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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책꽂이^^ 스크랩 추천 [서평] 미국 대학이 기업화된 모습 [대학 주식회사]
좋은씨앗 추천 0 조회 65 11.11.10 15:5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대학 주식회사 대학 주식회사
제니퍼 워시번(Jennifer Washburn), 김주연 | 후마니타스 | 201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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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문제가 KBS 도청 사건, 한나라당 최고위원 선출, 동계올림픽 유치, 한진중공업 부당해고 문제 등으로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한국 대학의 문제점의 본질은 '반값 등록금'은 아니지만 '반값 등록금'을 시작으로 대학문제의 본질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던 상황이었다. 대학교 등록금 문제는 대학교육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대학이 자기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사립대학의 고질적인 병폐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수요/공급의 균형이 무너진 대학의 구조조정을 계속 미룰 것인지 등 한국의 교육시스템 전반 및 대학교육 전반과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교육시스템과 정부의 대학정책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왜곡되어 왔고 그 결과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대해서는 며칠 전 읽고 서평을 썼던 '김광수경제연구소'의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3]의 '제9장 선택의 기로에 선 한국의 대학개혁'에 구체적으로 분석,검토한 것이 맞다. 그 내용에 사립대학의 경우, 한국의 사립대학들이 고등교육을 '교육'이 아니라 '돈벌이'로 생각하고 운영하면서 재단전입금을 사유화하고 학생들의 등록금을 천정부지로 올려서 배를 채우고 있는 현실이 추가될 것이다.
 
21세기 들어 한국의 대학들에서 사유화 및 상업화의 경향은 한층 가속화되었다. 2005년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은 이윤 동기가 학문의 객관성과 학자의 양심을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는지 보여 주었고(그는 현재도 'H 바이온'의 대표이사로 2009년 서울대는 줄기세포 기술을 이 회사에 양도했다), 큰 배움이 없다며 대학을 박차고 나온 고려대 김예슬 학생의 선언을 둘러싼 논란은 대학 교육의 현실과 서열화된 대학 체계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으며,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은 노골적으로 대학도 기업이라 선언하며 구조 조정의 칼날을 들이댔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서울대 법인화법이 2010년 12월 여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는 비단 한국 대학의 현실만은 아니다.이 책에서는 이런 한국의 대학들과 놀랍도록 유사한 일들을 겪고 있는 미국 대학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는 특허 장사에 혈안이 된 대학들과, 돈에 눈이 멀어 학자로서의 양심은 던져 버린 지 오래인 교수들과, 이런 교수들 밑에서 학자로서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대학원생들과,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교사로서의 사명을 다하고자 했던 시간강사들, 그리고 치솟는 등록금에 허리가 휘청이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있다.
한국의 지배층들이 숭배하고 수 많은 486세대 학부모들이 그토록 선망하는 하버드大, 스탠퍼드大, 버클리大 등 미국의 유수 대학들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여전히 이들 대학이 고귀한 지식의 전당이라 믿고 있는 이라면, 혹은 대학의 상업화가 오히려 학문의 발전을 고무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 보아야 한다.  
 
----------- * 제니퍼 워시번은 누구인가? --------------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네이션], [워싱턴 포스트], [아메리칸 프로스펙트] 등에 기사와 사설을 쓰고 있다. 지난 30년간 미국 대학 교육의 상업화가 교육의 질과 연구의 객관성, 공적 지식의 자유로운 흐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이 책으로 학계와 평단으로부터 "대학의 기업화 과정에 대해 저널리즘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분석을 보여 주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2001년에는 전미과학협회에서 수여하는 '사회 속의 과학 저널리즘 상'을 수상했다. 뉴 아메리칸 재단 연구원으로 미국의 대학 교육을 변화시키고 있는 시장 세력에 대한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
 
