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재판장 대법원장
2017년 1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부의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먼저 민사판결입니다.
2013다17292호, 분묘철거등, 원고, 상고인, 원치배, 피고, 피상고인, 원종철 외 한 사람.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관습법상의 물권으로 인정되어 온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현재에도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 판례가 그동안 인정하여온 분묘기지권은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인 소유 토지를 사용할 수 있고, 타인 소유의 토지소유자나 제3자의 방해를 배제할 수 있는 관습법상의 물권입니다. 대법원은 오랜 기간 동안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분묘를 설치하거나 자기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후 그 토지를 타인에게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분묘기지권을 취득한다고 판시하여 왔습니다. 더 나아가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고 이를 등기 없이 제3자한테 대항할 수 있는 것이 관습이라고 판시하여 왔습니다.
좋은 장소를 찾아서 조상의 분묘를 설치하고 그것을 함부로 훼손하여서는 아니되는 경건하고 존엄한 장소로서 존중하여 온 것은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풍습으로서 부모에 대한 효 사상이나 조상숭배 사상을 중시하는 전통문화의 영향이 남아 있는 우리 사회는 기본적인 장묘의 방법이 시신이나 유골을 땅에 묻는 매장이었습니다. 근대적인 의미의 임야소유제도가 형서오디면서 타인의 토지 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해서 법률분쟁이 발생하기 시작하였고, 대부분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던 매장 중심의 장묘문화와 이를 바탕으로 인정된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위한 토지사용권의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관습 또는 관행의 존재를 근거로 해서 분묘기지권을 지상권에 유사한 관습법에 의한 물권으로 인정하면서 토지소유자의 승낙이나 취득세를 원인으로 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다고 하여 왔습니다.
이처럼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우리 사회에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관습법의 하나로 인정하여 보호하였고, 민법 시행 후 5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위와 같은 관습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이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적용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2001년 1월 13일부터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즉 장사법에서는 법 시행 후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분묘의 설치기간을 제한하고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상고인은 이와 같은 묘지에 관한 법적 규율에 변화가 있었던 점과 분묘기지권이 토지소유자의 소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고, 화장률의 증가 등 장사방법이나 장묘문화에 대한 전통적인 국민의식이 변화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종래의 관습법이 더 이상 우리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어서 그 법적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오랜 기간 동안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에 의해서 뒷받침되고 유효하다고 인정해온 관습법 효력이 부정된다면 기존의 관습법에 따라 수십 년간 형성되어 온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효력을 일시에 뒤흔드는 것이 되어서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관습법이 법적규범으로서의 효력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그 관습을 둘러싼 전체적인 법질서 체계와 함께 관습법의 효력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의 기초가 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태도나 그 사회적·문화적 배경 등에 있는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야 하고, 그러한 사정이 명백하지 않다면 기존 관습법에 대하여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우선 2001년 1월 13일 장사법의 시행으로 분묘기지권 또는 그 시효취득에 관한 관습법이 소멸되었다거나 그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단정하기는 결론적으로 어렵습니다. 장사법이 분묘의 설치기간을 제한하고 토지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분묘의 연고자는 토지소유자에 대항할 수 없다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는 있으나 이와 같은 규정은 2001년 1월 13일 장사법 시행 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해서만 적용한다고 명백하게 명시하고 있어서 장사법의 시행 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한 분묘기지권의 존립 근거가 장사법의 시행으로 상실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는 장사법 시행 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 분묘기지권 내지 그 시효취득을 인정하는 관습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에 변화나 소멸이 없었다는 방증이 됩니다. 만약 사회를 지배하는 기본적인 이념이나 사회질서의 변화가 뚜렷하여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을 폐지하거나 변경할 필요가 있었다면 그러한 관습법을 부정하는 내용을 실정법 규정을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분묘기지권을 둘러싼 전체적인 법질서체계에 중대한 변화가 생겨서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종래 관습법이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거나 그 정당성이나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민법 제185조는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현행법체계 아래에서도 관습법에 의한 물권의 창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관습법에 의하여 분묘기지권이라는 제한물권을 인정하는 이상 분묘의 수호·관리에 필요한 상당한 범위 내에서 토지에 대한 소유권 행사가 제한될 수밖에는 없고, 분묘소유자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결과 토지소유자의 권리행사가 제한된다고 하여서 취득시효 완성을 부인할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분묘기지권이 기초가 된 매장 문화가 자리잡고 있고, 사설묘지의 설치가 허용되고 있으면, 기록상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에 대해서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이 소멸되었다고 단정할 자료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화장률 증가 등과 같이 전통적인 장사방법이나 장묘문화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변화 등을 근거로 분묘기지권이나 그 시효취득에 관한 관습법의 효력이 부정되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는 법적 규범으로서의 관습 또는 관행은 장사법 시행일인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해서는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원심은 이러한 기존의 관습법에 기하여 피고들이 각 해당 분묘기지에 대한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앞에 본 법리에 의하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 이유 주장과 같은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나 관습법의 효력 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미친 위법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다수의 의견에 대해서는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과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 신, 대법관 조희대의 보충의견, 그리고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이 각 있습니다.
