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도시 빈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영원한 꿈과 그리움의 고장이다. 하이든과 슈베르트가 소년시절 합창단원으로 봉사했던 성 스테판 대성당의 아름다운 고딕식 건물 첨탑이 지금도 빈의 상징처럼 우뚝 솟아 있고 여러 차례 입은 파멸적인 전화에도 불구하고 옛날 그대로의 거리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화려한 궁전, 고색창연한 교회, 우아한 정원이 한껏 번영을 누렸던 여러 시대의 문화와 예술의 정수를 피력해 준다 또 모짜르트가 지휘했던 극장이며 베토벤이 거닐던 길. 브람스가 즐겨 찾던 커피 집이 그대로 남아서 음악애호가의 마음을 야릇한 향수로 들뜨게 만든다 이렇듯 아름다운 역사의 도시 빈과 끊을 수 없는 깊은 유대를 가진 음악이 요한 쉬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11(1825∼ 1899)를 중심으로 한 많은 작곡가의 「빈 왈츠Wiener Waltz」이다 끊임없이 유려하게 흐르는 아름다운 멜로디, 솟구치는 리듬의 소용돌이. 빈 왈츠야말로 꿈의 도시 빈의 살아 있는 혼이다.
요한 스트라우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An der schonen blauen Donau Op.314
Blue Danube Waltz, Op. 3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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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bert von Karajan - Berliner Philharmoniker | |
전쟁의 폐허 위에 꽃핀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의 화창한 선율.
1866년 8월. 오스트리아는 이웃나라 프로이센과 전쟁을 일으켰다. 오래 전부터 독일 통일을 꾀해온 비스마르크의 계책에 말려들어 일어난 전쟁이었다 오스트리아 군대는 장비도 사기도 프로이센 군의 적수가 못되었다.
사도바 전투에서 크게 패한 뒤. 적군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 성밖까지 물밀듯이 밀어닥쳤다 함락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마침 프랑스가 중재에 나선다. 결국 오스트리아 군은 항복하고 전쟁은 7주만에 끝이 났다. 전쟁에 진 타격은 사람들의 마음을 실망과 슬픔 속에 깊숙히 잠기게 했다. 빈의 거리는 전쟁터에서 돌아온 상이병과 남편이나 자식을 잃은 여인들의 탄식으로 그 밝던 분위기를 깡그리 잃고 말았다 그토록 좋아하던 음악과 춤도 간 데 없이 사라졌다.
이때 처참한 패전의 정신적 폐허 빈에 어떻게 하면 즐겁고 쾌활한 노래를 다시 한번 살려낼 수 있을까 고심하는 사람이 있었다 빈 남성 합창단의 지휘자 요한 헤르베크 」Johann Herbeck(1831∼1877)였다. 이 사람은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발견하여 세상에 소개한 사실로도 유명하다. 헤르베크는 자기의 뜻을 살릴 수 있는 작곡가는 그 무렵 흥겨운 왈츠를 많이 만들고 있는 요한 쉬트라우스 2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곧 그에게 빈 사람들의 마음을 북돋아 밝고 쾌활하게 만들 합창곡을 의뢰했다 쉬트라우스 2세도 헤르베크와 동감이었으므로 선뜻 응했다. 아직 합창으로 왈츠를 작곡한 사람이 없었다. 쉬트라우스 2세가 합창곡 의뢰를 받았을 때, 문득 한 무명 시인 Karl Beck의 시 한 구절이 떠올라왔다 대강 뜻은 다음과 같다.
'나는 괴로워 슬피 우는 네 모습을 본다.
나는 아직 젊고 영광으로 가득한 네 모습을 본다.
마치 금광 속에 빛나는 황금처럼 거기 진실은 자란다 도나우 강변에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변에'
대자연 속에서 슬픔과 괴로움을, 기쁨과 소망들 기쁨과 소망을 모두 한데 감싼 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변함없이 도도히 흐르는 도나우. 패전의 고통을 이기고 힘차게 다시 일어나 살아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쉬트라우스 2세는 이 시에 왈츠 합창곡을 만들어 제목을「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라고 불리리라 마음 먹었다. 이윽고 1857년에 완성한 관현악 반주의 남성 합창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An derschonenblauen Donau op 314」 는 그해 2월15일. 헤르베크의 지휘로 빈의 디아나잘에서 초연 되었다 곧 이어 여름께 파리 만국박람회 개관기념 연주에 초청된 쉬트라우스 2세는 이 곡을 연주하여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제는 빈뿐만 아니라 온 유럽에 유명한 곡이 되고 말았다.
곡은 안단티노의 긴 서주가 있고나서 D장조의 유명한 왈츠를 시작한다. 왈츠의 선율은 그밖에 4가지가 더 나타난 뒤 힘찬 후주로 끝난다 단순하고 명쾌한 선율의 아름다움은 언제 들어도 가슴 두근거리는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그 후 쉬트라우스 2세는 「빈 숲속의 이야기」. 「남국의 장미」. 「예술가의 생애」, 「봄의 소리」. 「빈 기질」.「황제 원무곡」.「술. 여자 그리고 노래」,「천일 야화」.「가속도」,「시트론 꽃피는 나라」 등의 걸작 왈츠를 써서 명성을 확고히 굳혔다. 그의 왈츠가 얼마나 유명했는지에 대해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어느 파티에 쉬트라우스 2세의 초대를 받고 브람스가 참석했다.
쉬트라우스 부인이 "기념으로 여기 한마디 적어 주시겠습니까?" 하고 들고 있던 부채를 내밀었다. 브람스는 즉시 그 부채에「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의 멜로디를 적은 뒤. "애석하지만. 요하네스 브람스의 작품이 아닙니다"라고 토를 달고 한다.
쉬트라우스 2세는 왈츠뿐만 아니라. 오늘날도 널리 공연되는 「박쥐」,「짚시 남작」을 비롯한 비롯한 오페레타를 16곡이나 썼다. 그가 아직 본격적으로 오페레타를 쓰기 전의 일이다. 어느 날 그는 오페라 「호후만의 이야기」로 유명한 오휀바크 」Jacques Offenbach(1819∼1800)와 만나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때 오휀바크가 "반드시 오페레타를 작곡하십시오 틀림없이 성공할 테니까요!" 하고 권했다는 일화가 있다 물론 그의 오페레타에도 우아한 왈츠와 즐거운 폴카가 넘치고 있다.
안동림 / 충주대 영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