고...읽어보구 싶었는데...
일면식도 없는 고마운분이...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제본판을 착불로 보내주셨다...흠...이 기회를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

*하얀거미-하인리히 하러.
손에 쥐는 순간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이런 제본판...80년대 대학다닐때...많이 샀었다...ㅋㅋㅋ
그땐...저작권이니 뭐니...이런 개념이 없을때니 비싼 원서는 대부분 제본판을 사서 공부한 기억이...
지금은 상상도 못하겠지만서두...^^

*위의 두 책중 어느것이 하얀거미 초판인지 모르겠으나...둘중 하나는 맞을것이다.(허락없이 이미지를 빌려와 죄송합니다.^^)
하얀거미 원제는 [Die Weisse Spinne]으로 1938년 안데르 헤크마이어,프리츠 카스파레크,비가를 푀르그,하인리히 하러...
이렇게 4명이 1931년부터 벌여온 알프스 북벽시대의 정점을 찍는 아이거북벽을 초등한 초등기이다.
초등한지 20년이 지난 1958년 하인리히 하러가 책을 썼고 1978년 공동문화사에서 이종호님이 번역한 이 책은 정말 많은 우리나라
등반가들이 밤을 세워 읽고 또 읽었던 책이라 한다.

몇년전 우연히 Climbing이란 잡지를 뒤적이는데...하인리히 하러가 93세를 일기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다는 기사를 봤다.
하얀거미의 저자 하인리히 하러의 파란만장한 삶은 정말 드라마틱하다고 할수있다.
잠깐 살펴보면 오스트리아출신인 그는 1938년 아이거북벽을 초등하고 그 공을 인정받아 1939년 독일의 낭가 파르바트 원정대의 일원으로 뽑혀 원정길에 오른다...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인도북부에서 체포되어 영국수용소에 갇히고 탈출하여 티벳
라싸로 들어가 달라이 라마와 만나 7년여를 머무르며 그의 선생이 된다...그후 중국이 티벳을 점령하자 고국으로 돌아가 그동안의 경험을 책으로 낸게...영화로도 잘 알려진 브레드 피트주연의 [티벳에서의 7년]이다.

영광의 얼굴함 보자...^^
좌로부터...안데르 헤크마이어,비가를 푀르그,하인리히 하러,프리츠 카스파레크.
이책은...
단순히 1938년 7월24일 알프스 최후의 난제며 불가능하다고 하며 클라이머들의 공동묘지라 칭하며 입산금지하기도 한 아이거 북벽을 4명이 초등하였다가 아니라 그 과정이 어떠하였으며 선등을 누가 섰는지? 돌아가며 섰는지? 원래 4명이 하나의 파티였는지?
어떻게 알게된 사이인지? 등반하는동안 부상은 없었는지? 죽음의 비박을 몇번했는지? 무엇보다 등반과정에서 그들의 심정은 어떠하였는지?...그 궁금증을 한번에 풀어주었다.
물론 1989년 수문출판사에서 발간된 안데르 헤크마이어의 [알프스 3대북벽]이란 책의 5장 [문제의 해결]을 보면 나오지만...
아이거북벽의 초등에 참가했던 서로다른 사람의 초등기를 보는 맛도 커다란 즐거움이다.^^

