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의 바닷가. by 김화수
얼마전 찍은 바닷가 사진을 보다가 떠오른 생각들. 오늘은 뇌에 관련된 책와 함께 보낸 시간 속에서 새로운 연구에 대한 힘을 얻었다. 또한 내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에너지까지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책에서 가져온 내용들을 이곳에 저장한다. 성장하고 늙고 병듦에 따라 형성되고 재배열되는 뇌를 스스로 지켜 볼 수 있다면 그리고 나의 변화에 대한 자각을 통해서, 혹은 그러한 과정에 대해 타인과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만나게 되는 신경장애나 언어장애 환자들을 보면서 소망한다.
창조적 치매
딕 링햄은 30년 동안 음악교사로 일했다. 그는 고향 마을 케임브리지셔의 교회 행사는 물론이고 학교 음악회에서도 연주를 담당했다. 그런데 8년전 그의 아내 린은,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딕에게서 이상한 변화가 일고 있음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 유머 감각을 잃어가는 것 같았고, 뭔가 흐리멍텅한 듯 기분이 가라앉아 보였죠. 그이가 운전을 위험하게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살펴보지도 않고 차가 오가는 길로 뛰어들기도 했으니까요."
1993년이 되자 그 미묘한 변화가 좀더 명백해졌다. 뛰어난 음악가였던 딕이 갑자기 악보를 보면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을 힘겨워했던 것이다. 한때는 식은 죽 먹기였던 일이 이제는 굉장한 노력과 수고가 필요해졌다. 그는 케임브리지의 애든브루크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았다. 진단 결과 픽병Pick disease을 앓고 있음이 드러났다. 뇌의 앞부분이 서서히 위축되는 픽병은 치매를 불러일으킨다. 기억을 상실하고 혼돈 상태가 자주 나타나는 것이다. 픽병에 걸리면 뇌가 손상됨에도 불구하고, 드문 경우지만 어떤 환자는 놀랍게도 새로운 재능을 보여 주기도 한다. 딕은 전에는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그림에 대한 소질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 하루에 4시간씩이나 강박적으로 그림 그리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병에 걸린 뇌가 훼손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재능을 드러낼 수 있다면, 이 사실이 우리에게 정상적인 뇌에 관한 어떤 것을 말해 주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생리학적 화학적 과정을 밝혀내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들은 우리의 삶을 이루는 복잡한 사고, 감정, 능력과 연결짓는 것은 매우 어려운 숙제이다. 딕의 '창조적 치매'가 이 문제를 예증한다. 그림을 그리거나 피아노를 연주하는 등의 서로 다른 기술과 재능은 단순히 자율적으로 기능하며 분리되어 있는 뇌의 각 영역에 들어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뇌는 전체적으로 기능한다. 또한 뇌는 우리가 성장하고 늙고 병듦에 따라 형성되고 재배열된다. 슬프게도 딕의 경우에 새로 나타난 그림의 재능은 다른 모든 기능과 함께 곧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두뇌말고는 다른 무엇도 아니라는 적나라한 진실에 대한 비극적 증인인 셈이다.
다시 그의 아내인 린의 얘기를 들어 보자. "여러 가지 면에서 난 내 남편을 잃었다고 생각해요. 그이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에요. 그는 세심하고 친절한 남자였는데, 이젠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그런 사람이 되어 버렸답니다. 아주 거칠고 무례해졌죠. 혼자서는 길을 건널 수도 없답니다. 차가 오는 걸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이전의 남편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수전 그린필드지음, 정병선 옮김(2004). 브레인스토리. 지호. 중에서 발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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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언어는 존재의 집 원문보기 글쓴이: 물과꿈
첫댓글 뇌의 신비~*^^* 젊고 싱싱한 정상 뇌만을 평생 유지하는 약이 있다면 좋겠습니다~ㅋ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