저자는 '기업의 앞마당이 되어 버린 대학'이 되어버린 현실을 지적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미국의 대학 캠퍼스를 가보면, 누구나 목가적인 풍경에 매료되어 그곳이 실제로는 기업의 앞마당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좀처럼 눈치 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어느새 기업의 자금으로 지어진 건물과 교수직, 연구소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라이스 대학의 켄 레이 연구센터는 엔론 사 CEO의 이름을 딴 것이었으나 그가 기소된 후 이름을 바꾸었다. 하버드 대학의 보건대학원 소속 위험성평가센터는 사실 화학회사와 살충제 생산 회사로부터 재정의 60퍼센트를 지원받고 있으며, 이들 회사가 생산하는 상품에 대해 우호적인 보고서를 쏟아 내는 곳이다. 텍사스 대학은 자대학 교수에게 11년간 담배 회사의 변호사들을 위한 비밀 연구를 수행하도록 승인해 주는 대가로 170만 달러를 받았다. 같은 시기 엔론 사도 하버드 주요 연구소에 자금을 대주고 캘리포니아 주의 에너지 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31개나 쏟아 냈다. 하버드 전력정책집단은 엔론 사가 도산한 후에도, 가격 조작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밝혀지기 전까지, 엔론 사를 옹호하는 보고서를 써냈다." 

미국의 대학에서 갈수록 기업가 출신 대학 운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놀랄 일도 아니다. 요즘 대학 운영자를 발탁하는 기준은 교육자로서의 경험이 아닌 상업적인 노하우를 얼마나 아는가에 달려 있다. 심지어는 대학 총장도 후원금을 끌어 모으는 능력이나 기업과의 친밀도에 따라 임명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영대 학장이나 CEO 출신의 총장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의 이사를 겸하기도 하며, 주립 대학 총장의 봉급 가운데 상당 부분을 세금이 아닌 민간의 재원으로 조달하는 경우도 많다.

이 책은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1장 [새로운 갈등에 휩싸인 버클리 대학]에서는 1990년대 말 큰 논란을 일으켰던 버클리 대학과 노바티스라는 기업 간의 협약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산학 협동이 대학 구성원의 관계와 연구 분위기, 대학에 대한 사회적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 1998년 11월, 버클리대학은 거대 제약회사이자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생산하는 노바티스와의 협약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협약의 조건에 따르면 노바티스는 5년간 2,500만 달러를 자원대학 네 개 학과 가운데 단 하나의 학과(식물 미생물학과)에 지원하기로 했다. 대신에 버클리는 노바티스에 연구 성과물 가운데 3분의 1의 라이선스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부여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노바티스의 자금뿐 아니라 정부 자금으로 진행된 연구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네이처]는 "고삐 풀린 산학 복합체?"라는 사설을 통해서 이렇게 지적했다. "노바티스와 버클리가 거래를 맺음으로써 이 시대에 가장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기술인 유전자 변형 농산물에 대한 버클리 대학의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견해가 그 권위를 잃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거래에 비판적이었던 미생물학과의 차펠라 교수가 유전자 변형 옥수수를 금지한 멕시코에 유전자 변형 작물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고서를 [네이처]지에 실으면서 논란은 더욱 확대되었다. 그의 보고서를 버클리-노바티스 협약에 서명했던 식물 미생물학과 관계자들은 강하게 비판했고, 그는 종신 재직권 심사에서도 탈락했다.

그러나 갈수록 늘어나는 산학 복합체에서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규모의 민간 자본이 대학 재정으로 흘러들어 간다는 사실이 아니다. 이전에도 대학들은 민간 기업의 지원을 받아서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최근에 새로 나타난 위험한 경향은, 시장의 힘이 대학의 심장부까지 침투해서 미국의 대학들이 갈수록 민간 영리 기업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대학들은 소속 교수의 벤처기업 지분을 소유함으로써, 교수가 하는 연구의 상업적인 성공에 따른 금전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경우가 많아졌다.

