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에 태종대까지 와서 공원길은 다 돌고 순직선원위령탑까지 내려갔다 친구가 다리가 아프다는 바람에 신선대를 못 보고 갔다.
잠깐 쉬고 있으라 하고 혼자라도 내려갔다올 껄... 집에와서 엄청 후회했다가 이번엔 기필코 보고 가리라 맘먹고 왔다.
이기대길에서 너무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오후 4시 반이 가까워 태종대에 도착... 시간이 너무 늦어 다누비열차를 탄다.
하긴 기다리는 시간도 꽤 걸려 어쩜 걸어 올라가는게 더 빨랐을지도 모르겠다... ^^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신라 제29대 태종무열왕이 이곳 해안의 절경에 심취해 한동안 머물며 활쏘기를 즐겨
태종대라는 이름이 여기서 유래했다 한다.
예전엔 자살바위로 유명했던 태종대...
이십대 때 바위에 서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던 기억만 머릿속에 아스라히 스쳐간다.
지금은 그 자리에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생각하여 자살함을 막고 목숨을 버린 사람들의 혼백을 달래주고자 세운
모자상과 전망대휴게소가 서 있지만...
▲ 순직선원위령탑
오대양을 개척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선원의 영령을 봉안하여 그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건립...
다누비열차에서 내려 서둘러 등대 쪽으로 내려간다.
순직선원위령탑을 지나고 이어 영도등대를 지나는데 바다가 드러날 무렵부터는 바람이 너무 거세 고개를 곧추 세울수가 없다.
있는대로 몸을 움추리고 신선대로 내려간다.
▲ 영도등대
와우~~~!!!
'숨이 막힐 듯 아름답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 표현이리라...
행여 알면 누가 훔쳐갈 보석이라도 되는양 태종대는 후미지고 깍아지른 절벽 아래 천혜의 보고를 꼭꼭 숨겨놓고 있었다.
▲ 망부석을 당겨본다.
바다에 나간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다 돌로 변하였다는...
▲ 횟집
거센 바람에 파도도 어쩌지 못하고 바위에 부딪히며 작은 폭포를 만들어 내고 하얀 거품을 연실 게워내고 있다...
▲ 알고 보면 더 좋겠지... ?
▲ 바위가 오래되어 검버섯이 생긴 듯도 하고, 곰팡이가 핀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
바위를 한꺼풀 벗기면 어떤 모양이 나올까 자못 궁금해진다...
마그마의 열 때문에 생긴 구상혼펠스라고 한다.
▲ 주전자섬
뒤로 보이는 섬은 주전자섬이다. 주전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단다.
유분도(鍮盆島)라고도 하며 섬이 항상 물결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서 생도(生島)"라고도 한다.
옛날부터 주전자 섬에서는 용변을 보거나 불을 피우는 일을 절대 금하였다고 한다.
어부들이 금기를 어기면 고기를 잡지 못할 뿐더러 모든 일에 실패하였고, 원인 모를 병으로 죽었으며
또 남녀가 정을 일으키면 급살을 맞았다는 설이 전한다.
주전자섬은 하늘에 제사를 지낼 술을 덤가두던 제기의 형상을 지니고 있어 최대한 부정을 삼가고
신성한 분위기를 지켜야 하는 성소로 여겨 그런 설이 전하는 것은 아닌지 싶다.
▲ 망부석
▲ 어떻게 바위가 이렇게 켜켜마다 색이 다를 수 있을까? 화려한 무늬가 마치 살모사를 보는 듯 하다...
▲ 파도가 절벽을 깎아들어가는 해식절벽...
이렇게 바위가 서서히 깎이다 보면 나중에 망부석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는 이름만 남을수도 있겠다 싶다.
무서워 가까이는 못가고 엉덩이를 한껏 뒤로 빼고 바위 사이에 출렁이는 검푸른 바다를 엉거주춤 내려다본다.
그대로 온 몸이 통째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흠칫 뒷걸음을 친다. 블랙홀 같다..
이럴 때 자살의 충동이 느껴지는 걸까?
이런데서 떨어지면 고통의 느낄 사이도 없이 죽을수도 있겠구나...
옛날엔 이곳 바위 틈새에서 둥둥 떠다니는 시체를 더러 발견했다고 한다
꽃다운 선남선녀들이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몸을 던졌다지만 어디 이유가 그뿐이였겠는가...
사는것이 퍽퍽해 답답한 가슴을 삭히려 왔다가 깍아지른 절벽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광에 넋을 빼앗기고 있다가
순간의 충동으로 몸을 던졌을 수도 있겠지만, 그 시절엔 지금처럼 안전장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을 것이고,
기가막힌 자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다 실족하여 추락한 사람들도 그중엔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강바람이 가만히 서있는 것조차 허락을 않고 몸을 휘청이게 하니 겁이나 감히 바위 가장자리엔 갈 엄두를 못내고
자칫하면 충분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신선대에 서서...
신선들이 노닐던 장소였다고 하여 신선대가 부른다. 아름다운 장소에는 항상 '신선'이란 단어가 따라다닌다.
그만큼 아름답다는... 무서워 바위 가장자리로는 바싹 가보지도 못한다.
▲ 여기는 화려한 띠지나 포인트 벽지를 둘러놓은 듯 하다. 태종암 전체가 그야말로 천연 벽화이고 천연 도배지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경이로운 풍경에 발걸음을 되돌리질 못한다.
만남에는 이별이 뒤따르는 법...
나도 이젠 태종대와 아쉬운 작별을 해야 한다... 영도등대에 잠깐 올랐다가...
.
▲ 올라가기 급해 그냥 지나쳐 갔던 곳에서 인증 샷......
부산에 친구가 하나 있으니 좋다.
바빠서 함께 여행하지는 못해도 급한 일 생기면 하시라도 달려와줄 친구가 있으니 좋다.
내일은 그 친구를 만나 광양으로 매화보러 간다...
사실 가끔은 혼자 여행하는 것이 훨씬 좋을 때도 있다...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