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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모두가 '영웅'입니다!
캐나다 밴쿠버 합창단은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이하며 지난 7월 8일 퍼시픽 아카데미 챈도스 극장(Chandos Pattison Auditorium)에서 제16회 정기공연을 개최했다. 공연장은 매트로 밴쿠버 지역에서 한인들에게 익숙한 1,500석 객석 규모의 대공연장이다.
[밴쿠버합창단 제16회 정기공연 포스터, 이미지 출처: 밴쿠버 합창단]
[공연 다시보기]
[20주년을 맞이한 밴쿠버합창단, 사진출처: 밴쿠버합창단 제16회 프로그램 PPT(사진:신관식)]
2019년 제15회 정기공연을 끝으로 팬데믹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활동이 재개된 4년만의 행사였다.
'...같이 만나 차 한잔 마시는 다정함을 선사하듯 일상은 아름답다. 코로나 전에는 몰랐던 일상의 소중함이었다. 한 곡 한 곡 부를 때마다 관객 여러분들 귓가에 사랑으로, 아름다움으로 너울 대는 순간이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는 초대의 글을 받은 관객들이 삼삼오오 웃음 띈 얼굴을 하고 극장으로 들어섰다. 여기저기 화려한 꽃다발을 준비한 관객들도 많았다. 올해는 '영웅'이라는 매우 특별한 제목으로 무대에 올랐다. 우리 모두가 '코비드-19'를 이겨낸 영웅이고, 이 자리는 여러분들과 우리들을 위한 격려와 위로의 자리라는 의미였다.
밴쿠버 합창단은 2002년 11월 유동열 지휘자에 의해 창단되었다. 유동열 지휘자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와 비엔나 국립 음악원을 졸업하고 이태리 PESCARA 음악원을 수료했으며, 서울 시립 합창단 단원을 역임했다. 2002년 11월 2일 여성 합창단으로 시작한 밴쿠버 합창단은 2005년 혼성 합창단으로 발전하였으며, 20년 넘게 한인 사회 안에서 노래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한인의 날 기념 행사, 아시안 헤리티지 갈라 공연과 각 도시의 커뮤니티 다문화 행사에서 활약했다.
[공연 시작을 기다리는 로비풍경, 사진출처: 통신원]
종교를 배경으로 하는 합창단과는 차별적으로 밴쿠버합창단의 공연에는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1부 'Kyrie', Gloria', Credo', 'Sanctus', 'Benedictus', 'Agnue Dei' 등 편집 미사곡을, 2부에서는 '이제 나만 믿어요', '고맙소', '무조건', '아모르파티', '찐이야' 등 중년들의 심금을 울리는 가요 메들리를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여 여성 단원들의 화려한 의상과 발랄한 춤과 함께 흥겨운 무대를 만들었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테스형', '둥지'와 같은 순서에서는 유머러스한 솔로 파트를 더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밴쿠버합창단의 여성중창, 남성중창 1부와 2부 공연 장면, 사진 출처: 통신원]
3부는 밴쿠버 합창단의 20주년을 기념하는 야심찬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거사를 배경으로 만든 뮤지컬 <영웅>의 독창곡을 합창곡으로 편곡 의뢰하였다. 일제 강점기 러시아 땅에 거주했던 우리 동포들의 그 시절 의복으로 착장한 단원들이 무대 위에 등장하자 객석은 술렁였다. '단지동맹', '십자가 앞에서', 그날을 기약하며', '누가 죄인인가', '동양평화',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장부가'가 캐나다 땅에 울려 퍼질 때 나라 잃은 설움에 버금가는 이방인의 설움이 복받쳐 올랐다. 무대 뒤 스크린 위에 독립운동가들의 선연한 사진들이 나타나고, 목숨을 바쳐 싸우자는 결의를 담은 노랫말을 읽으며, 애국가의 선율이 퍼지는 절정에 달하자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이 많았다.
'영웅'의 뜨거운 감동이 허공에 공명처럼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마지막 4부에서는 '코비드-19'로 인해 유명을 달리 한 분들과 돌아가신 합창단원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아 가곡 '별'을 공연했다. 음악은 슬픔에서 태어났다는 흔한 표현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노래를 통해 사랑했던 이들을 추억하고 남아있는 자들을 위로하는 자리가 되었다.
공연의 끝을 아쉬워하는 관객들을 달래는 앵콜 곡은 두 곡이 이어졌다. 밴쿠버 합창단 정기공연의 오랜 협연 단체인 캔남사당의 희희낙락이 함께 하여 '아름다운 나라'와 뮤지컬 <이순신>의 '나를 태워라'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열창하는 밴쿠버합창단의 1부와 2부 공연 장면, 사진 출처: 통신원]
밴쿠버 합창단의 제 16회 정기공연의 프로그램과 '오늘 우리 모두가 '영웅'입니다!'의 기획 문구는 많은 의미로 다가왔다. 단 하루의 공연을 위해 수개월, 수년동안 연마한 시간이 결실을 맺는 시간인 동시에 우리 인생의 소소한 이야기가 조명을 받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비록 노랫소리는 이 지면에서 들리지 않지만 합창단원들의 이야기를 엿들으면 좀 더 여운이 남으리라 생각한다.
