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무라비* 법전
* 바빌로니아 제1왕조의 제6대왕
― 1902년프랑스의 드 모르강이 이끄는 페르시아 유적 발굴단은 이란 발굴단과 공동으로 이란 소사지방(바그다드 남쪽 90㎞지점)에서 석비 조각 3개를 연이어 발견한다. 조각 세 개를 나란히 놓으니 완벽한 타원형의 비석형태를 갖추었는데 비의 높이는 2.25m, 상부 둘레가 1.65m, 하부 둘레는 1.9m였다.
― 비석은 양각(陽刻)으로 정밀한 조각과 글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그중 보좌(寶座)에 단정히 앉은 형태의 조각은 바빌론 사람들이 숭배하던 태양신 샤마쉬였고, 신 앞에 정중한 자세로 서 있는 사람은 바빌론의 왕 함무라비(BC 1792~1750년간 재위)로 밝혀졌다.
― 태양신이 권력의 상징인 지팡이를 함무라비 왕에게 건네주는 상황을 표현한 이 장면은 비석 위쪽에 있었고, 아래쪽에는 함무라비가 제정해 시행하던 법전이 설형문자(楔形文字-오리엔탈 문자, 점토 위에 금속 또는 갈대로 쓴 글자-쐐기문자)로 새겨져 있었다.
― 법전은 서문, 본문, 결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문은 함무라비가 신에게 권력을 부여받았음을 널리 선포한다는 내용과 함무라비의 공적을 치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결문은 함무라비가 신의 뜻을 따라 법전을 제정했고 후세에 법전을 따르지 않는 자는 신이 벌을 내릴 것임을 선언한다는 내용이다.
― 또 본문은 모두 282조로 되어 있는데 소송절차, 절도, 소작, 고용, 혼인, 채무, 상해, 고리대, 노예제도 등 여러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법전은 주 계급(귀족)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노예와 시민의 반항에 대해 엄격하게 다스리고 있다. 노예가 주인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두 귀를 잘랐고, 노예의 도피를 돕거나 숨겨준 자는 사형에 처했다. 또 이발사가 노예주인의 허락 없이 노예의 머리칼을 잘라주면 도끼로 이발사의 손을 잘랐으며, 일반시민이 귀족의 뺨을 때리면 여러 사람이 모인 회의장에서 가죽 채찍으로 60대의 매를 때린다고 되어 있고 일반시민이 귀족의 이를 빠지게 하였으면 그 이를 뽑는다고 되어있다. 그런 반면 노예의 눈을 멀게 한 일은 마치 밭 갈던 소의 눈을 멀게 한 것과 같이 대수롭지 않은 일로 간주했다.
― 함무라비왕은 오직 법전에 의해 나라를 다스렸고 노예를 거느리는 주 계급의 이익을 지켰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법전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내용을 비석에 새겨 바빌론 마르두크 신전 앞에 세워두었던 것이다.
― 고대국가 바빌론은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유역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바빌론의 영토 대부분은 지금의 이라크 지역에 해당되며, 기원전 1163년 지금의 이란 국경 안에 위치했던 옐람국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예람국이 전리품으로 획득한 함무라비 법전 비석은 예람국의 수도인 소사로 운반되던 중 비석 윗부분이 벗겨졌고 당시 사라진 내용은 후에 다른 문헌과 비교하여 보완하였다.
― 훗날 예람국은 페르시아에게 멸망했으며 옐람국을 점령한 페르시아 제국은 소사를 수도로 하였으며, 함무라비 법전이 새겨진 비석 또한 페르시아로 넘어갔다. 함무라비 법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 법전이다. 역사적 가치가 얼마인지는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현재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다.
- '세계역사, 숨겨진 비밀을 밝히다'에서