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늘에는 티아민이 무의 3배, 파의 5배나 들어 있다. 티아민은 세포라 불리는 엔진 속에서 포도당을 원활하게 연소시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얻도록 돕는 촉매 역할을 한다.
이탈리아의 몬티첼리와 우리나라의 경남 남해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마늘 주산지다. 이곳에는 75세 이상 장수 노인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 3배나 많다. 마늘을 즐겨 먹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는 마늘에 관한 상형문자가 적혀 있다. 피라미드를 건설할 때 노예들에게 마늘을 먹여 중노동과 더위를 견디게 했다는 기록이다. 이집트인들은 당시 마늘에 스태미나를 증진시키는 신비한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그로부터 5000년이 지난 2002년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건강식품에 마늘이 포함되었다. 암 연구 분야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항암작용이 있는 48개 식품 중 마늘을 으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1960년대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일리노어 여사는 80세 이상까지 활발한 생활을 했다. 기자가 인터뷰를 통해 비결을 물었을 때 그녀는 마늘이라고 밝혀 한때 미국에서 마늘 붐이 일기도 했다.
특유의 냄새로 서구인들에게는 멸시의 대상으로 지목되었던 한국의 마늘이 노화방지와 스태미나, 항암작용에 있어서 가장 우수한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마늘이 어떤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살펴보자.
스태미나란 ‘힘’을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발기력 등 성적 능력을 말하며, 넓은 의미로는 피로를 모르는 강철 같은 체력을 말한다.
마늘은 스태미나에 좋다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진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마늘요리 전문점을 찾았다. 또 미국의 마늘 생산량 중 9할을 담당하는 길로이를 찾았다. 미국에서 불고 있는 마늘 열풍을 직접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실제로 미국에서만 마늘 소비량이 최근 10년간 무려 6배나 증가했다. 마늘의 효능이 속속 규명되면서부터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분야는 마늘의 스태미나 향상효과다. 제작진은 한국인 최명호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48세인 그는 1년 전부터 발기부전으로 부부생활에 문제가 생기면서 하루에 60쪽씩 마늘을 먹기 시작했다. 최씨는 “마늘을 먹자 이틀 뒤부터 발기력이 향상되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고 고백했다.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실시한 발기력 테스트에서 최씨는 발기력이 30분 이상 지속되는 놀라운 강장효과를 보였다. 음경의 강직도도 같은 연령의 남성에 비해 좋다. 평소 발기부전으로 부부생활이 곤란했던 그의 생활에서 변한 것이라고는 마늘을 열심히 먹었다는 것 이외 다른 것은 없었다. 단 한 사람의 사례만으로 마늘의 강장효과를 바로 결론지을 수는 없지만 마늘이 남성들의 정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는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제작진은 마늘의 성적 능력 증강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한 대학병원에 동물실험을 의뢰했다. 토끼의 생식기에 마늘 추출물을 주입해서 성기의 팽창 여부를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 마늘 추출물이 들어간 성기는 팽창력이 향상됐으며 생식기 조직의 무게도 증가했다. 마늘이 발기 시 성기로의 혈액 유입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기 때문으로 분석되었다.
마늘이 스태미나 향상에 도움을 주는 이유는 마늘에 담긴 다음 몇 가지 성분으로 설명된다.
첫째, 비타민 B₁인 티아민이다. 티아민은 항피로비타민으로 불릴 만큼 피로를 이기는 데 도움을 준다. 시판되는 대부분의 드링크류에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는 성분이기도 하다. 마늘에는 티아민이 무의 3배, 파의 5배나 들어 있다.
티아민은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한 포도당이라는 연료를 세포라 불리는 엔진 속에서 원활하게 연소시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얻도록 돕는 촉매 역할을 한다. 티아민을 많이 섭취할수록 힘이 난다는 뜻이다. 인체를 자동차에 비유할 때 티아민은 엔진의 출력 향상제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마늘은 이러한 티아민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알리신이다. 마을 특유의 냄새가 나게 하는 성분이다. 마늘의 여러 가지 건강효과 중 가장 핵심적이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성분이다.
제작진은 일본을 찾았다. 마늘 전문가인 일본 교토대 영양화학과 이와이 가즈오 교수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는 실험 지원자에게 마늘 추출물을 장기 복용시킨 후 정자수를 관찰했다. 마늘 추출물을 주면서 10일 동안 사정 시 1000만 마리나 증가하는 현상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가즈오 박사는 마늘을 먹으면 남성 호르몬이 증가해서 정자의 숫자와 농도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2001년 미국 영양과학회지에 논문으로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에는 28일간 마늘가루와 고단백 식품을 함께 섭취시키고 다른 그룹에는 고단백 식품만 먹인 뒤 비교했다.