이민자들의 일상생활은 녹록치 않아 생업과 육아를 하는 가운데 취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통신원은 무대가 시작되기 전 비디오 영상 녹화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한 여성분에게 질문했다. '오늘 공연에 가족이 출연합니까?' '네, 남편이 출연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이나 합창단에서 활동했습니다. 일상생활이 힘들 때에도 노래를 부르면서 넘어갈 수 있는 것은 행복한 것 같아요.'
[프로그램 3부, 뮤지컬 '영웅'의 실감나는 장면을 위해 연기와 율동을 함께 표현했다. 사진 출처: 통신원]
이번 공연의 홍보를 담당한 윤문영 씨는 팬데믹 기간에는 모두가 할 수 없는 상황이였지만 팬데믹이 조금 사라지자 마스크를 쓰고 연습을 지속 했었다며 노래 사랑의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 공연에 특별히 뮤지컬 <영웅>의 노래를 통해 한국인이라면 같이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선율과 충정과 사랑, 신념을 토로하는 멋진 가사를 캐나다 동포들에게 선사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전했다.
이민 생활을 한국의 노래로 승화시키는 합창 단원들의 소감이 궁금해서 질문을 전달했다. 몇몇 단원분들로부터 답장을 받아 여기에 소개한다.
[단원 소감]
"이민 생활에서 취미생활의 가치에 대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을 표현하길 좋아한다. 우리들은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확 풀어버리는 공통점이 있고, 노래는 생활에 활력을 더해준다."
"합창의 매력은 각각 다른 파트가 한데 어우러져 멋진 화음을 만들며 완성된 합창이 나오는 게 매력이다. 이번 공연에서 안중근 의사의 비장한 각오를 나타내는 '장부가'를 부른 것이 인상 깊게 남았다."
"이제는 연습시간 3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지루함을 모른다. 특히 이번 '영웅' 공연을 준비할 때 우리나라에 영웅들이 있어서 대한민국이 존재하는구나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공연 후에 가족과 지인들에게서 칭찬을 많이 들었다."
"화요일에 노래하러 갈래?'라는 권유에 선뜻 따라 나섰다. 처음 영웅 메들리를 접했을 때는 머리 속으로 그림도 그려지지 않고,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지만, 유동열 지휘자님의 지도를 믿고, 매주 연습에 빠지지 않고 나갔더니, 무대에서 관객은 보이지 않고, 박수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무대를 즐겼다. 공연 사진 속 내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서 놀랬다."
"이민생활은 땅에 발을 딛지 않고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라고 한다. 이민 생활은 다른 언어로 소통해야하는 긴장감은 물론이고 한국에서 늘 만나던 사람들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긴장감이 있다. 노래는 무더운 여름날에 마시는 시원한 사이다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합창 연습은 주 5일을 버티게 해주는 에너지와 같다. '영웅' 공연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나라 잃은 억울함을 실감나게 느껴보았다. 합창은 어우러짐을 배우고, 자신을 낮추고, 다른 사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내 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다."
"노래는 어렵다. 어려운 노래지만 인내를 가지고 계속 하다보면 조금씩 늘어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노래를 사랑하는 분들과의 교류를 통해 늘 밝은 웃음과 일상의 공허함을 메울 수 있었다."
"조기유학으로 캐나다에 와서 이민까지 했다.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연습할 때 부터 울컥했다. 아들을 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을 고스란히 노래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 안중근 의사가 한 인간으로서 죽음 앞에 고뇌할 수 밖에 없는 감정까지도 느껴졌고, 수많은 분들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신 덕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고, 나도 있구나를 생각하게 되어 감사하다."
"나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옆사람의 목소리에 집중하다보면 내가 더 사랑스럽고 좀 더 괜찮은 사람같이 여겨지는 순간을 맞는다."
"애국가를 부르며 가슴 뭉클 했다. 합창단 활동은 이민 생활 속에 작은 애국이 된다. 화려한 의상을 입고 참여한 '아모르파티' 공연 때는 스타가 된 기분을 느꼈다."
[밴쿠버합창단 제 16회 정기공연 3부와 4부의 공연 장면, 사진 출처: 통신원]
[밴쿠버 합창단 2002년~2023년 지난 20년간 활동 연혁, 이미지 출처: 공연 프로그램]
"나 오늘 이 순간 맹세 하나니 내 조국 위하는
우리의 열정 우리 여기 모여 함께 나눈 순간
결코 저버리지 않으리
대지로 내리는 이 햇살처럼
나무를 흔드는 이 바람처럼
너와 나의 약속
우리 가슴속에 영원토록 기억되리
우리의 함성이 잠자는 숲을 깨우듯
어두운 이 세상 깨우리 잊지 말자 오늘"
뮤지컬 <영웅> 중 '단지동맹'의 가사에서 발췌
https://study.korean.net/ 2024.10.06 캐나다 해외통신원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