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프랑스 문학 깊이 읽기. 두 번째.
이번에는 다양한 프랑스 작가의 책과 프랑스가 배경으로 나오는 책들을 선정하여 읽었습니다. ‘프랑스적’인 소설이나 영화는 독자(관객)에게 어떤 것을 강요하지 않고 독자가 결말을 자유스럽게 상상하도록 내버려둔다는 생각이 공통적으로 든다고 하시네요. 그럼 이번 시간에 우리가 선정한 책들을 소개합니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처음부터 술술 잘 읽히지만 곧 미궁에 빠지게 됩니다. 형제가 주인공이며, 시대는 세계대전이 배경인데 과연 형제 두 명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한 사람이 둘로 가장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인지 끝에 가면 뒤죽박죽 되어버리고, 작가가 의도한 것이 독자에게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것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감정이 철저히 배제된 상태에서 오로지 팩트로만 글이 저술되었습니다. 전쟁으로 도덕적 관념이나 체제에 거부하는 인간이 나름대로 살아남으려고 스스로를 인간병기로 만들면서 벌어지는 정말 이상한 일들-소름끼치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고요-을 통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은 아직도 미궁입니다. 정말 지금껏 읽었던 것이 거짓말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황금물고기』는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 등장했던 책입니다. 너무 아름다운 흑인 여자로 태어나 사고로 기억을 잃고 의지와는 상관없이 뭇 남성들의 소유심을 자극하며 황금물고기와 같이 살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뿌리, 자기의 근원을 찾아 떠돌게 되는 라일라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좀 지루한 프랑스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며, 감정의 나열이 단순하여 몰입되지 않습니다.
『11분』은 브라질 출신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입니다. 그간 꿈같은 비전을 제시하는 작가로알다가 이 책 11분을 접했을 때의 어리둥절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11분은 성행위를 지속하는 시간이고, 책 전반부도 성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놀라서 읽고 있다가 결국에는 한 번 더 읽어보아야 작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씀으로써 파울로 코엘료는 어떤 책이든지 쓸 수 있는 작가의 반열에 들어간 듯 합니다. 이것을 집필하기 위해 직접 창녀로 일한 사람으로부터 많은 자료수집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여성의 심리 표현과 묘사를 너무 상세히 잘 썼습니다.
『자기 앞의 生』은 잘 쓰여진 성장소설입니다. 고전으로 읽혀도 손색없습니다. 열 살 소년 모모가 자신을 돌봐주는 로자 아줌마가 병에 걸려 점점 죽음에 이를 때 겪는 불안과 인생에 대한 생각들, 그녀 곁을 사랑하므로 끝까지 지키게 되는 태도 등을 통해 책 끝에 “사랑해야 한다”라고 마쳤던 것처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 같아요. 험난한 인생을 살아낸 로자 아줌마와 하밀 할아버지는 모모와의 대화를 통해서 잠깐씩 맛깔스런 인생의 맛을 알려주고 독자 또한 그것을 통해 인생을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는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자신의 옛 과거를 들려주는 줄거리인데, 매우 독특한 소설같다고 합니다. 남편에게 버림받아 괴로워하는 며느리에게 시아버지는 자신의 숨겨왔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며, 생애 단 한번 찾아온 강렬한 사랑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함을 말합니다. 왜 프랑스 사람들은 울고 불고 매달리며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지 않도록 막지 않을까 궁금하며, 오히려 이러한 감수성이 절제되어 더욱 재미있게 다가오는 소설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