실험 결과 마늘가루와 고단백 식품을 함께 먹인 그룹의 쥐는 남성 호르몬 수치가 3배나 증가했다. 가즈오 교수는 “으깬 마늘의 경우 황화합물의 일종인 설파이드가 생겨 마늘냄새가 나며 이 성분이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마늘은 남성 호르몬제를 알약으로 먹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때 남성 호르몬을 증가시킨 설파이드는 마늘을 먹을 때 냄새를 유발하는 마늘 특유의 성분이다. 통마늘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은 설파이드가 생성되지 않아서다. 입으로 마늘을 씹는 순간 마늘의 주성분인 알린이 효소와 결합해서 알리신이 되고, 알리신은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물질이어서 입으로 씹거나 가열하면 바로 설파이드가 된다.
알리신은 바로 이러한 설파이드의 원료 물질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이것은 마늘의 냄새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함을 강조한다. 냄새가 없다고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냄새가 많이 날수록 알리신이 풍부하고 그만큼 마늘의 건강 효능도 강력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알리신은 설파이드로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원래 마늘에 있던 티아민과 결합해서 알리티아민이라는 특유의 물질을 만든다. 알리티아민은 인체를 자동차에 비유할 때 엔진의 윤활유 역할을 맡는다. 우리 몸 속에서 중금속을 제거하고 세포의 산화를 방지해 노화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알리티아민은 체내 흡수가 잘되고 효소에 의한 파괴가 적다. 많이 먹을수록 많이 흡수되어 세포의 신진대사를 돕는다.
피 맑게 하고 항암효과까지
마늘은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은 줄이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을 높이며 혈압은 낮추기 때문에 혈액을 맑게 한다. 동맥에서 혈전이라 불리는 혈관 부스러기의 발생도 줄이며 혈소판이 응집되는 것을 억제해 피가 잘 엉기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는 미국 UCLA대 세인트존 심장혈관 연구센터에서 심장과 혈관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이다. 마늘을 일상적으로 꾸준하게 먹는 것이 혈관을 깨끗하게 하고 혈액이 끈적거리지 않게 해서 혈액순환을 돕는다는 것이다.
이는 마늘이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혈관이 깨끗해지고 탄력성이 증가하면 성기 혈관의 확장도 용이해진다. 마늘이 발기력 등 성기능 향상에 좋은 이유도 바로 성기 혈관, 특히 동맥을 탄력있게 유지해 주는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48가지의 식품들을 대상으로 항암 효과를 비교해 정리한 항암식품의 피라미드를 만든 바 있다.
48가지 중 마늘이 최고로 꼽혔다. 식품의 항암작용과 관련해 지금까지 발표된 논문들을 정리해 얻은 결론이다. 마늘이야말로 항암식품의 지존이라는 뜻이다. 마늘은 암의 부위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항암효과를 발휘한다.
마늘에 함유된 알리신과 설파이드 등 마늘의 유효 성분이 항산화 작용을 지니며, 이것이 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해 노화방지는 물론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유전자 돌연변이 되는 것을 차단하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 미국과 중국의 공동역학연구 결과 마늘을 연간 1.5㎏(하루 5g으로 마늘 한두 쪽 정도)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암 발병률이 50%나 적은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마늘에는 셀레늄도 있다
마늘에는 셀레늄(selenium)이라는 성분도 있다. 셀레늄은 인체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극미량 원소로 1817년 스웨덴의 화학자 베르첼리우스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셀레늄 특유의 빛깔 때문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이름을 따서 셀레늄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셀레늄은 오랜 기간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왜냐하면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주로 셀레늄의 과잉섭취로 인한 독성과 발암성에 대한 보고들만 있었기 때문이다. 1930년대에는 미국에서 방목하던 말과 소들의 털과 발굽이 빠지는 등 셀레늄의 과잉섭취와 연관된 보고가 있었고, 1940년대에는 가축에게 암을 발생시킨다는 보고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셀레늄이 동물과 인간의 여러 가지 질병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셀레늄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1975년에는 셀레늄이 인체의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중화할 수 있는 중요한 항산화 효소인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의 활성성분임이 밝혀졌다.
셀레늄에 대한 초기연구는 주로 남성의 생식능력과 관련된 연구들이었다. 정자의 생성 및 구조유지에 셀레늄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남성 불임증 치료에 이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셀레늄의 대표적인 기능은 무엇보다 항산화 작용에 있다. 항산화 작용이란 인체 내에서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기능을 말한다. 셀레늄의 항산화 작용은 또다른 항산화제로 알려진 비타민E보다 거의 2000배나 강한 효과를 낸다.
셀렌늄의 또 다른 기능은 항암작용이다. 주로 전립선암·대장암·폐암·간암·유방암·췌장암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6년 미국 의학회지에는 60대 남성 1300여 명을 대상으로 매일 200㎍의 셀레늄을 복용시킨 후 암 발생률을 조사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전립선암의 발생률이 63%, 대장암은 53%, 폐암은 46%씩 낮아진 것을 관찰할 수 있었고, 이들 암 외에 다른 암의 발생률도 37% 가까이 감소되었다.
