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명을 늘리자 10
잦은 기침과 졸림… 사소한 증상도 절대 놓치면 안 돼요.소리 없이 수명 단축시키는 만성호흡기질환
만성호흡기질환 하면 천식, 비염 등 증상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질환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생명을 단축시키는 심각한 호흡기질환은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생각지 못한 신호로 우리 몸에 SOS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01 대표적 만성호흡기질환
만성호흡기질환이란 기도나 폐 등의 호흡기 문제로 몸에 만성적인 이상 증세를 유발하는 병이다. 만성호흡기질환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그중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표적 질환이 두 가지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수면무호흡증'이다.
'COPD', 세계보건기구가 2020년 세계 인구 사망원인 3위 예측
기관지·폐포에 문제 생겨 호흡곤란 유발하는 병
COPD는 만성기관지염과 폐기종이 모두 생겨 숨쉬기가 어려워지는 병이다. 기관지염이란 말 그대로 기관지에 염증이 생겨 기관지 내부 점막이 두꺼워지는 것이다. 만성기관 지염은 1년에 3개월 이상의 기침과 가래가 2년 이상 연속 되는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 폐기종은 폐포가 파괴돼 폐 내부에 쓸모없는 공기주머니가 만들어지는 질환이다. 폐포란 폐 속 기관지 맨 끝에 포도송이처럼 붙어 있는 공기주머니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기능을 한다. 폐기종이 생기면 역시 기침이나 가래가 잘 생긴다.
폐 기능 50% 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 안 나타나
COPD가 무서운 이유는 폐 기능이 절반 이상 떨어질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모른 채 지나기 쉽다는 것이다. 약한 기침이나 호흡곤란이 생겨도 노화로 인한 증상이나 감기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때를 놓쳐 폐 기능이 급격히 악화돼 말기가 되면 평소에도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급격하게 악화된다. 심장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면서 몸이 붓기도 한다.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재열 교수는 "가만히 있어도 숨을 쉬기 어려운 말기가 되면 보통 1~2년 내 사망한다"며 "손상된 폐 세포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담배 안 피우는 게 최선의 예방법
COPD는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는(WHO)는 COPD가 2020년에 전 세계 인구 사망원인 3위로 한 계단 오를 것을 예측 한다. 그럼에도 아직 병명을 모르는 사람이 많고 그만큼 병의 심각성도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COPD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재열 교수는 "금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며 "실제 COPD 환자의 60%가 흡연자이고, 담배를 10년 이상 피운 사람에 게 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흡연을 통해 감소된 폐활량과 파괴된 폐 조직은 다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早期) 금연이 아니면 효과가 적다. 담배를 처음부터 피우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10년 이상 담배를 피운 40세 이상 흡연자는 정기적으로 폐 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수면무호흡증', 고혈압· 당뇨병 등 갖가지 질환 유발
자는 중에 기도 막혀 충분한 산소 흡입하지 못하는 병수면무호흡증은 자는 중에 기도가 막혀 몸속으로 산소를 충분히 흡입하지 못하는 병이다. 수면무호흡증은 무호흡이 수면시간당 5회 이상이거나 7시간 이상 수면 중 30회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무호흡은 입과 코를 통한 호흡이 10초 이상 정지하는 것이다. 코를 심하게 고는 증상이 동반된다. 단, 코를 곤다고 무조건 수면무호흡증은 아니다. 숨을 정지하는 무호흡이 동반돼야 하는데, 이는 코를 골다 갑자기 '컥' 하는 소리와 함께 숨을 멈추는 증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해보면 알 수 있다. 숨을 멈추고 10초~2분 뒤 다시 '컥' 하는 소리와 함께 코를 골기 시작하면 수면무호흡증이다.
간혹 코를 골지 않는 사람도 낮에 과도하게 졸음이 오거나 피로감이 심할 때도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낮에 활동을 하는 중에 갑자기 잠이 드는 '주간 기면'의 가장 흔한 원인이 수면무호흡증이다.
