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의 YouthPective 제 47회
미국 속의 “오타쿠” 족
최근 10회에 걸쳐 일본과 영국의 아동과 청소년, 특히 10대들의 생활과 삶의 모습을 간단히 둘러보았다. 필자는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이 우리나라의 그것과 어떻게 비슷하고 또 다르게 보았는지 궁금하다. 분명 다른 문화권에 살고 있으니, 일본과 영국이 다를 것이고, 따라서 한국과도 다르다고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학교생활이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생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유사한 부분들도 없지 않다.
몇차례 언급했지만, 가정적 생활환경의 경우 문화적 차이가 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또래들간의 어울리는 모습에서 볼수 있는 바와 같이, 혼자만의 공간을 선호하고, 핸드폰을 즐겨 쓰고, 복장이나 음악적 취향 등은 나라 간에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닌게 아니라, 10대 청소년들을 다른 세대와 구별짓는 고유의 생활양식은 대체로 비슷한 것 같다. 서구의 힙합이 우리나라 젊은이의 모습이 된지 오래이며,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볼 수 있는 매니아문화의 모습들을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사리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볼 수 있는 젊은이 들의 모습 또한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다. 모든 현대적인 요소들과 상업주의 그리고 통신, 기술의 발전은 말 그대로 지구상의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내고 있다. 먹는 것, 입는 것, 노는 것 등 모든 일상생활에서 미국에서 볼 수 있는 것이 거의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아동과 청소년들의 생활과 관련한 부분은 더욱 그러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제부터 소개하려고 하는 몇가지 이야기들은 미국 청소년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닐수도 있다. 그러나 놀랄 점은 미국 청소년들의 생활에서 일본의 모습을 찾기도 어렵지 않다는 사실이다. 오늘날의 미국 청소년들의 모습, 그 중의 하나로 미국에서 볼 수 있는 이른바 일본 “오타쿠 “문화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기로 하자.
오타쿠는 매니아를 지칭하는 일본용어이다. 여러가지 대상들이 있지만, 가장 보편적인 것은 망가와 애니메, 또는 게임같은 영상물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경우이다. 그저 즐기거나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몰두하는 대상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한다는 점에서 흔히 말하는 “팬”이나 “중독자”라는 것과는 구분된다. 미국은 이러한 오타쿠 문화가 청소년층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나라의 하나가 되고 있다. 마땅히 우리나라말로 번역하기가 어렵다. 영어로도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geek”나 “hacker” 라는 등의 유사한 단어가 있으나 각기 독특한 함축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번역어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놀랍게도 미국에서 조직적인 오타쿠 현상이 나타난 것이 1970년대 말이라고 한다. 일본의 오타쿠 세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때와 거의 비슷한 무렵부터 미국에서도 유사한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망가와 애니메가 점차 보편화되는 것과 같이 오타쿠문화 또한 미국에서 그렇게 확산되었다.
미국의 오타쿠 청소년들도 일본에서 하는 것과 꼭같은 것을 많이 한다. 모임에 참석하고 팬잡지를 만들고, 코스튬을 차려입고, 인터넷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그리고 팬 웹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한다. 차이가 나는 점이 있다면 미국의 경우 이른바 “오타쿠”라는 용어가 일본에서 갖는 원래적 의미의 다소 부정적인 함의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대채로 본래 뜻과 상관없이 “망가와 애니매의 팬”이라는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조그마한 시골마을의 공공도서관에서 일본식 “망가”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부 미국의 “망가 애니매 팬”들은 필자가 말한 바와 같은 의미의 다소 긍정적인 이러한 보편적 뜻이 오타쿠에 대한 용례를 거부하고 오히려 부정적인 의미의 일본 본래의 “오타쿠”라는 용어의 사용을 강조하기도 한다. 물론 그 중 일부는 오타쿠의 전문가적 본질을 강조하고 긍정적 측면을 애써 강조하면서 “오타쿠”족임을 자처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는 한국의 그 어떤 청소년문화가 미국의 젊은이들에게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널리 사용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아마도 이것은 외국을 다녀본 사람이면 누구나가 한번은 생각하게 되는 “안타까움”이기도 할 것이다. 그 가능성을 독자들과 함께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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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의 글이었습니다. 인용할 때는 다음의 출처를 밝혀주십시요. http://cafe.daum.net/youthstudies CJ의 YouthPective 제47 회)
한국시간 2006년 10월 10일 아침 처음쓰다. 2007년 11월 12일 한밤 아청유에도 개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