*그 유명한 힌터 슈토이서트레버스를 통과하는 카스파레크와 하러.
그 당시 사진기술도 그랬지만...무엇보다 제본판이기 때문에 아이거북벽의 암질이 더욱 음험하고 무시무시하게 표현되었다.
1938년 7월21일 새벽...
카스파레크(선등)와 하러파티,프라이슬과 브란코프스키파티...이렇게 두 파티가 호기롭게 아이거북벽에 붙어 오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먼저 아이거북벽에 붙어 비박하고 일어나는 헤크마이어,푀르그파티와 만난다.
인사를 나눈후...헤크마이어파티는 앞으로 날씨가 나빠진다는 이유로 하산을 하나 실은...헤크마이어는 세팀의 경쟁적인 파티가 붙어 아이거 북벽을 오른다는건...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았다.
당시 안데르 헤크마이어란 클라이머의 됨됨이를 알수있는 하러의 증언을 보면...
[그의 마음씨는 너무 유순하여 자신들이 맨 먼저 올라와 있었다는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우리들 중에서 한 파아티는 후퇴하라고
차마 주장할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당신들 때문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 대신 <어쩐지 날씨가 마음에 안든다>라고 하였을 뿐이다]
등반도중...프라이슬파티는 낙석에 맞아 부상을 당해...하산하고...아이거북벽엔 카스파레크와 하러만 남아 등반을 계속한다.
등반 이틀째...카스파레크와 하러파티는 밑에서 무서운 속도로 올라오고 있는 헤크마이어,푀르그파티를 만난다.
당시 헤크마이어는 최신 12발짜리 아이젠을 차고 있어...10발 아이젠을 찬 카스파레크와 아이젠도 안가져온 하러를 충분히 앞질러 갈수 있었다. 헤크마이어,푀르그파티는 등반도중 낙석의 부상으로 포기하고 하산하는 프라이슬파티를 보고...다시 무서운 속도로 오른것이다. 그 당시 최신기술을 받아들였던 독일의 뮌헨파 클라이머들은 12발짜리 아이젠을 무기로 온갖 난제를 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뮌헨파 선두주자였던 헤크마이어니...그 등반속도나 기술이 어떠하였으리라는 짐작이 간다.^^

*아이거북벽의 하얀거미(빨간색 원)
2개의 파티가 각자 아이거북벽을 오르다...그들은 이 책의 가장 클라이막스이며 하일라이트이며 책 제목인 하얀거미에 도달한다.
아이거북벽의 상단부인 하얀거미는 눈과 얼음,낙석의 집합체이다...흡사 그 모습이 긴다리를 넓게 벌리고 온갖 걸리는 날벌레들을
집어삼키는 거미모양의 이곳은 상습적인 눈사태지역이기 때문에 낙석과 눈사태가 좁은 통로로 빠져 나오면서 거대한 세력이 되어...모든것들을 북벽 바깥으로 쓸어버리는 무시무시한곳인것이다.
여기서 헤크마이어파티와 카스파레크파티는 운명적인 눈사태를 맞는다.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했을때...그 찰나의 시간에 그들은 최후의 역량을 투입하여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카스파레크는 눈사태순간 확보용하켄 하나를 때려박으며 수센치미터밖에 박히지 않아 건들건들 거리는 하켄이 빠져 후등자와 같이 절벽으로 떨어질까봐 팔을 하켄위에 단단히 올려놓는데...낙석으로 팔을 다치면서도 끝까지 하켄을 지켜낸다.
또한 헤크마이어는 눈사태순간 한손으론 피켈로 얼음에 때려 박아 확보를 한후 다른 한손으론 후등자 푀르그의 목덜미를 움켜쥔채...두번의 거대한 눈사태를 이겨낸다...짝짝짝~~~^^
눈사태로 인해 아이거북벽 절벽에서 떨어지건 안떨어지건 그건 중요치 않다...죽음을 넘나드는 그 찰나의 순간에 자신과 동료를 지키기 위해 최후의 역량을 발휘하는것만이 중요하다...그 담은 하늘과 아이거북벽 신에 맡기고...
[행복이라는 것은 최후의 역량을 투입하는 것]-알프레드 비게너의 말을 생각하며 하러는 죽음의 공포보다 더 행복감을 느낀다.

