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이다. 34도 한여름, 뜨끈한 승용차 안에서 나를 생각한다. 세로로 배 가르고 대추, 잣, 밤, 은행, 찹쌀, 금산 인삼(향이 다르다.) 등등으로 불룩하게 채워지고 단아하게 꼬인 두 다리 명주실로 묶인 삼계탕을 생각했다. 강제로 털 뽑히고 뜨끈하게 달아오른 불 위에서 펄펄 끓어 거룩하게 더위 먹은 고객의 풍미를 돋울 영계의 재 탄생을 생각했다. 푹 고아진 내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아 기쁨으로 받아들인다. 팔다리가 쑥 뽑혀서 부분틀니를 낀 교육감님께서도 잘 드시기에 흡족하다. 나는 나를 삶아 그들에게 바친다.
초복도 모르고 지나갔는데 벌써 중복이니 세월의 흐름도 잊고 살았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공포 속에서 오늘도 하루를 지낸다. 블로거 이웃들이 추천한 책 두 권을 샀다. 절대적이고도 신성한 말들을 찾아 길을 나서는 사냥꾼처럼 갚은 숲속 가을날, 푹 삶겨진 삼계탕처럼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길을 감히 꿈꿔본다. 시인이 잉태한 언어들을 은행알처럼 주워 먹고 침묵 속으로 더 깊은 침묵 속으로 침잠한다. 위대한 잠수함이 되어 토끼랑 바다 깊숙이 길을 간다.
당랑거철(螳螂車轍, 사마귀가 수레바퀴 앞에 맞섬) 사마귀는 쓸데없는 자부심으로 로드킬을 당한다. 0.2초 만에 먹이를 잡고 세상에서 제일 부지런한 벌새의 뇌를 순식간에 파먹을 만큼 위대한 전사가 쓸데없는 자부심으로 죽임을 당한다. 내 무모함을 포장하고 싶어지는 그런 날이다. 나보다 더 불행한 자들을 찾아 명단에 올리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불행한 자는 계속 불행하고 행복한 자는 이유 없이 계속 행복한 이유를 신께 따지는 중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
코로나 372번 참회하는 마음으로(?) 승정원 기록처럼 올립니다. 나를 위한 피의 고백서! 삶에서 못다한 말들, 그리고 그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던 지나간 시대의 비극인 <코로나 일지>. 한번 피해자는 영원한 피해자입니다. 누군가는 기록하고 기억해야할 <상실의 아픔>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좋은 이웃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너무나 망해 버린 삶, 누군가에겐 희망이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