2001년에 대학기술관리자협회는 약 180개 대학이 886개 벤처기업과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추정했다. 전형적인 상아탑인 프린스턴 대학은 일곱 개 회사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며, 그중 한 회사로부터는 라이선스 수익으로 4백만 달러나 벌어들였다. 1990년대 말 이후로 미국의 대학들은 DNA 염기 서열에 대한 특허를 민간 기업보다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1990년부터 1999년 사이에 새로 특허가 인정된 유전자의 수는 4백 개에서 2,800개로 늘었는데, 대학이 소유한 특허의 비중은 55퍼센트에서 73퍼센트로 급증했다.
더욱 문제는 소수의 대학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학들에게 이런 투자는 재정적인 위험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1980년과 1990년대에 보스턴 대학은 (학교가 받은 기부금의 5분의 1에 가까운 금액인) 8,500만 달러를 자대학 소속 교수들이 설립한 세라젠 사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세라젠은 1991년에서 1997년 사이에 1억 5천만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2002년에 대학들은 약, 소프트웨어, 그리고 그 밖의 여러 발명품을 상업화해서 9억 5,900만 달러나 되는 돈을 벌어들였지만, 그 수익 중 3분의 2가 불과 13개 기관으로 돌아갔다.
재정 적자를 운운하며 교과목을 줄이고, 전임 교직원을 줄이고, 대형 강의를 늘리며, 등록금을 올리는 마당에 과연 이것이 현명한 투자일까?

2장 [미국 대학의 역사]에서는 신대륙 미국에서 처음 대학이 건설되었을 당시에서부터 시작해, 실용주의적 경향과 교양학문을 중시하는 경향이 서로를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면서 성장해 온 미국 대학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미국의 대학들이 유럽에 비해 실용적인 학문을 중시하고 기업을 포함한 사회가 요구하는 실용적 지식과 기술을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대학이 그러지는 않았으며, 부당한 외압에 맞서 대학과 학문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시도와 순수한 학문적 목적의 연구를 추구하려는 움직임도 끊임없이 이어져 왔음을 강조한다.

3장 [시장을 모델로 한 대학의 탄생] 대학에 소속된 연구자가 세금의 지원과 기존의 과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새로운 발명을 했다면, 그와 대학은 이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3장에서는 코헨과 보이어의 유전자재조합기술에 대한 특허를 시작으로 생명공학이라는 엄청난 산업이 탄생하고, 이후 대학과 학자들이 노골적으로 이익을 지향하는 풍조로 바뀌는 과정과 베이-돌 법 통과 이후 폐쇄적으로 변해 가는 학술 풍토에 대해 이야기한다.
 
2002년 하버드 대학의 캠벨 교수는 이와 같은 기업과의 유착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 위해 학생들과 비밀 인터뷰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생명과학 회사 가운데 약 88퍼센트가 대학과 계약을 맺을 때 학생과 연구원들로 하여금 정보를 비밀에 붙일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빨리 발표해야 첫 직장을 얻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비밀 유지 정책으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 캠벨 교수는 학생들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학생들은 모두 밤이면 다른 사람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치지 못하도록 실험실의 기록물을 잠가 둔다고 합니다. 이 바닥에는 이를 막으려고 엉터리 자료를 채운 가짜 자료집을 만들어 두었다는 이야기나, 기업이 후원하는 연구나 상업화될 가능성이 높은 연구를 하고 있음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기 위해 실험실에 인적이 가장 드문 자정부터 아침까지 밤새 연구를 한다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스탠퍼드의 촉망받는 박사과정생이었던 재폴은 MIT를 졸업한 인재로, HIV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꿈을 품고 학계의 떠오르는 샛별이자 유망한 사업가인 놀런 교수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놀런 교수는 1996년 리겔이라는 제약회사를 설립했는데, 1997년 어느 날, 재폴은 자신의 연구 결과가 명의도 없이 투자자들에게 보고할 회사 자료에 인용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재폴에게는 자신의 연구를 학술지에 먼저 발표해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이는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즉시 놀런 교수를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제자의 연구를 유용한 놀런은 오히려 그가 부적절한 문제제기를 했다며 책망했다. 스탠퍼드 대학 측도 이 사건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무심했고, 놀런 교수를 조사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재폴은 스탠퍼드 대학이 이 사건을 묵인한 것이 영리적인 목적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순 없었지만, 2001년 리겔 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가지고 있던 대학은 회사의 지분을 팔아 90만 달러가 넘는 이윤을 남겼으며, 놀런 교수의 특허 중 6개 이상의 특허를 소유하고 있었다. 사건 이후 재폴은 박사 학위를 포기하고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접었다.