*알프스의 3대북벽-수문출판사 발췌(비행기에서 촬영한 당시 등반모습)
하얀거미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그들은 그 후...강한 동지애와 행복감에...같이 자일을 묶기로 한다.
허긴 그 죽음의 순간을 이겨낸후...누가 따로 올라가겠는가? 이후 그들의 등반에서 온갖 어려움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

*한개의 하켄에 목숨을 의지하여 람페에서 비박하는...헤크마이어,푀르그파티(왼쪽)와 카스파레크,하러파티(오른쪽)
그날밤...그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그들의 마지막 비박은 참으로 행복하고 배려심이 있었다.
엉덩이 걸친만한 자리도 없었고...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젖어 힘들고 괴로웠겠지만...서로간의 믿음과 배려,확신은 그 어떤 힘든밤도 견디어낼수 있었다.
푀르그는 계속 선등을 선 헤크마이어가 잘 잘수있도록 그의 커다랗고 따듯한 등을 기꺼이 내주며 새벽에 깨서는 행여 헤크마이어가 잠이라도 깰까봐 움직이도 않으며 아침을 맞는다.
카스파레크와 하러는 오래전에 한번 만났었다.
하러가 1930년초 바위에 미쳐있었을때...주머니는 항상 비어있었다...산행을 나설땐...언제든 자전거을 타거나 걸어다녔다.
어느날 산행을 나서 배가고파...힘들때...멀리서 같은 모습의 산꾼인 카스파레크가 하러의 처지를 한눈에 알아보고...
자신의 배낭에 있는 많은 과일을 기꺼이 하러에게 내주었다...그 배낭의 과일은 카스파레크가 뵌까지 가는 동안 먹으려 주머니를
탈탈털어 산 과일이었던 것이다...하러는 그런 귀중한 예비식량을 다 먹어버렸던 것이다.^^
눈사태를 이겨낸 마지막 아이거북벽의 비박에서 하러는 그때를 생각하며...4명중 유일하게 담배를 피는 카스파레크가 모두 젖은
담배로 인해 무척이나 실망했을때...선뜻...자신이 마른 새 담배를 못내주는 처지를 무척이나 안타까워하며 슬퍼한다.
개인적으로 산행시 이런 상황을 나두 쬐금은 겪어봤길래...하러의 맘을 조금이나마 이해할수있으며...눈물이 핑~~~돈다.

*영광의 얼굴들 (알프스의 3대북벽-수문출판사발췌)
그 담날1938년 7월24일 우후3시30분...그들은 역사적인 아이거북벽 초등에 성공하므로써...북벽시대를 마감한다.
(1931년 마터호른북벽-슈미트형제초등, 1935년 그랑 조라스-리카르도 캐신초등)

*비가를 푀르그-2차대전에 참전해서 돌아오지 못함
*프리츠 카스파레크-1954년 페루의 살칸타이(6081m)정상을 오르던중 추락사
다시한번 하얀거미 제본판을 보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내공이 대단하십니다.
제본판 보내주셔 감사드립니다.^^
왼쪽 표지사진이 1978년 6월판(1000원), 오른쪽 사진이 1971년 10월판(300원, 공동문화사)이고 저자와 출판사가 동일하니 오른쪽 표지가 초판본~ 원본 <The White Spider>(1959년)는 315쪽인데 번역본이 154쪽이니 아이거북벽 등반기를 중심으로 일부만 발췌해서 번역하신듯^^
ㅎㅎㅎ 선배님의 내공에 그저 감탄합니다...그렇군요^^
하인리히 하러(1912-2006)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오스트리아 스키 국가대표선수로 활동했는데 나중에 나치 친위대(SS) 요원으로 밝혀져 알피니즘이 나치정권의 선전도구로 이용되었다는 비난을 받았었죠... 그것을 폭로한 사람은 바로 안데를 헤크마이어(1905-2005)~ 그는 1997년 <티벳에서의 7년>이라는 할리우드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독일 <슈테른>지와의 인터뷰에서, “하러가 아이거 정상에 올랐을 때 그의 배낭에는 나치깃발이 있었으며 악천후 때문에 꺼내지 않았을 뿐”이라고 밝혔고, 하러는 이후 등정 60년만에 공개 사죄하며 커밍아웃^^
하러의 그런 행동은 어렴풋이 들어 알고있었는데...배낭의 나치깃발얘긴...첨 듣네요...^^
한수 배웁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