마늘의 항암효과도 셀레늄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셀레늄은 바이러스성 질병에도 효과가 있어 에이즈 바이러스나 간염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한다. 실제로 간암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중국의 어느 지역은 성인의 15% 이상이 B형간염 항원을 가진 보균자인데 이 지역의 간암 발생률은 다른 지역의 200배 정도로 높다.
그런데 보균자 그룹 200명에게 매일 200㎍의 셀레늄을 4년간 복용시킨 결과, 셀레늄을 복용한 그룹에서는 간암이 발생되지 않은 반면 복용시키지 않은 그룹에서는 7명의 간암 환자가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셀레늄의 결핍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살충제·중금속과 같은 환경오염 물질에 노출되는 경우, 자외선의 조사량이 많아지는 경우에는 더 많은 양의 셀레늄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마늘을 특히 권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식품과 마찬가지로 마늘 역시 일단 가열하면 효과가 다소 떨어진다. 가장 중요한 성분 중 하나인 알리신과 설파이드 성분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마늘의 껍질 바로 아래에 있는 알리나제라는 효소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알리나제는 사람이 씹을 경우 마늘 속의 알린과 작용해 알리신을 만든다. 문제는 알리나제가 열에 약해 가열하면 쉽게 파괴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늘은 껍질째 가열하면 안 된다.
미국 국립암연구소 존 밀러 박사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마늘은 껍질을 깐 뒤 다지고 나서 10분 정도 두어야 효소가 활성화되어 알리신과 설파이드 등 활성 성분과 항암 성분이 가장 많이 생긴다”고 충고했다.
따라서 마늘을 까고 다진 후 몇 분 동안 효소작용에 의해 알리신과 설파이드가 충분히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일단 알리신과 설파이드가 생기면 이들은 열에 강하므로 가열해도 효능이 제대로 발휘되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구운 마늘과 다진 마늘을 조리방식에 따라 바로 볶은 것, 다져서 10분 후 볶은 것으로 나누어 알리신과 설파이드의 양을 비교했다. 그 결과 다진 마늘을 10분 후에 볶은 경우 양이 가장 많았으며 구운 마늘이 가장 적었다. 기름도 중요하다. 기름 속에서 빻아야 마늘의 설파이드 성분이 잘 보호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심장 전문의인 이사벨라 레베키 박사는 “마늘을 기름으로 조리하지 않으면 공기 중으로 알리신과 설파이드 성분이 날아간다”고 설명했다. 마늘 특유의 냄새가 바로 그것인데 기화되어 날아가는 이들 유효성분의 양이 그리 많지는 않으나 기왕이면 이들을 고스란히 먹는 것이 좋다. 다진 마늘은 기름에 볶아야 기화를 억제해 효과가 극대화됨을 숙지해야 할 것이다.
제작진은 충남대 식품영양학과 김미리 교수팀과 함께 마늘 조리법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했다.
△삼계탕처럼 통마늘을 물과 기름에 넣고 가열
△갈비탕처럼 다진 마늘을 물과 기름에 넣고 가열
△해파리 냉채처럼 생마늘을 다져 넣은 경우
△기름에 볶은 다진 마늘
△마늘 장아찌 등.
연구진은 조리방법에 따른 마늘의 항산화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해파리 냉채와 같은 생마늘이 1위였으며
2위는 마늘 장아찌로 생마늘과 큰 차이가 없었으며,
3위는 기름에 볶은 다진 마늘,
4위는 갈비탕처럼 다진 마늘과 물, 기름을 함께 넣고 가열한 경우,
5위는 삼계탕처럼 통마늘을 물과 기름에 넣고 가열한 경우였다.
특히 삼계탕이나 갈비탕처럼 바로 가열한 마늘에서는 항산화력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미리 교수는 “생마늘이 모든 면에서 가장 뛰어나지만 자극적인 매운맛으로 위장을 자극할 수 있으며 다른 조리법과 달리 한번에 많이 먹을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영양학적으로 생마늘과 가장 차이가 나지 않는 마늘 장아찌로 먹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늘 장아찌가 건강에 좋은 이유는 단순히 가열하지 않아서일까? 제작진은 강원대 농업생명과학대에 실험을 의뢰했다. 마늘 장아찌와 생마늘, 구운 마늘, 김치 속의 마늘과 같은 상태인 발효마늘의 4가지에서 마늘의 유효성분인 설파이드 함량을 비교했다.
그 결과 마늘 장아찌가 생마늘을 앞선 1위라는 것이 밝혀졌다. 생마늘과 발효 마늘은 비슷한 정도의 설파이드가 있었고 구운 마늘에서 설파이드 함량이 가장 낮았다.
마늘 장아찌는 항산화력에서는 간발의 차이로 생마늘에 이어 2위였지만 설파이드 함량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결국 마늘을 다져 볶는 스파게티나 스테이크 소스 등 서양식 조리법에 비해 한국 고유의 마늘 장아찌가 가장 마늘의 효과를 높이는 조리법이라는 결론이다. 김치를 이용한 발효 마늘 역시 마늘 장아찌만 못했지만 생마늘에 근접하는 설파이드 함량을 보였다.
첫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