저자는 "영리를 추구하다 보면 정해진 방향이 없는 연구, 사회 비판, 기초연구, 틀에 박히지 않은 생각, 그리고 경계를 허무는 실험이 설 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교육, 조언, 그리고 젊은이들의 지적 재능을 키워 주는 일은 차츰 이차, 삼차적인 업무가 될 것이다"라고 비판한다.(p.343)

4장 [혼란에 빠진 과학 공화국]에서는 무언가를 먼저 발견한 학자의 업적을 인정해 주는 학계의 문화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빠른 속도로 창조하고, 공개하고, 동료들에 의해 검증받도록 하는 과학의 개방적 전통이 상업주의에 의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해 다룬다. 과학 연구에서 비밀주의가 강화되면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들로, 연구 결과 발표의 지연, 정보 교환의 제한, 기업에 불리한 연구 은폐 등 다양한 사례가 소개된다.
이러한 현상은 1980년 국가의 지원금으로 성과를 낸 연구에 대해 대학인 연구기관에게 지적재산권과 특허권을 소유하도록 한 '베이-돌 법'에서 시작되었다.

5장 [이해 상충이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임상 시험과 약품 안전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제약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임상시험의 투명성 문제를 다룬다. 임상시험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발표할 수 있는 권리를 연구자가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현실, 임상시험 약과 직접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연구자들이 무리하게 시험을 진행하다가 환자들이 사망한 사례, 이해 상충 없이 특정 분야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전문가를 찾기 어려워진 현실 등을 소개한다.
 
한국에서도 시판된 바 있는 진통제 바이옥스는 임상 시험 결과에서 세 명의 환자가 사망한 사실을 누락시킨 채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이를 통해 FDA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4년 후 뇌졸중 및 심장마비와의 연관이 밝혀지면서 판매가 금지된다. 프로작이나 팍실 등과 같은 세로토닌계 항우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논문들이 아동 및 청소년 우울증에 세로토닌계 항우울제 처방이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발표했으나 FDA의 조사 결과 이는 위약보다 자살 충동과 자살 행위를 일으킬 확률이 2배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난다. 이 두 가지 사례 모두에서 초기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교수들은 그 약에 대한 특허권을 갖고 있거나 판매사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6장 [기업으로서의 대학]에서는 대학이 소속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를 상업화하기 위해 개설한 기술이전 사무실이 대학을 어떻게 기업화하고 있는지 분석한다. 그리고 그 결과 역사적으로 '지식 공유재'를 생산하고 지켜 오던 대학이 기업화되면서 '지식 공유재'가 줄어들고 오히려 정보의 교류와 혁신이 저해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7장 [실리콘밸리를 꿈꾸며] 에서는 제2, 제3의 실리콘밸리를 만들라는 지역 정치권의 요구로 인해 지역의 경제 발전이라는 역할을 떠맡은 대학의 문제를 다룬다. 미국의 대표적인 신기술 중심지인 루트 128지역, 실리콘 밸리,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의 형성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과학 허브는 단순히 물리적인 인프라를 건설한다고 탄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역설한다. 특히 첨단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후발 대학들이 대학 본연의 임무인 교육은 뒷전으로 한 채 일부 학과에만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데, 이런 방침은 성공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며, 대학 전체를 망칠 수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이런 현실을 읽다보면, 21세기 들어 '지자체 경쟁력 강화'나 '첨단산업 육성'을 내세우면서 한국 정부와 지자체, 대학들이 두서없이 나서고 있는 '산-학-연 컨소시움'이나 '산업 클러스터', 각종 첨단산업지구 등에 대해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터무니 없는 국가예산을 낭비한 후 5년, 10년 뒤에 아무런 기술적, 산업적, 고용적 효과도 없이 텅빈 연구실과 공장, 건물만을 양산하는 모습이 수 십년 째 계속되고 있다.

