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수정이론을 배우고 싶어 특수교육 대학원엘 진학했습니다. 물론 대학원에 가보니 제 원래 목적과 전혀 관계없는 과목들을 들어야했고 어떤 교수님들의 강의내용은 중구난방, 뭘 알려주려고 하는건지 핵심도 없었습니다. 다니면서 느낀 것이지만 다른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어떨지 몰라도 발달장애에 관한한 교수들이 알고 있거나 공부한 내용이 너무 없었습니다. 물론 2000년도 안된 시기, 25년 전일이니 더 그랬을지 모릅니다.
행동수정 이론의 창시자 스키너박사의 이론에 따르면 적절한 상벌을 통해 인간의 행동은 얼마든지 수정가능하다고 보고있습니다. 어떤 행동을 강화시키고 어떤 행동을 소거해갈지 목표행동을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강화제와 처벌제를 기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ABA기법은 철저하게 행동수정 이론을 바탕으로 합니다. 지금은 행동치료가 곳곳에서 필요한 발달장애 아이들을 위한 특수교육으로 미국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선택되는 교육이기도 합니다. ABA를 수행하기 위한 피교육자에 대한 행동 분석과 교육 컨텐츠구성 그리고 강화제 선택 등,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과학적으로 짜고 수행하게 됩니다.
행동수정에 대해 공부하고 실제로 아이들에게 적용해 볼 때는 더할 나위없이 훌륭하다고 생각했고 우리 아이들에게 일상생활 속 교육 기법으로 딱이다 싶기는 합니다. 특히 신변처리와 자조기법이 많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에게 행동수정 기법은 참으로 유용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자폐증이란 것을 뇌적으로 이해하면 할수록 스키너박사가 심리학자였기에 간과한 것이 있지 않았나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보상체계를 담당하는 뇌영역이 전두엽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기에 행동수정이 어렵다는 것을 미처 반영하지 못했을 것이라 보여집니다. 우리가 흔히 '사람 결코 바뀌지 않는다'라는 보편적 인식의 바탕이 바로 전두엽의 문제인 것입니다.
전두엽이 거의 성장되기 어려운 자폐증의 경우는 그런 면에서 보면 상당히 신사적인 ABA기법으로는 한계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밀려듭니다. 보상체계 가동이 상당히 어려운 뇌구조에서 적용해야 하는 행동수정 요법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이런 깨달음을 완이를 통해 많이 얻게 되는데, 그 전에도 완이만큼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았었지만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과거의 돌봄유형은 주간에는 발달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저녁시간에만 함께 있는데다가 주말에는 늘 집으로 돌아갔으니 아이를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었습니다. 그러니 지금과 같이 24시간 내내 같이 지내는 상황에서 낮시간의 교육은 물론 주말까지 함께 해야하니 느껴지는 것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완이를 통해 느끼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전두엽의 보상체계 기전이 약하면 혼나도 왜 혼나야 하는지, 모욕을 받아도 왜 그게 모욕적인지, 자기가 잘못해서 혼나는데도 혼나는 것만 싫을 뿐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지가 전혀 없으며, 똑같은 사안으로 백번 혼나도 다시 그 짓을 똑같이 해버리고 맙니다.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의 배경은 바로 전두엽의 미성숙이라는 원인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자폐증에 머무는 아이들의 감각처리 문제는 하루라도 빨리 손대고 개선의 의지를 활활 불태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두엽 성장이 되질 않아서 기본적인 행동규범을 배워갈 수가 없습니다. 여러 차례 강조하지만 전두엽의 발달은 뇌의 다른 영역이 완성되어야 그 성장을 마무리해 나가기에 감각처리의 문제를 한시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아래 각 뇌영역의 발달 그래프에서 보듯 전두엽 (빨간 곡선)의 정점은 4~6세이며 이 연령에서 일반아이들은 감각처리와 감각통합을 위한 뇌신경망을 이미 완성한 상태입니다.
전두엽의 보상체계가 가동되지 않는 완이에게 그래서 전두엽 가동이 필요한 행동과 그렇게 안해도 수정되는 행동으로 나누어서 수정기법을 적용하게 됩니다. 전두엽 가동이 약해도 수정될만한 행동 중 다소 혹독하게 다루는 목표행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남의 잠자리 침범하지 않기
- 식사시간 자리지키기
- 옷은 꼭 입고있기
- 야외에서 멀리 도망가지 않기
- 바닥에 있는 것 주워먹지 않기
- 모든게 내것인양 다 뒤지거나 꺼내서 먹거나 흐트러놓는 것 금지
10개월 세월에서 목표달성도를 보니 아직도 60% 수준입니다. 특히 맨 마지막 항목 달성율은 20-30% 밖에 안됩니다. 그럼에도 전두엽이 성장해 갈 수 있는 기본 감각적 문제의 해소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좋아진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아직도 긴 세월을 요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볼 수 있다면 전두엽이 가동되어야 먹힐 수 있는 수정대상 행동과 전두엽이 약해도 해볼 수 있는 목표행동들을 리스트해서 하나씩 소거해 보는 것도 꼭 필요한 작업이니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도 시도해보라고 권유해보고 싶습니다.
첫댓글 완이의 행동수정 교육 올리신것 거의 60퍼 성취는 정말 대단합니다. 간혹 뒤로 가다 앞으로 가다 하겠지만요.
그림이는 요즘 칠면조 변신에 관심 있고 때론 화장도 진하게 하는데
옷 입는거로 늘 전쟁 치르는거와 무절제한 쇼핑 요구, 많은 사람들이 구경해도 그림맘 물러서지 않기로 작심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엄마한데 들은 말들을 그대로 퍼부어 복수하더군요.
올려 주신 내용 잘 적용 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