그중에 반대의견의 요지는 토지소유자의 승낙이 없음에도 20년간 평온·공연한 점유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사실상 영구적이고 무상인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는 종전의 관습은 적어도 2001년 1월 13일 장사법이 시행될 무렵에는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 반하는 것으로써 정당성과 합리성을 상실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관습의 법적 구속력에 대하여 사회 구성원들이 확신을 가지지 않게 됨에 따라서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2001년 1월 13일 당시 아직 20년의 시효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한 분묘의 경우에는 이와 같이 법적 규범의 효력을 상실한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종전의 관습을 가지고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 분묘 중에 그 설치일로부터 2001년 1월 13일 전에 20년의 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한 것에 대해서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종전의 관습법이 적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입니다.
다수의견에 따라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겠습니다. 주문과 같이 판결합니다.
다음은 특허사건입니다.
2013후37호, 등록무효,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한성환경기연,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블루웨일스크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의 제1쟁점은 특허발명이나 등록권의 청구범위 전제부에 기재하는 구성요소를 공지기술로 취급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것입니다.
청구범위의 전제부 기재는 청구항의 문맥을 매끄럽게 하는 의미에서 발명을 요약하거나 기술분야를 기재하거나 발명이 적용되는 대상물품을 한정하는 등 그 목적이나 내용이 다양합니다. 따라서 어떠한 구성요소가 전제부에 기재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공지성을 인정할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전제부에 기재된 구성요소가 명세서의 배경기술 또는 종래기술로 기재되어 있다고 하여도 그 자체만으로 공지기술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다만 명세서의 전체적인 기재와 출원경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출원인이 일정한 구성요소는 단순한 배경기술 또는 종래기술이 아니라 공지기술이라는 취지로 전제부에 기재하였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증거 없이도 전제부에 기재되어 있는 구성요소를 출원 전에 공지된 것이라고 사실상 추정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추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므로 출원인이 실제로는 출원 당시 아직 공개되지 아니하거나 회사 내부에만 알려져 있던 것을 착오로 공지된 것으로 잘못 기재하였음이 밝혀지는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추정이 번복될 수도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출원인이 청구범위의 전제부에 기재한 구성요소나 명세서에 종래기술로 기재한 사항은 출원 전에 당연히 공지된 것으로 본다는 취지의 대법원 2005년 12월 23일 선고 2004후2031호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안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합니다.
이 사건 등록고안의 출원경과를 살펴보면 출원인은 심사과정에서 구성 1 내지 4를 전제부 형식으로 보정하면서 종래에 알려진 구성을 공지로 인정하여 전제부 형식으로 바꾸어 기재하였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등록고안의 전제부에 기재된 구성 1 내지 4는 이런 공지기술에 해당한다고 사실상 추정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이 의견서는 실제로는 이 사건 등록고안에 출원 당시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고안을 착오로 출원 당시 공지된 기술로 잘못 알고 기재한 것에 불과함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추정은 번복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등록고안의 청구범위 중 구성 1 내지 4를 전제부에 기재된 것만으로 공지된 것으로 취급하지 않고 따로 증거에 의해서 그 공지 여부를 판단한 것에는 아무런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제2쟁점에 관해서 보겠습니다. 특허나 실용신안의 등록무효심판청구에 있어서 종전에 확정된 심결이 있더라도 종전 심판에서 청구원인으로 삼은 무효사유 외에 다른 무효사유를 추가한 경우에는 새로운 심판청구는 그 자체로 동일 사실에 의한 것이 아니어서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모순, 저촉 또는 복수의 심결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일사부재리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종전에 확정된 심결에서 판단이 이루어진 청구원인과 공통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정된 심결을 번복할 수 있을 정도로 유력한 증거가 새로이 제출되었는지를 따져서 종전 심결과 다른 결론을 내릴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원심은 이 사건 등록고안의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원고의 주장이 종전에 확정된 등록무효심판의 심결에서 청구원인이었던 무효 사유와 공통되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은 확정된 심결의 이유 중에 거론되어서 이미 판단되었던 증거이거나 확정된 심결을 번복할 수 있을 정도로 유력한 새로운 증거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일사부재리 원칙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을 합니다.
이 판결에는 다수의견 외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이상으로 오늘 전원합의 판결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7. 1. 19.(목) 아래 사건의 판결선고를 실시하였습니다. 본 동영상은 이 사건의 판결선고 과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