8장 [상업화된 대학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 - 교육과 인문학의 몰락]에서 저자는 대학과 정치권이 상업성이 많은 분야에만 투자를 집중한 결과 대학 교육의 전반적인 질이 저하되고 있는 현실을 다각도에서 서술한다. 인문학과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정년이 보장된 자리가 줄어드는 대신에 그 자리를 대규모 강의와 시간강사들로 대체하고 있는 현실, 교수의 업무에서 강의와 교육의 중요성은 뒤로 밀리는 대신 논문 발표, 저술, 연구비 획득이 더 중시되고 있는 현실을 소개한다. 또한 대학의 상업화에 맞서 노조를 결성한 강사 노조와 이들과 연대한 학생들의 이야기도 있다.
 
한국의 대학생 만큼이나 미국 중산층의 대학생들도 등록금이 벅차다. 2003년 현재,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인 스미스 가족이 맏딸 제인을 뉴욕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는 등록금으로 1년에 3만 95달러를 지불해야 하며, 여기다 방세와 식비, 교재, 그리고 용돈까지 합하면 1만 3천 달러가 더 든다. 이런 지출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조차 큰 부담이 되는 일로,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저축해 둔 돈을 쏟아붓고,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학생 대출도 받아야 한다.
한편, 2003년에 뉴욕 대학은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의 대학 순위 평가에서 보스턴 대학 등의 경쟁 대학을 제치고 35위라는 훌륭한 성적을 올렸다. 최근 몇 년간 수많은 스타 교수들을 영입해서 연구 부문을 확대하고 인지도를 끌어올렸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2002년에 뉴욕 대학은 연봉이 1인당 20~3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유명 경제학자 8명을 채용했는데, 이는 매우 파격적인 일이라 신문지면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1년 후, 뉴욕 대학은 하버드 대학의 안드레이 슐레이퍼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50만 달러의 연봉을 제시했고, 옥스퍼드의 니얼 퍼거슨을 데려오기 위해 밝혀지지 않은 액수를 지불했다(그러나 퍼거슨은 불과 6개월 후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하버드 대학으로 옮겨 갔다). 또 뉴욕 대학은 현재 적어도 산부인과의 교수 네 명에게 150만 달러가 훨씬 넘는 연봉을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뉴욕 대에 입학한 제인이 이런 스타급 교수에게 배울 일은 거의 없다. 뉴욕 대학은 이 거물급 학자들을 영입하면서 강의는 최소한으로 줄여 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학부생인 제인이 듣는 강의는 대학원생이나 워드 리건 같은 시간강사가 맡을 가능성이 더 크다.

36세의 시간강사 리건은 뉴욕 대학에서 12년 동안 대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1993년에 리건이 처음 강의를 하기 시작했을 당시, 그의 초봉은 한 과정당 2,700달러였다(2003년도에 뉴욕 대학의 시간강사가 받은 평균 임금도 이와 비슷하다). 나중에 그의 임금은 한 과정당 3,900달러로 인상되었는데, 이는 그 과에서 받는 최고 금액이었다. 뉴욕 대학교는 리건과 같은 시간강사 3,277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뉴욕 대학 강의의 50~60퍼센트를 담당하며, 3,083명인 이 학교의 전임 교수보다 그 수가 더 많다. (한국의 경우 '스타 교수'가 따로 없다. 그런데도 2011년 현재 한국 대학에서 시간강사의 수가 전임교수 수보다 많다.)