비만이거나 편도·목젖이 크면 잘 생겨
수면무호흡증은 편도나 목젖이 크거나, 과도하게 살이 찌거나, 혀가 목구멍 쪽으로 잘 젖혀지는 등의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다. 이런 경우 기도가 잘 막히기 때문이다. 성바오로병원 호흡기내과 이상학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목둘레가 남성 38.75cm, 여성 34.5cm 이상 ▲허리둘레가 남성 88.5cm, 여성 76.5cm 이상 ▲체질량지수가 남성 24.95kg/m2, 여성 23.05kg/m2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이 없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노화 앞당기고, 고혈압·당뇨병 위험도 높여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왜 수명이 단축될까? 수면무호흡이 몸의 노화를 앞당길 뿐 아니라, 고혈압·부정맥·당뇨병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을 때 고혈압이 잘 생긴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잠자는 중에 호흡이 멈추면 몸의 교감신경계가 자극받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수면무호흡 환자의 절반이 고혈압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증의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건강한 사람에 비해 부정맥이 생길 위험이 2배 이상으로 높아지기도 한다.
이상학 교수는 "수면무호흡이 있으면 4~5년 내 심장마비 등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30% 높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며 "뇌졸중이나 당뇨병, 역류성식도염 등 다양한 질환을 겪을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밖에 집중력·기억력·판단력이 저하되며 불안감이나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02 생명 앗아가는 그 밖의 호흡기질환
‘폐렴’, 면역력 약한 노인은 쉽게 사망까지
폐렴은 세균·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이 폐를 감염시키는 질환이다. 경증 폐렴은 항생제를 투여하면 2주 안에 회복되지만, 노인에게 많은 중증 폐렴은 항생제 치료를 해도 호흡곤란이나 패혈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높아 사망률이 35~50%나 된다. 중증 폐렴은 보통 양쪽 폐에 염증이 생 겼을 때를 말한다.
폐렴은 면역력이 강한 젊은 층에게는 쉽게 회복되지만, 폐 기능이 이미 많이 떨어진데다 전반적인 몸의 면역력이 약한 노인은 사망으로 직결될 수 있다. 실제 국내 폐렴 사망자의 98%가 60세 이상이다. 기존에 앓던 당뇨병·심장병 같은 만성질환이 악화되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면역력이 낮은 탓에 흉막염(폐를 둘러싸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 패혈증(온몸에 염증이 퍼지는 것), 호흡곤란증후군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도 잘 생긴다.
더 주의해야 할 점은. 노인 폐렴은 기침·가래 같은 증상 이 잘생기지 않는 경우가 20~30%나 된다는 것. 나이 들면 백혈구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세균이 폐에 들어와도 이를 막기 위해 모이는 백혈구 수가 적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가래 양도 줄어들게 된다. 가래가 줄면 기침이 잘 안 생기고 열도 잘 안 난다. 따라서 노인은 갑자기 몸이 무기력해지거나 의식이 반복해서 흐려지고, 미열·기침·가래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폐렴을 의심해야 한다. 균에 감염되지 않게 손을 자주 씻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것도 필수다.
일반적으로 폐렴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38℃ 이상의 열과 함께 노란색·초록색 가래, 기침이 지속되는 것이다.
03 만성호흡기질환 치료법
COPD, 흡입치료제가 가장 효과적 김재열(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법은 병의 증상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을 때와 급격히 악화됐을 때, 두 가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 증상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때는 병의 중증도를 파악해야 한다. 병의 중증도는 ▲호흡곤란의 정도 ▲1초 호기량(폐기능검사에서 첫 1초에 내쉬는 공기의 양) ▲지난 1년간 급성악화 빈도에 따라 크게 3가지 군으로 분류한다.
'가'군은 호흡곤란이 심하지 않고, 1초 호기량이 예상치의 50% 이상, 지난 1년간 입원이 필요 없는 급성악화가 1회 이하인 경우다. 증상이 가장 약한 군이다. '가'군은 정기적인 치료는 필요 없고 호흡곤란이 있을 때만 흡입 속효성기관지확장제(벤톨린 등)를 5분 간격으로 2회 흡 입 하는 치료를 한다.
