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뜰폰 가입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1년 말 40여만 명에 그쳤던 알뜰폰 가입자 수는 올 3월 말 현재 287만6666명을 헤아린다. 전체 무선통신 가입자의 5.2%에 달하는 수치다. 2년3개월 사이 가입자 수가 7배 넘게 늘었다. 특히 올 들어서는 매월 13만 명 이상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기존 이동통신 업체의 가입자 증가 속도(월 평균 3만 명)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동통신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알뜰폰을 해부해 봤다.
직장맘 오정은(40)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알뜰폰을 이용 중이다. 평소 데이터 이용이나 통화량이 많지 않은데, 월 5만원 이상 꼬박꼬박 내는 요금이 아깝다는 생각에서였다. 오씨는 자신의 통화 패턴 등을 감안해 CJ헬로비전의 ‘조건 없는 유심 LTE21’로 요금제를 바꿨다. 월 2만1000원의 기본료만 내면 200분 통화와 200건의 문자, 1.5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가 제공된다. 단말기는 6개월 정도 사용된 갤럭시S3를 중고폰 거래 사이트에서 33만원에 구입했다. 이후 가입 절차도 간단했다. 구입한 단말기에 범용 가입자식별모듈(USIM·유심) 칩만 갈아 끼우자 곧바로 개통됐다. 덕분에 월 평균 5만원이 넘던 이동통신요금은 현재 2만원대로 확 낮췄다. 오씨는 “단말기 구매금액, 약정 할부금, 기본료 등을 모두 더해 보니 이전에 쓰던 것보다 한 해 20만원 이상 아낄 수 있게 됐다”며 “무엇보다 ‘노예계약’에 가까운 단말기 약정에서 벗어나 좋다”고 말했다.
알뜰폰 업체(MVNO)들이 단기간에 가입자를 늘린 배경에는 기존 이동통신 3사(MNO)보다 30~50%가량 싼 통신요금이 있다. 알뜰폰 업체들은 자체 통신망이 없는 대신 기존 통신사의 망을 임대해 활용하는 식으로 통신요금을 낮추고 있다. 대형마트이자 알뜰폰 사업자인 홈플러스의 월 최저 기본료는 6000원이다. 또 ‘1초당 1원’ 단위요금제를 무기로 내놓고 있다. 이는 업계 최저 수준으로 평균 45%가량 요금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SK그룹 계열 MVNO인 SK텔링크도 월 기본요금 9000원짜리 등 다양한 요금제로 주부와 중장년층을 공략 중이다. 알뜰폰 업체의 가격경쟁력은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로도 확인된다. 올 1분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ARPU는 각각 3만5309원과 3만5362원이다. 알뜰폰 업체의 평균 ARPU는 1만6000~1만7000원 선이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주부 김봉숙(38)씨는 최근 이마트 알뜰폰 가입자가 됐다. 이마트에서 쇼핑하는 것만으로 이동통신비를 낮출 수 있다는 신문 광고를 본 뒤 마음을 굳혔다. 이마트는 오뚜기와 풀무원 등 30개 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제휴 상품을 구입한 횟수와 금액에 따라 자사 알뜰폰 요금을 할인해 주고 있다. 예컨대 식품업체인 오뚜기 브랜드의 제품을 2만원어치 구입하면 통신요금을 2000원 할인해 주는 식이다. 덕분에 한 달에 80만원 가량을 이마트에서 쓰는 김씨가 가입한 상품은 월 기본료 3만7400원짜리(3G무제한34)이지만 지난달 그가 낸 통신요금은 8300원에 불과했다. 꼼꼼히 알뜰폰 제휴 상품인지 따져 보고 물건을 산 덕이다. 김남곤 이마트 홍보과장은 “드물지만 통신요금보다 제휴 상품 구매를 통해 얻은 적립액이 더 많은 분도 있다”며 “통신비를 차감하고 남은 건 이마트 포인트로 전환해 적립해 드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쇼핑과 통신요금 할인을 묶은 덕에 이마트는 올 들어 매월 5000~7000명씩 알뜰폰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할인점·우체국서도 가입 가능
알뜰폰은 다양한 유통 채널을 이용한다. 콜센터나 인터넷 외에는 알뜰폰 가입이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접근성을 꾸준히 높여 왔다. 최근엔 대형마트뿐 아니라 전국 우체국과 새마을금고, 편의점에서도 알뜰폰 가입이 가능해졌다. 익명을 원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가입 채널 수로 보면 대리점과 판매점을 통해 가입자를 모집하는 기존 이동통신사 못지않은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9월부터 전국 229개 우체국에서 알뜰폰 판매를 시작한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가입자 수 10만 명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업계 2위인 SK텔링크는 지난 3월부터 홈쇼핑을 통해 가입자를 모아 재미를 봤다.
멤버십 혜택을 주는 알뜰폰 업체도 있다. CJ그룹 계열인 CJ헬로비전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통신요금에 따라 베이커리인 뚜레쥬르나 멀티시네마 체인 CGV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CJ원카드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은 ‘알뜰폰 선불요금 실시간 충전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버스카드처럼 편의점에서 간단히 알뜰폰의 선불요금을 충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알뜰폰을 판매 중인 세븐일레븐 점포는 3000여 점 누적판매량이 올해 4월 기준 1만7000여 대에 달한다.
무늬만 공짜 단말기 주의
알뜰폰 가입자가 늘고 있다지만 주의할 점도 많다. 우선 알뜰폰 가입을 원하는 이는 알뜰폰 사업자가 어느 통신사의 망(網)에 기반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전화 상담을 통한 알뜰폰 가입 땐 주의가 필요하다. 전화 권유 판매는 일방적인 상품 소개만 듣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약정기간·단말기 대금액·위약금 등 주요 계약 내용이 가입 당시 설명과 달라도 이를 입증하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다. 또 알뜰폰 사업자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통신망에 기반해 사업을 하는 것인 만큼 기존 통신사 멤버십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기존 이동통신사에서 받고 있던 유·무선 결합 할인이나 복지 할인 혜택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알뜰폰은 대개 가족·친구 간 결합에 의한 할인은 물론 인터넷·유선전화·IPTV 결합 할인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단말기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도 아쉬움이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우는 알뜰폰 업체들은 대개 피처폰이나 3G 기반 스마트폰을 주력 기종으로 판매하고 있다. 고(高)사양의 스마트폰은 그만큼 비싸기 때문이다. 대리점 업무 처리 등이 매끄럽지 않다는 점도 불만으로 꼽힌다. 자체 유통망이 탄탄하지 않은 알뜰폰 업체들은 대개 콜센터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알뜰폰 관련 소비자 불만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알뜰폰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가 올 1분기에만 667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70건)에 비해 9.5배 급증한 것이다. 가장 많은 불만사례는 ‘가입 시 공짜폰이라고 해 놓고 실제로는 단말기 대금이 청구되는 경우(40.8%·272건)’였다. ‘가입 해지 관련 불만’(18.4%·123건)과 ’약정기간 및 요금 상이’(14.2%·95건)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