만약 스미스 가족이 딸이 듣는 강의의 대부분을 워드 리건처럼 격무와 박봉에 시달리는 시간강사들이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래도 매년 3만 달러가 넘는 돈을 선선히 내놓을까? 2010년 현재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9장 [결론 - 상업화에 맞서 대학을 보호하는 법]에서 저자는 대학이 사회적으로 담당해야 하는 공적 역할에 대해 성찰하고 정부 규제와 지원을 통해 대학을 공적 기관으로 유지시킬 방법을 논의한다. 저자는 대안으로 '베이-돌 법'의 개정, 이해 상충 관련 규정의 수정, 약물 임상 시험에 대한 연방 정부 감시의 강화 등 미 연방정부 차원의 몇 가지 개혁안을 제시하면서 무엇보다도 "대학 자체가 오랜 역사에 걸쳐 지켜 온 가치와 이상을 지켜내고자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p.340)고 역설한다.
 
대학은 사회에서 '공익'적인 임무가 폭 넓게 주어지는데, 이는 과학의 외연을 넓혀나가는 것, 다음 세대의 학자와 지도자들을 훈련시키는 것, 기술과 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것, 이해관계를 초월한 연구, 인류가 이룩해 온 지적/문화적 성취를 보전하는 것, 전문가로서의 자문과 공적 서비사를 제공하는 것, 공공 영역의 지식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사회의 비판자이자 양심으로 기능한 것 등을 말한다.
 

이 책은 한국정부와 기업, 대학, 학부모, 대학생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먼저,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등록금 인상과 시간강사의 증가, 인문학의 몰락 등은 사실 상업성 있는 실험실로 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집중되고, 기업 스스로가 이윤을 추구하면서 공적 임무를 망각한 데 있다.
첨단 기술 장비를 갖춘 실험실에는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종신직 교수나 전임 교수를 시간강사나 대학원생으로 대체하고 있는 대학. 컴퓨터 공학이나 경제학 등을 전공하는 스타 교수들은 수십만 달러의 연봉을 주고, 강의는 최소한만 하는 조건으로 채용하면서, 대학 교육과정의 중심이 되어야 할 인문학 수업은 커다란 강당에서 수백 명의 학생이 강의를 듣고, 학생 개개인에 대한 지도는 거의 전적으로 대학원생 조교들이 담당하도록 하는 대학...
사실 미국 대학의 이런 모습은 한국 정부나 교육관계자, 기업, 학부모, 대학생에게는 꿈 같은 일이다. 한국의 대학은 말로는 '경쟁력'을 외치지만 정부 지원금과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100% 유지하고 있다. 사학재단과 대학 운영진은 연구성과를 토대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거나 돈벌이(?)를 해낼 의사도 능력도 없다.이미 사립대학은 사학재단이 '사유화'하여 '돈벌이'와 부동산 투기를 하는 수단에 불과한 현실이다.
 
둘째, 그럼에도 한국 대학의 상업화 역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국공립대학과 유명 사립대학에 건물을 지어주고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산-학 연구체계를 갖추는 이유는 미국의 기업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의 정부조달체계에서 '심사위원'이 가지고 있는 특징 때문이다. 한국은 일정 규모 이상의 정부조달은 대기업이 독식할 수 있도록 법제화되어 있고 정부관료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두고 있는데 대부분의 심사위원은 국립 연구기관과 대학 교수들이다. 따라서 대기업들이 국공립대와 유명 사립대에게 자금을 투자하고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산-학 연구를 진행하는 이유는 교수들의 연구성과를 기대하는 것도 있지만 정부조달 사업과 자금을 독식하고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 교수들은 강의하고 연구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키우고 연구성과를 내려기보다 정부조달 심사를 위한 대기업들의 금품, 향흥과 연구용역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가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관행'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이고 가끔식 그 부정과 부패가 언론에 드러날 뿐이다. 정부 역시 교수들의 이런 행태를 알면서도 방조하고 있다.
 
