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토호세력들이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학살을 거치면서 지배세력으로 성장했으며, 이들은 직접 학살을 수행하거나 보조한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처벌이나 불이익도 받지 않은 채 도리어 정치적 권력을 확대해 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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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 55주년 민간인학살 학술대회가 열린 18일 참석자들이 마산 진전면 여양리에서 발굴된 유골을 보고 있다./박일호 기자 |
| 이같은 주장은 18일 부산경남사학회와 부경역사연구소, 제노사이드연구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전쟁 55주년 기획발표-한국전쟁시기 경남지역 민간인 학살문제’ 학술발표대회에서 제기됐다.<학술발표 대회 중계 6면>
이날 행사에서 ‘보도연맹원 학살과 지역사회의 지배구조-경남 마산지역의 사례와 인물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한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시민사회부장은 “그동안 보도연맹원 학살과 관련해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는 있었지만, 지역차원의 가해자에 대한 명확한 규명작업은 한번도 없었다”면서 “이로인해 이들은 학살의 가해자임에도 지역에서 단 한번도 공식적인 비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인물로 마산에서 보도연맹 사업부장과 52년 초대 민선 마산시장 등을 지낸 김종신을 꼽았다. 김주완 기자는 “한국전쟁 직전까지 번번히 정치권력에 도전했지만 연거푸 실패했던 우익인사들이 전쟁 당시와 직후의 선거에서 마산시의원과 시장,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면서 김종신의 50년대 삶의 이력을 자세히 정리한 표를 보기로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김 기자는 특히 “그때부터 지역사회의 지배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극단적인 우익인사들이 계속 사회를 지배하는 한 또다시 전시 또는 준전시 사태가 도래하면 50년과 같은 민간인학살이 되풀이될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전쟁과 제노사이드’라는 주제발표를 한 부산교대 최호근 교수도 “이데올로기가 달라도 재판절차 없이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죽일 수 없다는 시민사회의 인식이 정립되어야 집단학살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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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 55주년 기획발표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박일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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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연구회 전갑생씨는 ‘한국전쟁시기 경남지역 민간인 학살 연구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대한청년단과 국민회, 민보단 등 우익단체들이 민간인학살에 조직적으로 참여하면서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며 “이들 단체와 인사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경남대 사학과 이상길 교수는 ‘마산 여양리 민간인 학살의 실상과 성격’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보상이나 배상, 책임자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시대의 억울한 희생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참석자들은 도내에 있는 자치단체들도 전라남도가 벌이고 있는 민간인 학살 구술 채록사업을 본받아 펼쳐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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