'나'군은 호흡곤란은 심하지만, 1초 호기량이 예상치의 50% 이상이고, 지난 1년간 입원이 필요 없는 급성악화가 1회 이하인 경우이다. 규칙적으로 흡입지속성기관지 확장제를 사용해야 한다. 흡입지속성기관지확장제는 지속성항콜린제(스피리바, 인크루즈, 에클리라 등)와 지속 성교감신경활성제(온브리즈 등) 등이 있다. 에클리라는 아침과 자기 전, 하루 2회 흡입하며, 다른 약제들은 보통 하루에 한 번 오전에 흡입한다.
'다'군은 호흡곤란 정도에 상관없이, 1초 호기량이 예상 치의 50% 미만이거나, 지난 1년간 입원이 필요한 악화가 1회 이상, 또는 입원이 필요 없는 악화가 2회 이상인 경우다. '다'군은 흡입지속성지관지확장제와 흡입스테로이드 복합제(세레타이드, 심비코트, 듀어클리어, 렐바 등) 를 사용하거나, 2가지 이상의 성분이 포함된 흡입지속성 기관지확장제(아노로, 조터나, 바헬바 등)를 사용한다. 세레타이드, 심비코트, 듀어클리어는 아침과 자기 전, 하 루에 2회 사용하며, 렐바, 아노로, 조터나는 아침에 1회 흡입한다. 바헬바는 아침에 연속으로 2회 흡입한다.
증상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경우는 1년에 많아도 두세 차례 나타나는데, 이때는 부신피질스테로이드나 항생제 사용을 이용해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법이 쓰인다. 저산소증이 있는 경우에는 산소 공급을 하고, 호흡곤란이 심각한 상황에는 중환자실에서 기계환기치료를 한다.
COPD에 지속성흡입치료가 도입되면서, 환자의 폐 기능과 호흡곤란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삶의 질이 높아졌다. 하지만 병의 중증도가 사람마다 다르고, 흡입제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COPD 환자들은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진료와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제를 선택해야 한다. COPD의 유지치료에서 먹는 약보다 흡입치료제의 효과가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낯선 치료법이라고 피하지 않는 게 좋다.
김재열 교수= 중앙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중앙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을 역임, 현재 대한중환자의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수면무호흡증, 자세 바꾸는 것만으로 증상 좋아지기도
글 이상학(성바오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수면무호흡이 한 시간에 서른 번 이상인 중증일 때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한다. 이때부터 정상인 사람과 사망률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물론 경증인 경우에도 낮에 너무 졸려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수면무호흡으로 인해 심혈관계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수면무호흡을 치료하는 법에는 ▲행동요법 ▲지속적 상기도 양압술 ▲구강 내 장치 ▲수술이 있다. 경증 환자의 경우에는 행동요법만으로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행동요법은 체중을 감량하거나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 등을 실천하는 것이다. 바로 눕는 자세에서는 턱과 혀가 뒤로 젖혀지면서 기도를 폐쇄시킬 수 있고, 이는 수면무호흡을 악화시킨다. 지속적 상기도 양압술은 양압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수면무호흡증을 완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가습기처럼 생긴 양압기에서 압력을 발생시키고, 여기에 연결된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상기도에 압력이 작용해, 기도가 폐쇄되지 않고 열린 상태로 유지되게 도와주는 방법이다. 양압기를 쓰기 전에는 수면다원검사를 해야 한다. 수면다원검사는 안(眼)전도, 호흡, 근(筋)전도, 뇌파검사의 네 항목을 측정하는 20개 기기를 머리에 붙여, 수면무호흡이 이뤄지는 구체적인 과정을 검사하는 것이다. 잠자는 중에 이뤄진다.
아래턱뼈를 앞으로 빼줌으로써 상기도 통로를 넓게 하는 구강 내 장치를 사용할 수도 있다. 양압기 사용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주로 사용한다. 고도비만인 사람은 비만 수술을 하는 게 도움이 되고, 어린이는 편도를 절제하는 수술을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모두 기도로 숨이 원활하게 통할 수 있게 하는 원리다. 성인은 편도절제술을 해도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무호흡을 예방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다.
음주나 진정제, 수면제, 남성호르몬 약은 수면무호흡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피해야 한다.
이상학 교수= 성바오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지난 15년간 SCI 논문 50여 편과 70편 이상의 국내 논문을 발표하며, 대한수면의학회 학술상을 받았다. 현재 대한수면의학회 이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