셋째, 미국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연구자금 지원은 부럽기만 하다. 기본적으로 학문 전반에 대한 정부의 R&D 자금은 턱 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집행되는 예산도 중구난방에 전혀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김대중 정부 시절 5조원 넘게 지출한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 연구지원 자금은 아무런 성과도 없이 기업과 대학, 정부연구소의 장비 구매와 인건비, 외주용역비, 그리고 다른 용도로 전용되고 말았다. 5조원의 세금을 헛되게 낭비했지만, 제대로 된 평가도 진행되지 않았고 따라서 세금을 낭비한 정부관계자도 기업, 대학, 연구기관 관계자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 정부와 지자체는 미국만큼 기초 연구역량이 부족한 한국의 대학들에게 1~2년의 단기간에 '부가가치가 있는 연구성과', '상품화가 가능한 연구성과'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다. 역사적으로 산업화, 상품화가 된 주요 핵심적인 기술들은 기초 연구나 다른 연구에서 파생되어 나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넷째, 어떠한 이유를 제시하더라도 한국의 교수들이 자신들의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보신주의'에 목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한국의 특허 취득현황을 보면 대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국립 연구기관과 KAIST, 포항공대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대를 비롯한 이화여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유명 대학들의 지적재산권 확보 수준은 처참한 수준이다.
이공계 뿐 아니라 인문,사회계열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사회에서 '인문학의 위기'와 '사회과학의 위기'란 말이 언론에 회자되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교수들은 상아탑에 안주하고 있다. 학생들과 국민들의 '스승'으로 인정받지 못한지도 꽤 오래 되었고 지식인은 커녕 '지식기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섯째, 정부관계자와 지자체장들은 미국의 '실리콘밸리' 부실화 현상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클러스터와 새로운 산업단지를 지방에 세우면 마치 연구가 활성화되고 기업이 유치되고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고용이 확대될 것처럼 홍보하지만 그 전에 김대중 정부 이후 전국 수 십 곳에 건립된 '한국형 실리콘밸리'가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거의 모든 '한국형 실리콘밸리'나 산업단지는 모두 '부동산 장사'로 마감하였다.
도대체 '실리콘밸리'의 핵심이 무엇인지, 성공요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첨단사업단지니 산-학 클러스터니 하는 정책은 부동산 장사로 그치고 만다. 아니, 이제는 그동안 짭잘하게 돈벌이가 된 부동산 투기마저 여의치 않다. 한국의 부동산은 이미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여섯째, 지적재산권에 대한 저자와 미국 학자들의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미국이나 서구국가들보다 한참이나 뒤쳐진 한국이 지적재산권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참 멍청한 사고이기는 하다. 한국은 지식이나 기술 수준이 OECD 최하위 수준이기 때문에 중국처럼 지적재산권 보호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한국시장에서 미국과 같이 보호해주겠다고 나선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의 지식, 연구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매국노와 다름 없다. 저자와 같은 미국의 교수, 학자들이 '베이-돌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지적재산권의 확대 적용과 특허권 남용이 대다수의 미국인과 인류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나서고 있는데 어찌하여 한국정부와 교수들은 미국 정부관리나 다국적기업의 논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고 그 배경을 이해할 수도 없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질문처럼 우리 역시 대학의 본분을 되물어야 한다. 우리는 대학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고 있으며, 교육과 학문의 공공성은 왜 지켜져야 하는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담당할 시민을 키워 내는 기관이자,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며, 객관적인 연구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유일한 독립적 기관인 대학을 과연 사유화하는 것이 정당한가?
사회의 모든 부문이 시장에 잠식되고 있는 지금, 시장이 간과하는 문제를 탐구하고 비판하는 대학의 독립적인 기능이, 이 모든 사례의 피해자들인 우리가 대학에 바라고 기대하는 바가 될 것이다. 
 
[ 2011년 7월 14일 ]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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